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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 화재로 전소…창건 이래 4번째 수난

절에 불만 품은 승려, 인화물질 뿌리고 불 질러…인명피해는 없어

  • 기사입력 2021.03.05 23:53
  • 기자명 신경호 기자
▲ 5일 오후 6시 37분께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불꽃이 치솟고 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천년 고찰' 내장사(內藏寺) 대웅전이 화재로 전소됐다. 화재 원인은 사찰 구성원 간 내부 갈등에 따른 한 승려의 방화로 알려졌다.

5일 전북도 소방본부와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차 20여 대가 신고 18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으나 대웅전은 이미 큰 불길에 휩싸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전북경찰청은 현장에 있던 방화 피의자인 승려 A(53)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 당시 그는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할 때 대웅전에는 사람이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최근 절에 온 뒤로 사찰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다가 다툼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화가 나서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제 시대 창건된 전북 정읍시 천년 고찰 내장사(內藏寺)가 5일 화마에 휩싸이며 건립 이래 네 차례나 화마 피해를 보는 비극을 맞았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 영은조사가 백제인의 신앙적 원찰로서 50여 동의 전각을 세우고 영은사로 창건했다. 1557년(조선 명종 12년) 희묵 대사가 영은사 자리에 법당과 당우를 새로 건립해 중창하고, 산 안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 있다고 해 절 이름을 내장사로 칭했다.

첫 번째 비극은 조선 중기 때 닥쳤다.정유재란 당시 사찰이 전소되는 불운을 겪었으며, 이후 1639년(인조 17년) 부용 대사가 중창하고 불상을 도금했다.

1779년(정조 3년) 영담 대사가 대웅전과 시왕전을 중수하고 요사를 개축했다.1923년 백학명 선사가 사세를 크게 중흥시킨 뒤 1938년 매곡 선사가 대웅전과 명부전, 요사채 등을 신·개축해 내장사의 면모를 일신시켰으나 한국전쟁 초기인 1951년 1월 내장사와 암자가 전소됐다.

이후 1957년 주지 야은 스님이 해운당을, 1958년 다천 스님이 대웅전을 건립했다. 1965년에는 대웅전과 불상과 탱화를 조성해 봉안했다.1974년 국립공원 내장산 복원 계획에 따라 대규모 중건이 이뤄졌다.

하지만 2012년 10월 31일 또다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내장사는 잿더미가 됐다. 당시 화재는 사설 보안업체의 감지 시스템에 의해 발견됐으나 이미 전소된 뒤였다.

정읍시는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 옛터에 시비 등 25억원을 들여 건물을 복원했으나 승려의 방화로 또다시 불에 타 신도와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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