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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백성들의 시체만 나딍굴고 있을뿐"

김병총의 소설 고사성어(108)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13)

  • 기사입력 2012.04.07 05:37
  • 기자명 김병총
즈음에 현종 제는 조서를 내려놓고 있었다.

--널리 천하의 인재를 구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간신 이림보가 재상으로 있으면서 시험의 책임자로 있었다. 이림보는 두보의 시험지를 받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아, 이자는 천하의 귀재다!'

그러면서 속으로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토록 훌륭한 인재들이 조정으로 들어오면 내가 권력을 독점할 수 없을 게 아닌가! 특히 두보는 예사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거든!'

이림보는 전원 낙방시킨 뒤 현종에게 엉뚱한 보고를 올렸다. "폐하의 명령에 따라 천하에 널리 인재를 찾았으나 이렇다할 인물을 한 사람도 찾지 못하였습니다. 재야에는 현명하고 어진 인사가 아무도 없는 듯 합니다."

장원급제를 자신하고 있던 두보로서는 이만저만 낙심되는 일이 아니었다.'세태가 이러하니 어떡하랴! 벼슬길은 나의 길이 아닌 것 같다. 더러운 세상을 질타하며 홀로 천하를 방랑하며 살다가 조용히 죽어가리라!'

그렇게 생각한 두보는 곧장 방랑길에 올랐다. 그는 현종의 여산 별궁 앞을 지나다가, '권세 있고 돈 있는 집에서는 술과 고기냄새가 코를 찌르고, 거리에는 백성들의 시체가 나딍굴고 있을 뿐이다'라는 분노에 찬 시를 남겼다.

그런 두보를 만난 이백은 세 차례에 걸쳐 교유를 했으며, 석문산에서 헤어진 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드디어 '안록산의 난'이 터졌다. 현종황제는 난을 피하여 촉으로 가던 도중 한중군에 있는 아들 영왕 인에게 동남 일대를 지키라고 명했다.

이에 영왕 인은 수만의 군대를 이끌고 장강을 타고 내려와 구강에 이르렀다. 이 때 이백은 깊은 산골 여강에 있었지만, 영왕 인이 간곡한 초빙을 해 왔으므로 얼떨결에 영왕의 막하로 들어갔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현종의 퇴위로 태자 숙종이 즉위하자 영왕의 막강한 군사력이 위험해 보였다.--안록산의 난도 끝났으니 그대 영왕 인은 즉시 군대를 해산하고, 상황이 계신 촉으로 가라. 그런데 영왕 인은 숙종의 강압적인 요구에 불만을 품고 군대를 해산시키지 않았다.

"황제의 명령에 불복한다는 것은 반역행위 아닌가!”

영왕 인으로서도 할 말은 있었다.

“내가 대장군에 임명된 것은 부황으로부터요. 그러니 형님이 아무리 황제 위에 오르셨다 하나 부황의 허락 없이는 군대를 해산할 수 없소!”

숙종은 영왕 인을 반역자로 인정하고 드디어 토벌군을 파견했다.영왕군은 형제간의 무의미한 싸움에 목숨을 저버릴 뜻이 없었다. 때문에 반란군은 토벌군에 격파된 뒤 결국 영왕은 잡히어 죽고, 이백 역시 본의 아니게 역적죄로 옥에 갇히었다.별수 없이 이백은 처형당할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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