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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그 자지까지 칼로 잘라 버리겠다!"

김병총의 소설 고사성어 (103)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8)

  • 기사입력 2012.02.25 06:48
  • 기자명 김병총
어쨋건 이백이 청평조사 삼수를 지어 올리자 명창 이귀년이 간드러지게 노래 불렀고, 신이 난 현종은 옥피리까지 불러댔다. 양귀비의 감격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현종에게 부탁해 황제의 칠보어상 앞으로 불러 칠보 유리잔에 서량의 명산 붉은 포도주를 손수 따뤄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따분한 잔치가 잦아지면서, ‘궁전 분위기’를 감지해 감에 따라 이백의 공격적인 성격은 발톱을 내밀기 시작했다. 특히 이백에게 아니꼬와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은 환관 고역사의 오만 방자함이었다.

환관 주제에 조정의 대신들을 손아귀에 넣고 주물러대는 바도 비위를 상하게 했지만, 대신들 역시 고역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아양을 다 떠는 광경도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건 정의가 아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국가 기강이 설 수 있겠는가. 좋다. 내가 황제의 신임을 받고 있을 때 고역사를 박살 내버리겠다! 더구나 양귀비의 찬양시나 짓고 앉아 있는 내 처지도 한심하다.

정무는 뒷전으로 밀어낸 채 양귀비의 치마자락이나 들추고 다니는 황제도 불만스럽 고 혐오감이 느껴진다. 이래가지고서는 학식과 재능을 발휘해 사직을 안정시키고 백성들의 노고를 덜어주는 정책 실현은 가망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공을 이루고 뜻을 세운단 말인가. 어쨋건내가 오래 머물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작정한 이백은 궁중 잔치가 있을 때마다 먼저 잔뜩 술에 취한 채 오만방자하게 굴기 시작했다. 그날도 궁전에서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한척 하면서이백은 공격 목표를 고역사로 정한 뒤 슬금슬금 그쪽으로 걸어갔다.

“여보게, 불알 없는 친구.”

고역사는 분노로 치를 떨었지만 황제 앞이라 노골적으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절 불렀소이까?”
“그래, 널 불렀다. 이리 오너라.”

“많이 취하셨군요.”
“그래, 나의 자유만큼은 취한 셈이지. 그런데 취기가 올라 발바닥에서 불이 나네. 답답해서 견딜 수 없으니, 내 신발을 좀 벗겨주게.”

이백은 고역사의 무릎에다 두 다리를 철썩 소리를 내면서걸쳤다.

“어서! 너처럼 쓸모없는 인간에게는 나같은 천재의 신발 벗기는 임무를 맡는 것은 큰 영광인줄알아야 한다.”

드디어 고역사가 반발했다.

“싫소이다!”
“뭐야? 싫다고 말했나?”

“이런 모욕은 견딜 수가 업소!”
“견딜 수가 없다면 어쩔 텐가. 결투라도 신청할 참인가. 자넨 내가 검술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 모르겠네.”

고역사는 부르르 떨고 있었지만 소문으로 들은 이백의 무예가 겁이나서 감히 결투신청을 못하고 있었다.

“자, 불평 그만하고 어서 내 신발을 벗겨.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먼저 결투를 신청해 네놈의 그쓸모없는 자지까지 칼로 잘라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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