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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눈물

  • 기사입력 2022.06.20 09:26
  • 기자명 김영국 객원논설위원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이 마무리되는 6월의 여름. 푸른 자연과 종종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은 신록의 계절이다. 고향의 유월은 매실과 살구가 익어가고, 싱그런 감 이파리 사이사이에는 벌써 감꽃이 감이 되고 있다. 마을과 양파 수확이 한창이더니. 벌써 모내기가 끝나가는 때. 기후 온난화 탓으로 점점 모내기가 빨라지고, 어느새 물이 가득찬 무논에는 개구리 소리가 점점 커지는 계절이다.

 

서로 <어쩌공>의 여왕벌이 되고자, 여왕벌을 찾아가는 듯 한바탕 시끌벅적하던 지난 선거. 마치 조선시대의 육모(陸瑁)방망이로 서로의 뒤통수를 온통 치더니, 전국에서 웃는 자와 우는 자로 이미 판가름 났다. 곳곳에서 패(敗)한 자들이 겉으로는 “죄송합니다. 부족했습니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속으로는 상대 후보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에 혈안(血眼)이다. 한편, 1991년부터 한 지역구 내에서만 9선(30년) 당선의 군의원(영광군 더불어민주당)도 있어 화제다.

 

6월의 고향마을. 꿀벌들이 온통 사라지는 슬픈 풍경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꿀벌이나 개미처럼 무리를 지어 사는 군집(群集)에서,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벌집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 2006년 미국에서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여왕벌과 애벌레만 남은 벌집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1년 후. 벌집의 30% 이상이 사라지면서 처음 알려졌다. 벌꿀 손실 조사단체 BIP(Bee Informed Partnership)에 따르면, 최근에도 연간 약 45%의 꿀벌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엄청난 꿀벌의 개체 수 감소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속자문회의에 TF팀을 구성해 벌집군집 붕괴원인을 밝힐 정도로 심각한 현상이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매년 유럽 30%, 남아프리카 29%, 중국 13%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통계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분기에만 전국 양봉 농가에서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실종되었다 한다. 이는 전체 꿀벌의 무려 75%에 달한다. '꿀벌 집단 실종', 꿀벌 실종 미스터리' 등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양봉 농가는 약 2만 3천 가구. 벌통은 약 227만 개 정도, 그중 17.2%를 차지하는 4,173가구의 39만 개 벌통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벌통 하나에 사는 꿀벌 개체 수를 2만여 마리로 추산했을 때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가장 큰 피해는 경북(47.70%)이고 그 다음은 전남북, 경남 순(順)이다. 그야말로 온통 꿀벌들의 실종으로 큰 눈물이 이미 시작되었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한국양봉협회,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조사를 거쳐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나, 여태껏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큰 원인은 기후 온난화(이상기후)와 농가용 해충제, 말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및 휴대폰 5G용 고주(전자)파 중계기로 추정될 뿐이다.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다."라는 아인쉬타인의 주장이 주목되고 있다. 꿀벌이 전자파에 예민해서,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될 시 벌통집을 찾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죽게 된다는 주장도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 이유가 휴대전화에 쓰이는 전자파 때문이라는 주장은 휴대폰이 상용화될 무렵부터 나왔다. 최근에는 전국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는 5G 중계기 탓에 벌이 멸종 위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로완 제이콥슨은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2008> 에서 꿀벌의 군집 붕괴 현상이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 인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주파 증폭이 가능한 5G가 꿀벌의 멸종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편의성이 곧 생태를 파괴하고 있어 씁씁하기 때문이다. 편리성이 촉진한 따끔한 회초리 같은 경고다. 꿀벌이 사라지는 고향의 유월. 꿀벌이 사라지면 과연 꽃이 필까? 걱정이다. 생태계 복원(復原) 운동에 모두 동참하여, 꿀벌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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