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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평등법 시안 공개…성적 지향 등 21개 '차별 금지' 명시

국회에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제정 촉구…종교계에는 "우려 말라"

  • 기사입력 2020.06.30 14:27
  • 기자명 김하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30일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평등법)을 제정하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법안의 시안을 공개했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거쳐 법안 시안을 확정한 뒤 "평등법 제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며 "국회는 시안을 토대로 건설적 논의를 해 조속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개인의 정체성은 다양한 속성이 중첩돼 있다. 개인은 일상에서 이들 요소가 서로 연결된 경험을 하게 되므로, 차별을 정확히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별 현실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법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출범 초기부터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위해 정부 입법을 권고해왔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국회에 직접 입법 의견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5개 장 39개 조항으로 이뤄진 평등법 시안은 '차별 사유'를 21개로 범주화했다.

여기에는 보수 개신교계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포함됐고 혼인 여부와 임신·출산, 가족 형태·가족 상황 등도 담겼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21개 차별 사유를 명시하되 '등'이라는 말을 써 사회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계에서는 '동성애는 죄'라는 말을 하면 잡혀가는 게 아니냐 우려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종교단체 안의 신념은 종교적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종교계에는 끊임없이 설명하고, 대화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저희가 넘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안은 차별의 개념을 ▲ 직접 차별 ▲ 간접차별 ▲ 괴롭힘 ▲ 성희롱 ▲ 차별 표시·조장 광고로 나누고 각 개념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예를 들어 '괴롭힘'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적대적, 위협적 또는 모욕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수치심·모욕감·두려움 등을 야기하거나 멸시·모욕·위협 등 부적정 관념의 표시·선동 등 혐오적 표현을 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정의한다.

아울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평등법에 맞게 기존 법령·조례·제도를 시정하고, 법령·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차별할 수 없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재난 상황 긴급조치를 위한 소수자 보호 원칙도 특별 규정으로 넣었다.

시안에는 악의적 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차별에 따른 손해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차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

최 위원장은 법안 시안의 명칭을 '차별금지법'이 아닌 '평등법'으로 한 이유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평등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며 "이름에서 '평등'을 앞으로 놓는 것이 보다 이 법안의 목적을 국민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전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인권위의 숙원사업이다. 2001년 출범한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추진위원회'를 꾸려 입법을 추진해왔고, 2006년 '차별금지법 권고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에게 정부 입법을 권고했다.

하지만 성적 지향 조항 등을 두고 보수 개신교계가 반대하는 등 사회적 반발이 거셌고, 이듬해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끝내 입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최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혐오라는 게 얼마나 광범위하고 해악을 주는지 사회적 인식이 전환됐다"며 "(이번에는) 입법 가능성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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