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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소액사건 '판결 이유 생략' 특례 적용으로 깜깜이 재판…기본권 침해"

접수에서 선고까지 단 31분…"법원 편익 때문에 제도 변질"
"판결문에 이유 기재하고 소액기준 법률로 규정" 촉구

  • 기사입력 2021.11.30 13:31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기자회견 모습[경실련]

소액사건 재판의 특례 적용이 오히려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소액사건심판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소액사건은 소송목적의 값(소송가액)이 3천만원 이하 민사사건이다. 항목별로 양수금, 구상금, 대여금, 임금 등 민생현안 직결 사건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현행 소액사건심판법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소액사건의 경우 '판결서 이유 기재 생략' 등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소송당사자는 판결 이유를 알 수 없다. 일명 '깜깜이 재판'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경실련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법원의 민사사건 482만 5692건 가운데 소액사건은 350만 7010건이다. 이는 전체 민사사건의 72.7%를 차지한다.

또한 소액사건 담당 법관 1명의 처리 소액사건은 1년에 약 4천 건으로 일반 민사사건(433건)의 10배 수준이다. 이는 독일(90건)의 44배에 달한다. 한 마디로 과도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것.

특히 사건 기준으로 보면 소송당사자가 소장을 접수하고 판결문을 받아볼 때까지 법관은 해당 소액사건에 평균 31분만 할애한다. 소액사건 당사자는 보통 6개월을 기다리고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송을 진행하는데, 고작 30분 검토한 깜깜이 판결문을 받는 셈이다.

아울러 경실련은 소액사건에 따른 2심 진행 항소비율은 4.1%에 불과, 제1심 일반 민사사건 항소율의 1/5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소액사건은 채무나 임금 등 주로 민생과 직결된 사건인데 판결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항소이유서도 쓰지 못한다"며 "지난 5년간 1심 소액사건의 항소율은 4.1%로 일반 민사사건의 5분의 1에 그쳤다. 법원 편익을 위해 제도가 변질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실련은 "소액의 기준인 3000만 원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16개월치 월급에 육박,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금액"이라면서 "국민들은 일상생활의 다툼을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최후의 방법으로 법과 국가기관에 소송 제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지만, 법원이 정한 소액기준에 따라 알권리와 상급심의 재판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소액사건에 참여하는 소송당사자 10명 중 8명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나홀로 소송'을 진행한다"며 "비전문가인 소송당사자는 1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를 알 수도, 유추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워 항소심 청구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실련은 "20대 국회부터 이유 없는 판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도 논의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다"며 "이에 경실련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소액사건심판법'의 판결서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특례 폐지를 요구하며 국회가 조속히 법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사건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법관 인력을 보충해 국민의 신속하고 충실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현행 소액사건심판제도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재판부의 행정편의적 관점에서 사법제도를 운영한 결과물이며,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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