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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검찰 개혁 필요' 검찰, 피고소인 조사도 없이 ‘항고기각’

새로운 증거도 묵살, 사실관계, 판단근거에 대한 설명도 없어

  • 기사입력 2020.01.06 14:42
  • 기자명 고현석 기자
▲ 대검찰청 

검사의 불기소처분결정에 불복해 고등검찰청에 항고하는 항고제도에 대해 고소·항고인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검찰에 접수된 항고는 2만7931건에 달했으나 이 중 재수사 명령 건은 2,967건인 1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기각 관행과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몇개월을 기다렸지만 검찰은 항고 기각 사유를 원처분 검사의 ‘불기소처분결정’을 원용해 원론적인 답변만 몇 줄 내놓고 있다.   

특히 피고소인들의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도 검찰은 사실 확인을 했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아 검찰이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모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나왔던 강남땅부자 박 모 칠산개발대표의 부동산 사기 혐의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 측이 제기한 항고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이 사건의 고소인 A씨는 지난 2009년 2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박 씨 소유의 건물에 대해 보증금 100억 원, 월 임대료 2억 6천5백만 원, 계약기간 7년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예식장 사업을 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A씨는 관할 구청을 통해 해당 건물에서는 예식장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박 씨가 예식장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건물을 임대하는 바람에 인테리어 공사비를 포함해 약 2백억 원의 금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해당 건물의 사업계획서와 설계도면에 웨딩홀 시설과 부대시설이 기재된 사실을 건물 신축공사를 맡았던 업체를 통해 알게 됐으며, 박 씨가 예식장 운영업자들을 물색하러 다닌 사실도 이 사건의 참고인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고소인과 피고소인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에 예식업이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사업계획서에 기재됐다는 점과 건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공용시설보호지구로써 예식업을 할 수 없음을 고지해 줄 의무 여부 때문에 양측이 법정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박 씨 측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A씨에게 건물이 공용보호시설보호구역에 있다는 점을 알려 줬고, A씨로부터 예식업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경우에 대해 대법원은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춰 고지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건물을 임대한 고소인 역시 대비를 한 증거가 있어야 하므로 증거 여부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피고소인이 공용보호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됐고, 고소인에게는 어떻게 전달했는지, 고소인에게 사실을 알고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정황이 있는지 등의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검찰은 피고소인이 고령이라는 이유로 조사조차도 제대로 한 사실이 없고, 확인된 사항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고소인 A씨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 결정에 불복,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한지 2개월여만인 지난 11월에 기각통지를 받았다. 

불기소처분결정서에는 원처분검사의 결정대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이라는 달랑 한 문장이 전부였다는 게 A씨 측의 설명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 특경법위반(사기) 고소사건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이라며 불기소처분을 내린 바 있다.

상급기관에서 원처분검사와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도 사실관계 및 판단 근거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이는 법원의 원심과 항소심 판결문과는 크게 대조된다.

더구나 두 차례에 걸쳐 ‘사건을 재수사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등 잘못을 바로 잡아 달라’며 A씨가 낸 소송에서 검찰은 피고소인 박 씨를 단 한차례의 조사도 하지 않고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A씨는 항고에 앞서 변호인을 통해 불기소 결정을 면밀히 분석해 불복 사유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보강했다. 

그럼에도 고검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기각하자 A씨는 이에 불복, 대검에 재항고를 제기한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행위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수사와 항고기각 이유를 충분히 밝히지 않는 검찰의 무성의한 업무처리는 검찰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요즈음 한창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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