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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선] “군대 문화 개선과 인권 강화는 국가의 책무”

  • 기사입력 2021.06.08 12:38
  • 기자명 김종덕 기자
▲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모 중사 분향소에서 지인들이 조문하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에게 성추행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제66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군과 관련해 국민이 분노하는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개별 사안을 넘어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 근본적인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기구에 민간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4월 18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에 격리장병의 부실급식이 최초 제보된 뒤 일반병사들까지 부실급식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데에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사태 해결 의지를 시사했다.
  

사실 군대의 성추행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5월 10일 공개한 ‘2020 군인권센터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강간·준강간 등) 상담 건수는 2019년 3건에서 2020년 16건으로, 성희롱 상담 건수는 2019년 44건에서 2020년 55건으로 증가했다. 또한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이후 공군 대령의 성추행 방조 등 추가 사건이 드러나고 있다.   

부실급식 제보의 경우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현재의 병사들이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Z세대’의 통칭)라는 점에서 SNS와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기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현재 병사들의 제보 창구는 육대전이 대표적이다. 부실급식 제보에 이어 지난 5일 육대전에 육군 모 부대 병사가 “간부들이 따로 식탁을 사용하면서 식판은 물론 잔반과 쓰레기까지 모든 정리와 설거지를 취사병에게 미룬다”고 주장했다. 부실급식 논란 이전 지난 3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대 조리병들 증원이 절실합니다. 조리병들에게 매주 하루라도 휴일을 보장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정부와 군당국은 각종 문제가 볼거지자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군 검경과 국방부는 사상 첫 수사심의위를 구성하고 공군 부대 성추행을 합동수사하고 있다. 부실급식과 조리병 혹사 논란에 대해서는 급식비 인상과 민간조리원 긴급증원 등이 추진된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최근 군대의 문제들이 병영문화의 폐습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등 충남 50여개 시민단체는 “군대 내에서 상습적으로 반복된 성범죄가 60%를 웃돈다고 하는데, 이는 군대 내 성범죄가 제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에 의해 솜방망이 처벌이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병사들의 휴대전화가 없었다면 밝혀지지 않았을 장병들의 인권 보호시스템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부실 급식 문제 외에도 각종 폭력 등 인권 침해, 갑질, 군무 외 사역 강요 등 군 내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군 인권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군대 문화 개선, 특히 군대의 인권 강화가 시급하다. 토양이 부실한데, 새로운 씨앗을 열심히 뿌려봤자 열매인들 제대로 맺히겠는가.

물론 군대는 특수집단이다. 질서와 규율 유지, 보안과 안전 차원에서 상명하복식 위계구도와 폐쇄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인권보다 상위에 존재할 수 없다. 군대는 특수집단이기 전에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다. 위계와 질서 속에서도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 문화가 지금 군대에 요구된다. 군대 문화 개선과 인권 강화가 국가의 책무임을 인지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또한 군대 스스로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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