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접근성 ②> 국내 의약품 접근성, 이대로 괜찮은가?

UAEM korea | 기사입력 2021/02/01 [11:31]
> UAEM의 ‘약’간 불편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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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약품 접근성 ②> 국내 의약품 접근성, 이대로 괜찮은가?
 
UAEM korea   기사입력  2021/02/01 [11:31]

 


 2002년 6월 2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노바티스사 앞에서 열린 글리벡 약가 인하 요구 집회에서 환자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글리벡의 약가 인하 문제로 투쟁한 지 1년, 함께 싸워왔던 백혈병 환자 5명이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집회 후 환자들과 시민단체의 대표들은 노바티스사가 있는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몸싸움을 해야 했으며, 노바티스사의 직원들은 면담을 거부하는 등 환자들과 몇 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글리벡은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에서 제조한 만성 백혈병 치료제이다. 골수 이식과 같은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대신할 수 있는 글리벡의 등장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기적과도 같았다. 하지만 노바티스는 약값으로 월 300~600만원을 요구하였고, 이는 당시의 건강 보험 보장률을 고려하더라도 환자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정부와 환자들이 약가 인하를 요구했지만 노바티스는 기존 약가를 고집했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경우 글리벡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포했다. 기업의 이윤이 생명보다 우선시되어 환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으며 생명을 좌우하는 약에도 가격 흥정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수준이 높은 편이라 의약품 접근성 문제에서 제법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의약품 접근성의 문제들이 남아있어 우리의 관심을 요한다. 너무 비싼 의약품은 환자들이 구매하기 어려워서, 너무 저렴한 의약품은 제조사의 생산 동기를 저해해서 의약품 접근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내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인 희귀 질환에 사용되는 ‘희귀의약품’은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희귀의약품인 리피오돌은 X선 및 CT 촬영 진단을 도와주는 간암 조영제로, 2018년 공급 중단 사태를 겪었다. 리피오돌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으로, 접근성 보장을 위해 상한금액이 설정된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약가 인상이 어렵다.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한 독점 생산사 게르베는 2018년 리피오돌의 국내 공급을 중단해버렸고, 리피오돌의 약가를 기존 약가의 5배 가격인 26만 2800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 지정을 해제한 후 기존 약가의 3.6배인 19만원에 리피오돌을 공급하기로 협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의약품 공급 중단 문제가 희귀 질환 치료제와 같은 특수 의약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병원 입원 환자의 90% 이상이 수액을 맞을 정도로 수액은 기초적인 의약품인데 반해 수액은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 아니다. 2014년 기준 수액은 500ml당 1,167원으로, 커피 한 잔 가격에 못 미치는 보험약가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수액은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오직 3개의 제약회사가 수액 공급의 90%를 책임지고 있다. JW중외제약, CJ헬스케어, 대한약품공업이 그들이다. 그 중 JW중외제약은 수익률이 낮은 수액제를 연간 8000만여개 생산하고 있는데, 수익률이 낮음에도 생산을 지속하는 이유는 오로지 기업정신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한다. 수액처럼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의약품은 상한금액의 91% 미만의 가격으로 판매될 수 없도록 하는 퇴장방지의약품 가격보장정책을 두어 정부 차원에서 원가를 보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의약품 접근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의약품을 대하는 제약회사의 경영 태도가 중요하다. 의약품은 그 자체로서 온전히 상품이라기보다 공공재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만큼 과도한 이윤을 추구(profiteering)하기보다는 적절한 이윤을 추구(profiting)하는 제약 업계의 태도가 요구된다.

 

  그러나, 의약품 접근성과 같은 국가적 차원의 이슈에 대해 제약회사의 ‘사회적 책임’만을 기대하며 그들에게 이 문제를 오롯이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현재 정부에서는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희귀난치질환 의약품의 수입, 공급, 정보 제공 등 전반을 관리) 등의 관련 기관과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와 같은 체계를 설립하여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렇게 제약회사와 정부가 각각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의약품을 공공재보다는 상품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며, ‘의약품 접근성’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조차 못한 시민들이 태반이다. 모든 사람이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그 날까지 UAEM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UAEM Korea는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결성된 국제학생단체로, 모든 사람이 필요한 의약품을 필요한 때에 공급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UAEM Korea는 국내NGO단체인 휴먼아시아와 국제보조금네트워크 Open Society Foundations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UAEM Korea 웹사이트( http://uaemkore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쓴이 : 김가은(연세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김재인(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소연(고려대학교 간호학과), 서유나(연세대학교 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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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01 [11:31]   ⓒ 한국NGO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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