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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기후위기 가속하는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 투자를 막아라”
한국전력, 해외투자 손실에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투자 밝혀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20/03/22 [12:17]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을 선언하고,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국제 투자기관들이 석탄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호주 광산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한국전력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석탄발전소 투자를 밝히고 있어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세계 최대의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호주 광산 개발의 막대한 손실을 외면한 채, 베트남 붕앙 2호기, 필리핀 수알 발전소,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발전소 등 3건의 신규 해외 석탄 발전소 투자 의지를 밝혔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산업발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시켜오면서 지구 온난화가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 개구리를 끓는 물에 담그면 뛰어 나오지만, 미지근한 물에 담그고 불의 온도를 점차 높이면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탈진해서 힘을 잃고 쓰러지듯 불과 얼마 전까지의 지구는 마치 미지근한 물에 담겨진 개구리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감지한 세계 각국과 시민사회, 투자기관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세계 각국, 금융·투자기관 석탄발전 퇴출 나서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영국이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남에 따라, 2008년에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하고 2015년에 탈석탄 시한 역시 세계 최초로 발표 (2025년)하며 빠르게 석탄발전 비중을 줄여 나가고 있다.

 

영국만 해도 2012년 석탄발전 비중 40%를 차지했으나 2018년엔 5%로 급락했으며, 네덜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늦어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고, 그 시한도 앞당기려는 하고 있으며, ‘석탄산업 부흥’을 주창하는 미국까지도 뒤떨어진 기후 정책에도 불구하고 석탄 소비량은 시장 논리에 밀려 급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미국 내 석탄 소비량은 2007년에 비해 무려 44%나 감소했다.

 

또한,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도 이미 석탄 채굴 및 발전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석탄 관련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고, 이미 투자하던 사업에서마저 발을 빼고 있으며, 한전에 앞서 자와 9·10호기 사업에 투자하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도 “석탄발전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10% 미만인 기업에만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투자를 철회한 바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는 한전의 부실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을 근거로, 6천만 유로 규모의 기존 투자 지분을 최근 회수한 바 있다. 노르웨이의 최대 개인연금 운용사인 스토어브랜드 (Storebrand) 또한 한전을 ‘심각한 기후·환경 피해를 일으키는 기업’으로 지목하며 자사의 투자 제외 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시점에서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해외 석탄 발전소 신규 투자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투자를 결정하는 한국전력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에 대한 투자는 '예견된 손실'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기후위기 가속하는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 투자

 

 그린피스가 지난 1월, 한전 서초 지사 건물에 호주 산불 피해 영상과 해외 석탄 투자 중단 촉구 메시지를 투사하고 있다.  © 그린피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월 한국전력 서초 지사 건물에 호주 산불 피해 영상과 해외 석탄 투자 중단 촉구 메시지를 투사했다. 호주 산불이 극심한 기후변화의 결과임을 알리고, 특히 한국의 해외 석탄 발전 투자가 대형 산불, 태풍 등 기후재앙을 가속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그린피스 기고문을 통해 “실제 한국전력은 호주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 손해를 입을 처지”라며 “2010년부터 약 8000억 원 넘게 투입해 온 호주 바이롱 광산 개발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긴 막대한 손실”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피해에 우려가 있어 개발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장 캠페이너는 이어 “5개월간 지속된 호주 산불로 지난해 전 세계가 1년 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1%가 발생했다”면서 빠르게 상승한 지구 온도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는 속도를 고려하면, 전 세계에서 가동되는 일부 석탄 발전소의 운영을 급속도로 멈추는 등 긴급 조치를 고려할 만한 비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구를 불태우는 꼼수 투자

 

장 캠페이너는 “한국전력의 신규 해외 석탄 투자는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가속한다는 것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과 같은 공공 기관은 사업비가 총 500억 원을 넘을 경우,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발전소 사업의 총 규모는 약 3조 5천억 원이며, 이중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우리나라 공적 금융 기관이 2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이 추가 투자할 것을 고려하면 공적 금융 투자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지분 투자 형태로 600억 원, 주주 대여금에 대한 채무 보증의 형태로 2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알린 상황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정확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600억 원 투자 계획을 500억 원 이하로 낮추는 꼼수를 시도했다. 자와 9·10호기 석탄 발전소 예비 타당성 조사를 주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전력이 사업비를 과소 계상해 사업을 계속할 경우 총 투자비가 증가해 약 883만 달러(약 102억 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그레이 존(Gray Zone)' 사업이라는 뜻이다. 그러자 한전은 다시 지분 투자액을 500억 원에서 480억 원으로 축소 변경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그린피스와 국내 환경 단체들이 지난달 12일 635여 명의 청구인과 함께 기획재정부와 한국전력에 대한 감사원의 공익 감사를 촉구한 바 있다.

 

재무 비상 상황에 계속되는 손실 투자

 

한국전력 이사회는 지난 1월 10일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 발전소 투자 참여를 결정했다. 붕앙 2호기 석탄 발전소는 싱가포르, 영국, 홍콩 등 투자하려던 글로벌 은행이 경제성 저하로 최근 투자 철회한 사업이다. 2020년 베트남의 재생에너지 단가가 석탄보다 저렴해진다는 경제계의 예측도 한 몫을 했다. 총 사업 규모 2조4천억 원 중 한국전력 투자 금액이 약 2200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홍콩 중화전력공사가(CLP) 투자 철회한 지분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일주일 전, 미국 은행도 투자 의사 철회를 밝혔다. 게다가 붕앙 2호기는 2007년부터 추진됐지만 환경 비용 증가와 오염 우려로 12년째 지연된 사업이기도 하다. KDI는 해외 상업은행들이 금융 지원을 거두면, 해당 자금 공백을 한국전력이 충당하게 돼 있어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재무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19년 재무 위기 비상 경영 추진 계획'에서 2019년 영업 손실 2조4천억 원, 당기 순손실 1조9천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해외 투자 기업이 한국전력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2017년 3월, 1107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2위 연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올해 2월 네덜란드 연기금이 약 790억 원에 달하는 한국전력 지분을 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진전이 없었다는 이유로 매각했다.

 

장 캠페이너는 “전 세계 글로벌 투자 기관들이 기후변화 대응 원칙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한국전력이 해외 석탄 발전소 투자를 지속하면,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손실을 키우는 결과로 직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와 9·10호기 투자 불명예, 한국전력 이사회 손에 달렸다

 

한국전력은 꼼수 예타 조사가 언론에서 회자되자 1월 예정했던 이사회 의결을 미뤘다. 그린피스와 국내 단체들의 공익 감사 청구 등이 이어지자 2월 이사회 의결도 연기했다. 그린피스는 1월 호주 산불 레이저 액션에 이어, 2월에도 한국전력 서초 지사 건물에 이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투사하고 예정된 이사회 당일 신문 지면 광고를 게재해 공개적인 투자 의결 중단 요구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전력 이사진의 자와 9·10호기 투자 의결을 막기 위해 비상임 이사회 총 8인의 얼굴과 메시지를 한국전력 건물에 투사하고 SNS 게재 후 시민의 참여를 도모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린피스가 한전 이사진의 자와 9.10호기 투자의결을 막기 위해 비상임 이사회 총 8인의 얼굴과 벳지를 한전 건물에 투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 그린피스

 

"한국 시민 여러분, 한국의 인도네시아 석탄 발전소 투자를 막아 주세요"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이중기준, Deadly Double Standard>에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를 평균 수명인 30년간 가동하는 경우,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등의 대기 오염 물질로 최대 7,3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와 9·10호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에는 이미 여덟 기의 석탄 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이들은 자카르타에서 100km 이내에 있는 석탄 발전소 22기 중 약 40%에 해당하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석탄 발전소들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주민들이 발전소 투자에 참여하는 한국 공적 금융 기관들을 상대로 건설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그런데 법원은 인도네시아 주민들이 '깨끗한 공기를 호흡할 권리'를 인정할 명문의 법률 규정이 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패소 판결했다. <한국 법원 찾아 온 인도네시아 사람들> 보기>

 

지난해 4월 그린피스가 자와 9·10호기가 건설될 지역의 피해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파괴하려는 한국 정부의 석탄 발전소 투자를 막아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그린피스는 “한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공적 금융을 통해 해외에 수출하는 이 이중적인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이제 석탄의 시대는 끝났다. 불난 지구에 기름 붓는 이 위험한 투자를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불명예스러운 결과가 당신들의 이름과 함께 남을 것”이라고 한국전력 이사진들에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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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2 [12:17]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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