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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의 달콤한 유혹

  • 기사입력 2020.01.03 15:40
  • 기자명 김정아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없다고 나는 본다. 2020년은 남북 분단이 공식화 된지 72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이 4일간(2019년12월28일~31일)의 제7기 제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이하 전원회의)를 끝내고 그 결과를 2020년 1월 1일 공개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1) 조성된 대내외 형세 하에서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 (2) 조직문제, (3) 당중앙위 구호집 수정보충, (4) 당창건 75돌(1945년 광복기준)기념 등 총 4개의 의정(의제)이 상정됐다.

 

첫 번째 의정인 당면한 투쟁방향과 관련해 모두 8개의 결정문이 채택됐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했던 ‘새로운 길’의 초기 윤곽이 드러났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직접적인 도발 예고나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 북미 대화 중단 선언과 같은 우려했던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 또 ‘충격적 실제행동’,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지속 등을 언급했지만, 일정한 모호성을 유지해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

 

이는 정책적 운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신중함을 일단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고 또 향후 북미관계를 ‘교착상태의 장기성’으로 표현하며, 향후 미국의 대북 입장에 따라 협상 재개의 문은 열어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목적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 2회와 2019년 북미정상회담 2회가 진행됐지만 북한 제7기 제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는 북핵문제의 원위치라 볼 수 있다.

 

남북은 오랜 분단의 시간동안 많은 갈등을 겪었으나 분단의 비극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대화와 교류 노력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1953년 6.25전쟁 휴전이후 다시 대화를 시작한 1971년부터 2018년 9월 12일 현재까지 남북당국은 공식적으로 668회 만났다. 그러나 아직도 남과 북은 통일을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매번 주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었지만 지금도 우리는 같은 패턴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해법을 위해 문제의 원인이 언제부터, 어떻게, 왜 발생했는지를 우리는 다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1955년 출판한 [조선중앙년감]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다. 1953년 9월 19일 소련 크레믈린에서 열린 만찬회 석상에서 김일성은 연설을 통해 “1949년 소련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간에 체결된 경제 및 문화적 협조에 관한 협정에 대해 소련이 조선인민에게 준 백방의 원조는 조선을 민주주의적으로 가일층 발전시키는 사업에서 결정적인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후 1955년 1월 17일 소련 정부는 내각성명을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목적에의 이용에 대해 커다란 의의를 부여하면서 “핵물리학 분야에서와 원자력의 평화적 목적에의 이용 분야에서의 연구 발전을 위한 과학 시험 기관들을 설치함에 있어서 다른 나라들에 과학 기술 및 생산 원조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힌다.

 

이후 1956년 <북·소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하면서 구소련 드브나 핵 연구소에 과학자들을 파견하여 선진기술 확보 및 [전문 인력 양성]의 기초를 마련하며 본격적인 핵개발에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김정일 집권 동안 북한은 공식적으로 핵 독트린을 밝힌 바가 없다. 즉 북한은 1차 핵 위기 이후 근 20년 동안 그들의 핵능력과 전략에 대해 소위 핵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북한이 핵무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이다. 김정은 정권은 2013년 3월 31일에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해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시켜 사회주의 강성국가건설위업의 최후승리를 앞당겨 나갈 데 대하여」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또한 이러한 전략 노선이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고 혁명의 최고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항시적인 핵위협을 가해오는 상황에서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다져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전쟁억제력과 전쟁수행전략의 모든 측면에서 핵 무력의 중추적 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전법과 작전을 완성해나가고, 핵 무력의 전투준비태세를 완비해 나가야한다’ 고 강조했다.

 

이상과 같은 전략 노선의 강조는 향후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와 규범에 구속받음 없이 영구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고 핵무기를 군사적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2013년 전원회의 직후인 4월 1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했다. 북한 정권 최초의 핵전략 관련 지침으로 알려지는 이 법령은 총 10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법령을 통해 핵무기 개발동기, 사용원칙, 사용대상, 최종승인권한, 핵전력 강화계획 등을 포괄하는 핵전략을 대내외에 표명했다.

 

북한의 핵 발전은 어느 한시기의 어느 한 지도자의 의하여 이루어진 역사가 아니라 김일성이 시작해 김정일이 발전시키고 김정은이 완성한 북한 3대 세습독재자들에 의한 결과물이다. 1950년대부터 핵개발의 첫걸음인 핵 기술자 양성부터 본다면 북한의 핵 역사는 이제는 무려 70년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군사 분야에서도 [주체사상]에 입각한 [국방에서의 자위] 원칙에 따라 1962년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하고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

 

북한 헌법 제60조에서 [국가는 인민을 정치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기초위에서 전군 간부화, 전군 현대화, 전 인민 무장 화, 전국요새화를 기본 내용으로 하는 자위적 군사노선을 관철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와 앞으로의 미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역사의 증거이자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다른 시각으로 북한을 다시 살펴봐야한다는 숙제이기도 하며 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들게 한다.

 

주목할 것은 남북한의 정상회담, 북미간의 정상회담은 북한의 이런 핵 법령이 발표된 이후에 진행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목적으로 한 남북간, 북미간 정상회담 모두 그 어디에서도 이 법령의 문제가 공개된 적이 없다. 3대가 이렇게 오랜 역사를 거쳐서 완성한 북한의 핵무기가 과연 비핵화가 될 수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북한이 정말 비핵화로 나온 대화의 장이라면 이 법령의 문제부터 북한 스스로 철퇴하여야 되는 것이 아닌가? 겉으로는 대화를 하려고 한다면서 뒤에서는 핵 보유 공식 법령까지 만들어 공표한 북한의 행동을 우리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북한의 양면전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서 놀랍지는 않지만 필자가 평화통일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장 의문을 가진 부분이 이점이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이중성을 가진 북한의 말과 행동에 저리도 신뢰를 하는 것은 왜 일까? 필자가 북한 이제순 군사대학에서 공부할 때 일반보병전술 시간에 교관이 하던 첫 멘트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조선인민군 군사전략에는 방어전이 없다. 오직 공격전만 있다. 명심하라!” 이 말의 의미는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은 오직 적화통일만 있다는 뜻, 즉 전쟁을 통한 군사 통일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군은 오직 방어전만 있다. 물론 국제 법을 중시하고 국제질서를 중요하게 이행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당연하지만 대한민국이 마주하는 북한은 그런 국제법과 질서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안하무인이니 정말 이것이 맞는 것인지매우 혼란스럽다.

 

세상에 평화통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 평화통일에도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고 대한민국 사회가 평화통일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은 지금 이순간도 동계훈련으로 전민, 전군이 군사훈련 중이다. 북한은 동절기 훈련이 제일 엄격히 진행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최전방의 육군부대들이 해체되고 있어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 설명절의 분위기로 들떠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평화만 있지 않다. 안보가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탈북민들에게 2019년은 아픔의 해이다. 한성옥 모자의 아사사건과 2명의 북한어부들의 북송문제는 대한민국과 제3국에 있는 탈북민들에게 큰 충격과 아픔을 남겼다. 북한과의 진정한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탈북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의 소통부터 하길 바란다. 말로만 ‘먼저 온 통일’이 아니라 행동으로 먼저 온 통일들과의 소통과 친숙함, 정겨움을 나누면 언젠가는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통일의 꿈이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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