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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디지털 교육격차로 교육불평등 심화”

가정환경 차이가 디지털 교육격차 발생···제도 개선 시급

  • 기사입력 2021.02.03 21:08
  • 기자명 정성민 기자

2020년 불청객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다. 잠시 머무를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아니 떠날 기미가 없다. 코로나19 변이까지 발생했다. 결국 ‘위드(with) 코로나’의 개념이 등장했다. 자연스레 코로나19로 일상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키워드는 비대면과 디지털. 이제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은 일상이다. 배달앱은 남녀노소가 사용한다. 지금 우리는 비대면과 디지털 기반으로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동반된다. 디지털 교육격차다. 디지털 교육격차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 교육격차가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의 불평등은 공정사회 실현의 장애물이다. <한국NGO신문>이 디지털 교육격차의 원인과 문제점, 해결방안을 짚어본다.
     

▲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도입되면서 디지털 교육격차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연합뉴스)

가정 경제상황에 따라 디지털 환경과 역량 차이 극명
디지털 교육격차는 가정의 경제상황 차이에서 비롯된다. 즉 경제적 부유층과 경제적 취약계층의 新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기사에서 경제적 취약계층은 저소득층 가정, 장애학생 가정, 조손 가정, 한부모 가족 등을 통칭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코로나19와 교육: 학교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 연구(2020년 8월 발표)에 따르면 '원격수업을 위해 자신만의 디지털기기를 보유한 비율’이 경제상황 상(上) 가정의 학생은 81.6%였다. 중(中) 가정의 학생 비율은 82.4%, 하(下) 가정(취약계층)의 학생 비율은 79.7%였다.

사실 디지털기기 보유 비율은 차이가 크지 않다. 문제는 가정의 경제상황이 원격수업 집중도, 효율성, 이해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경제상황 하(下) 가정의 학생 약 23%는 ‘원격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한다’고 응답했다. 30%는 ‘디지털기기가 낡아 원격수업에 방해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나는 원격수업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고 불편하다’는 질문에 경제상황 상(上) 가정의 학생은 ‘전혀 그렇지 않다(47.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그렇지 않다’ 35.1%, ‘그렇다’ 13.2%, ‘매우 그렇다’ 3.9%였다. ‘전혀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 비율을 합치면 82.9%다. 반면 경제상황 하(下) 가정의 학생은 ‘전혀 그렇지 않다’ 17.8%, ‘그렇지 않다’ 36.2%, ‘그렇다’ 31.4%, ‘매우 그렇다’ 14.6%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 비율이 46%에 달했다. 

가정의 경제상황에서 부모의 맞벌이 여부를 간과할 수 없다. 가정의 경제상황이 열악할수록 맞벌이 확률이 높다. 맞벌이 부부는 자녀의 학습을 꼼꼼히 챙기기 어렵다. 맞벌이 주부 김유정 씨(인천·44)는 “맞벌이를 해야 아이들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다. 곁에서 학습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가정의 경제상황에 따라 부모의 도움 비율이 낮아졌다. 상(上) 가정의 학생은 부모의 도움 비율이 34.2%로 선생님(19.1%)보다 높았다. 하(下) 가정의 학생은 부모의 도움 비율이 13.4%였고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감’ 비율이 22.4%였다.   

원격수업 도입, 등교공백 장기화로 교육 불평등 심화···교육불평등 심화로 학업 균등 기회 붕괴
지난 1월 20일 국회 정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1월 20일 국회 정문에서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 제공=강득구 의원실)   

강 의원은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에 원격수업이 도입되고, 등교수업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교육격차와 교육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의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은 △교육 불평등 지표 및 실태 조사 실시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정책 추진 및 성과 보고 의무화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도입됐다. 하지만 강 의원의 지적처럼 교육격차와 교육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강 의원이 지난해 9월 코로나19 교육 현안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교사의 80.9%, 관리자의 80.08%, 학부모의 81.65%, 학생의 62.88%가 “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 서울교육공론화: 코로나 시대, 서울교육에 바란다’ 정책권고안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96.0%(조사 대상 100명)가 ‘코로나 시작 이후 학습격차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①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로 규정됐다. 교육의 균등 기회를 보장한 것. 따라서 개인의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외부 환경이나 특수상황으로 교육의 불평등이 초래되면, 교육의 균등 기회가 붕괴된다. 코로나19는 특수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국가의 정책 결정에 따라 학교현장에 원격수업이 도입됐다. 그러나 가정의 경제상황이 원격수업 환경, 학생의 원격수업 이해도, 부모의 원격수업 참여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디지털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개인의 수업 참여 태도와 의지가 디지털 교육격차의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원인보다 가정의 경제환경 원인이 더욱 근본적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위한 제도 개선 시급
디지털 교육격차에 따른 교육불평등은 학업 성적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학습 중간층’이 얇아지고 있다. 학습 중간층은 성적 중위권을 의미한다. 성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의미다. 열악한 가정환경의 학생이라도 정상적으로 등교한다면, 수업과 교사의 도움을 통해 성적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원격수업에 참여하니, 열악한 환경으로 원격수업의 효율성과 이해도가 떨어진다. 부모의 맞벌이로 집에서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원격으로 교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사교육도 여의치 않다. 결국 성적 상승의 기회가 축소된다. 성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다.

디지털 교육격차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꾸준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1년 업무보고에서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방안을 제시했다. 원격수업에서 학생-교사 소통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이(e)학습터’, ‘한국교육방송공사 온라인 강좌(EBS온라인클래스)’ 화상수업 서비스 전면 개통과 25만 2000개 교실 대상 기가급 무선망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단발성 지원책보다 법제화와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장애학생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학생의 원격교육 지원을 제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정환경과 신체환경의 차이가 원격교육에서 차별로, 불평등으로 이어지면 부당하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디지털 교육환경의 변화가 학습격차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맞벌이·조손·한부모 가정 등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현재의 교육환경은 위험하기까지 하다"며 "교육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정인이 사건'과 같은 참담하고 가슴 아픈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 회장은 "교육격차의 간극을 해소하고 미래로 다시 도약하는 것은 절대적 과제"라면서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기초학력 등도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정부와 교육청의 근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의회의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서울특별시교육청 원격수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속 김평남 의원이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장애학생·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학생 원격수업 지원방안 마련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20년 7월 실시한 ‘COVID-19에 따른 초중등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분석’ 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의 79%가 원격수업 이후 학생들 간 학습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나타났다”면서 “갑작스럽게 시작한 원격수업으로 원격수업이 구축된 학교들과 그렇지 못한 학교, 그리고 학생들 간 가정환경의 차이와 개인 디지털 기기의 보급 정도로 인해 발생한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해 비대면 언택트 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 놓지 못한 결과”라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을 비롯해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모든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원격수업에 관한 제도적 기틀을 만들기 위해 조례를 발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에 이어 강득구 의원의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취약계층 학생 대상 원격수업 지원 기반이 지자체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마련될 수 있다.
 
부모가 맞벌이 걱정 없이 자녀의 원격수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하윤수 회장은 “학부모가 교사와 협력해 가정에서 자녀 돌봄과 원격수업 지원에 나서려면 기업 등 노동시장이 기꺼이 돌봄휴가, 탄력‧재택근무 등을 적극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유연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법‧제도 정비, 충분한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와 원격수업 그리고 디지털 교육격차와 교육불평등. 일각에서는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등교수업 확대와 정상화를 요구한다. 물론 궁극적으로 등교수업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등교수업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또한 제2·제3의 코로나19 습격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등교수업의 안정성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나아가 제2·제3의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법제화와 제도 개선에 국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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