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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내 e커머스 시장은 中 알리·테무 vs 美 쿠팡 각축장

알리·테무 한국시장 공습에 쿠팡 맞대응, CJ·삼양·동원 등 알리에 속속 입점
'위기가 기회로' 국내 유통 기업, 틈새시장 경쟁력 찾아야

  • 기사입력 2024.03.29 07:30
  • 최종수정 2024.04.08 12:04
  • 기자명 정보영 선임기자
▲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NGO신문=정보영 선임기자]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테무(TEMU)·쉬인(SHEIN) 등 중국에 기반을 둔 e커머스 쇼핑 플랫폼들이 저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TV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은 내일이라도 당장 우리 국내 유통 산업이 이들 3사에 점령당하고 말 것이라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최근까지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분명한 사실이다.

한때 중국에서 스티브 잡스와 비견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마윈(马云)이 창업한 알리바바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3년간 약 15천억 원을 투자한하는 내용이 담긴 투자 계획서를 제출했다.

또한, 이른바 역차별논란에 따라 정부는 해외에 기반을 둔 플랫폼에 대한 단속 및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고 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른바 가품 논란과 반품, 환불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에 본사를 둔 e커머스 기업은 국내에 반드시 대리인을 두도록 하는 규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대응에 알리익스프레스가 가장 먼저 반응하고 나섰으며, 그 뒤를 이어 테무와 쉬인도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시장은 알리등 중국기업 vs 미국기업 쿠팡의 전쟁터

이들 3사의 시장 잠식 우려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은 쿠팡이다.

쿠팡은 전국을 익일 배송, 즉 로켓배송 권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쿠팡은 2026년까지 풀필먼트센터(통합물류센터)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총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 지역은 전국 182곳의 시군구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쿠팡이 밝힌 계획대로라면 2027년에는 230여 곳으로 확대된다.

▲ 쿠팡은 전국에 로켓배송 지역을 순차적으로 늘려 2027년까지 사실상 '전국 인구 100% 로켓배송'을 목표로 한다. [사진=연합뉴스]
▲ 쿠팡은 전국에 로켓배송 지역을 순차적으로 늘려 2027년까지 사실상 '전국 인구 100% 로켓배송'을 목표로 한다. [사진=연합뉴스]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테무, 쉬인 등의 국내 이용자 수는 크게 늘고 있다. 먼저 알리익스프레스의 가입자 수는 20238월 기준으로 약 551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갱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024년 들어 이용자 수는 역대급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보다 더 무서운게 테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테무의 성장 속도는 알리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테무 쇼핑앱에 한번 가입하면 실제로 수많은 알림이 뜨면서 국내 플랫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 수준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사용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00원 상품 등 초저가 상품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도록 유도해 사용자 유입에 혈안이다.

테무의 모기업인 중국 핀둬둬의 지난해 매출은 348억달러(46조원), 영업이익 11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9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여성 패션 전문 쇼핑몰로 전문성을 살린 쉬인 역시 눈에 뛰는 성장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장악해 들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와 같으니 국내 유통업계는 이러다 다 죽는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위기의식이 그 어느때 보다 팽배해져 있다.

매스컴은 물론 경제문제를 다루는 각종 유튜브에서도 이같은 소식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마구 쏟아내고 있다.

빠른 배송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배송이 중요하다는 소비자 늘어

여기서 눈여겨 봐야 대목이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이미 쿠팡이 장악한지 오래고, 그로 인해 기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위축되거나 매출 부진의 늪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급기야는 국내 유통업계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게 된 배경에도 그 같은 영향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 유통업계도 쿠팡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한편으로는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의 대 고객 서비스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쿠팡에 못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유통업계 전반이 기존의 방식에 벗어나 혁신과 변화를 꾀했고, 이는 쿠팡의 역할이 숨은 배경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 쿠팡의 활성고객 수는 2023년 3분기 기준 2042만명을 기록했으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쿠팡의 활성고객 수는 2023년 3분기 기준 2042만명을 기록했으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소비자들 중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중국발 유통 3사에 맞서는 쿠팡 역시 우리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미 적어도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은 미국기업 쿠팡 천하가 됐고, 쿠팡이 먹고 남은 자리를 놓고 국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쿠팡의 활성고객 수는 20233분기 기준 204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4% 늘어난 수치로 매년 매분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인구가 얼마인데 2042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34월 말 기준 약 5,160만명이니 거의 둘 중 하나는 쿠팡을 이용한다는 계산이다.

미국 델라웨어에 법인 소재지를 두고 있는 쿠팡(Coupang)은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이다. 쿠팡은 지난 2010년 범 킴(김범석) 대표가 창업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중퇴한 미국 국적의 미국인이다.

쿠팡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쿠팡 지분은 쿠팡LLC(미국 법인)100% 소유하고 있으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계열사(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쿠팡LLC의 주요 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비전펀드가 있으며, 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 다양한 외국계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사실에 대한 지적에 2021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는 쿠팡은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3사가 국내유통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은 쿠팡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 해외직구의 경우 1주일 이상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 빠른 배송은 이제 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인천세관에 해외직구물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해외직구의 경우 1주일 이상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 빠른 배송은 이제 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인천세관에 해외직구물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유통 기업의 치열한 경쟁속, 우리 기업의 생존전략은?

아무리 국내 기업이라고 해도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과 트렌드, 니즈 등을 가장 잘 아는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빠른 배송, 즉 다음날 심지어는 당일 배송이라는 엄청난 매력에 소비자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이제는 또 앞으로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늘, 내일 배송이 아니라도 만족할만한 안전하고 정확한 배송과 반품·교환 등이 보장된다면 하루 쯤 늦게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빠른 배송, 즉 당일·익일 배송에 열광하던 시기가 앞으로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성수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A(, 34)는 한국NGO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빠른 배송이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빠른 배송보다는 주문한 물건이 파손되지 않고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B(, 32)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싸지 않은 제품이라도 반드시 정품이어야 하는 제품은 해외직구를 하기가 꺼려진다면서 그런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대기업 운영 쇼핑몰을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B씨는 또 해외직구를 하면 보통 3, 길게는 1주일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빠른 배송은 이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해외직구를 넘어서는 중국발 유통 플랫폼 알리, 테무 등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초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플랫폼에 임점하는 국내 업체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배송하는 제품이 늘고 있는 것이다.

▲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동원F&B 등 국내 기업은 알리익스프레스 내 한국상품 판매 카테고리인 K베뉴에 입점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동원F&B 등 국내 기업은 알리익스프레스 내 한국상품 판매 카테고리인 K베뉴에 입점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CJ제일제당에 이어 삼양식품, 동원F&B 등도 알리와 맞손···대상, 풀무원도 검토

한국내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알리가 CJ제일제당에 이어 삼양식품, 동원F&B 등 국내 기업과 손을 잡고 알리익스프레스 내 한국상품 판매 카테고리인 K베뉴에 입점하기로 한 것과 대상, 풀무원 등 알리와 제휴를 검토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이같은 사실이 중국 e커머스가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국내산 농축산물도 초저가에 판매하기도 하고,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 가전·디지털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도소매 업체들도 알리 내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만 보려면 한도 끝도 없다. 중국 e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진출이 국내 유통 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변화와 기회의 시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없지 않다.

우리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소비의 올바른 방향에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한다면 놀라운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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