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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표-허락서.. 철모라 이름 붙여진 '콘돔'

[연재소설] 종군 위안부-61 '출장근무<24>'

  • 기사입력 2012.02.03 13:22
  • 기자명 정현웅
위안부의 방을 출입하려면 세 가지를 구비해야 했다.그것은 돈과 다름 없는 군표와 중대장의 허락서와, 철모라고 이름 붙여진 콘돔이었다.그 동안 보급되지 않았던 콘돔은 본부 부대로부터 대량 가져왔기 때문에 충분히 쓸 수 있는 양이 확보되어 있었다.술에 취한 니시야마 하사는 그 세 가지 중에 단 한 가지도 구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옥경을 희롱하려고 했다.

“이 년아, 내가 너희들을 관리하는 위생계 하사라는 사실을 잊었느냐. 그러니 내 말을 들어라.”
“싫어요. 군표와 중대장 허가서와 철모를 보이세요.”

“나는 그런 형식은 싫다. 형식을 떠나서 나와 사랑하지 않을래? 너희들 사랑이 뭔지 아니? 사랑은 먼저 형식을 떠나는 것이다.”
“사랑이구 형식이구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너희들 같은 갈보년이 뭘 알겠느냐?”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데요?”

“귀여워해 줄 테니 잔소리 말고 자빠져 봐라.”
“싫어요. 그 세 가지 내놓지 않으면 싫어요.”

“세 가지?”
“네. 군표, 허가서, 철모예요.”

“난 그런 거 없다.”
“그럼 위법이에요. 황군이 규칙을 위반한다는 것은 덴노헤이카께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옥경은 니시야마 하사를 물리치기 위해 그들이 경직되는 텐노헤이카를 입에 담았다.그러나 술에 취했기 때문인지 하사는 끔쩍도 하지 않고 술냄새를 풍기며 다가앉았다.

“저리 가요. 가지 않으면 소리칠 거예요.”
“소리쳐? 이년, 감히 소리쳐?”

니시야마 하사는 옥경의 몸을 후려쳤다. 옥경은 하사의 손에 머리를 맞고 정신이 핑그르 도는 것을 느꼈다. 하사는 이불 위에 쓰러진 옥경의 몸 위로 올라와서 그녀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네 년이지? 바른 대로 말해라.”
“무엇을요?”

“네년이 내 머리를 때렸지?”
“그랬어요.”

하사는 대답을 듣자 옥경의 뺨을 갈겼다.옥경의 뺨을 이리저리 후려치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네 년 때문에 나는 무라노 소위에게 치도곤을 당했다.다른 애들을 꼬여서 물어보니 네 년이 돌로 내 머리를 쳤다고 하더군.”
“그랬어요. 어쩔 거예요? 죽일 테면 죽여요.”
“너 따위를 못 죽일 것 같으냐. 가만 있자----.”

니시야마 하사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옥경의 머리 위에 있는 수건을 들어 그녀의 입안에 넣었다.재갈을 물리는 것이었다.두려운 생각이 들었던 옥경이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하사의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두 발을 허우적이고 팔을 내저었으나 하사의 무거운 몸에 짓눌려 벗어나지 못했다.

소리를 치려고 했으나 수건이 한입 입안에 들어가 있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하사는 그녀의 몸을 묶었다.이불 천을 찢어 그것으로 손발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옥경의 몸을 결박한 니시야마 하사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물었다.담배 한 개비를 모두 태울 때까지 하사는 웃으며 묶여 있는 옥경을 바라보았다.

담배를 피우고 일어난 하사는 옥경의 몸을 둘러메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어둠이 덮이고 있었다. 초승달이 한쪽 하늘에 삐져 나와 숲을 비췄다.추위 때문인지 병영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병사의 모습이 보여도 하사가 하는 일에 신경쓸 자는 없을 것이다.

옆을 지나가는 병사가 있었으나 하사와 함께 키득거리고 웃을 뿐이었다.니시야마 하사는 묶은 옥경을 둘러메고 벼랑 위로 올라갔다. 숲을 옆으로 끼고 우뚝 솟은 벼랑은 바람을 맞받아서 무척 추웠다.아래로는 땅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절벽이었다.

니시야마 하사는 옥경을 소나무 밑으로 들고가서 내려놓았다.그는 소나무에 그녀의 몸을 묶었다. 몸을 묶으면서 무척 재미있는지 계속 키득거리고 웃었다.

“허허허, 내 한숨 잠자고 와서 풀어 줄 테니 여기서 저 들판을 바라보고 쉬어라. 저기 강이 보이고 들판이 보이잖느냐? 어둡지만 초승달이 비칠 것이다.”

벼랑 위 소나무에 묶어놓고 가려던 니시야마 하사는 다시 돌아와서 그녀의 바지를 벗겼다.

“군복 차림이면 춥지 않겠지. 아랫도리만 춥도록 해 주지. 구멍에 고드름이 맺히게 말이야. 하하하”

옥경의 다리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떨게 하였다.옥경은 숲으로 사라져 가는 하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이렇게 해서 나는 이곳에서 죽게 되는구나. 죽는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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