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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

  • 기사입력 2021.09.04 20:57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인생살이

                         채형식

달리는 열차에서

뒤돌아보면 굽이 굽이진

선로가 펼쳐져 있는데

정작 달릴 때에는

앞쪽으로만 쭉 달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

반듯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굽이져 있는 선로

                                            잠시 뒤돌아보니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도

                                            굽이 굽이진 기찻길을 닮았네

이만하면 잘 살아온 삶이다. 앞만 보고 달리며 그 길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는 사람이 있던가. 자신의 길이 옳다고 했으니 남을 의식하여 그냥 돌진하지 않던가. 대부분이 그렇다. 자존심을 내세워 굽히지 않고 자신의 길을 고수한다. 하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남이 가르쳐준 길로 방향을 튼다면 옳은 길을 가게 되는가. 아니다. 그 길도 마찬가지다. 가르쳐준 사람도 자신의 길이 옳다고만 했지 진짜 옳은 것인지의 여부는 판가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코 인생길은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가는 것이다. 눈 쌓인 들판에 처음 길을 만든 사람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길을 내지 않고, 뒤를 따라가는 사람도 옳다고 따르지는 않는다. 삶이란 주어진 것이지만 받은 뒤에는 자신이 판단해야 하고 결과는 끝나봐야 알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정답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이나 근본 원리를 사유나 직관으로 찾아가는 존재다. 그러한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해도 남에게 굴복하지는 않는다. 채형식 시인은 인생길의 끝에 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삶의 본질을 고백한다. 가는 길이 굴곡지고 비틀어져도 자신은 반듯하다고 믿으며 걸었는데 어느 지점에 도달하여 보니 굽이굽이 굽어 있었다는 고백은 평범하지만 아무나 말하지 못한다. 부끄러운 삶을 살아왔다 해도 대부분 자신만은 떳떳했다고 큰소리치는 게 보통이다. 누구나 생각하는 평범한 문체로 시를 썼지만 인생의 정의를 쉽고 간략하게 내린 시인의 철학은 삶이란 현재보다 끝에 가서 빛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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