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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몰카 영상 속 100명 중 5명 정도는 자살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국내 최초 온라인 평판 관리 기업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

  • 기사입력 2017.11.07 17:01
  • 기자명 장현은, 한준석 대학생 기자
[한국NGO신문]장현은, 한준석 대학생 기자= 몰래카메라 영상이나 사진 등을 유출하는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 ‘온라인 평판관리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인 공익 캠페인 대행사 ‘트리거포인트’는 “개인의 성행위를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돼 삭제해달라는 요구가 최근 5년 사이에 7배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 한 번 유포되는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 영상이 유출된 피해자가 온라인 평판 관리사를 고용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영상 등 온라인 정보 삭제 전문 업체에 의뢰해 영상을 삭제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다.

온라인 평판관리사는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 또는 사망한 사람의 흔적을 찾아 지워주는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가이다. 온라인 시장이 활발해지는 만큼 온라인 평판관리사 시장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 최초로 등장한 온라인 평판관리 전문 업체인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를 만나 온라인 평판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 © 장현은, 한준석 대학생 기자

Q. 업체가 하는 일을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저희는 연예인의 악성 댓글, 기업의 허위사실 비방 게시물, 경쟁사에서 올린 글들을 삭제하는 기업 평판관리를 합니다. 기간이 지난 데이터 등의 데이터 쓰레기를 삭제하고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의뢰받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들의 과거 온라인 기록들 역시 삭제하는 업무도 담당합니다. 오프라인과는 다르게 온라인은 개인 정보와 흔히 ‘흑역사’라 불리는 창피한 기록들이 남아있죠. 이러한 기록들은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취업, 결혼 등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삭제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Q. ‘디지털 장의사 사업’이라고도 많이 불리던데 이건 어떤 건가요?
A.
우선 현재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장의사보다는 온라인 평판 관리사가 더 정확한 말입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사람이 사망한 뒤, 온라인의 기록을 정리하고 삭제하는 일을 말합니다. 저희가 하는 업무는 한 개인의 과거 기록을 지우는 업무, 기업의 온라인에서 평판을 관리하는 업무 등을 포괄하기 때문에 ‘온라인 평판 관리사’가 더 정확한 말입니다.


Q.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A.
2008년 당시 저희는 모델 에이전시였습니다.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하다가, 초등학교 5학년 꼬마 모델에게 악성 댓글이 달린 겁니다. 본인 광고를 봤는데 300개 넘는 악성 댓글이 달리고 안티카페 등이 생기는 걸 본 거죠. 이후 아역 모델은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준까지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광고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하던 찰나에, 온라인을 잘 아는 직원이 있어서 악성 댓글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각 포털 사이트에서 이를 삭제하고 아역 모델의 부모님, 광고주, 광고대행사 등에 삭제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 이후 아역 모델은 6개월 내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고, 광고주는 광고 모델 캐스팅 업무를 저희에게 전담했습니다. 저희는 ‘좋은 일을 했다’라는 뿌듯함을 느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저희가 캐스팅한 광고의 악성 댓글 등을 삭제하는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이 사업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
A.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시장이 크게 형성되지 않았었지만,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반인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에서 개인 정보 관리가 너무나 허술합니다. 누구나 쉽게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저희와 같은 온라인 평판관리 업계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거라 생각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삭제를 하는지?
A.
우선 저희가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순환시켜 데이터를 뽑습니다. 게시물 안의 특정 단어나 표현을 인식하고, 사진과 이미지의 색깔을 검색해 데이터를 분류합니다. 뽑혀진 데이터를 악성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를 합니다. 그 뒤에 데이터를 하나씩 읽어보고, 의뢰자와 협의를 통해 삭제할 것과 삭제하지 않을 것을 분류합니다. 삭제를 요청하는 데이터에서 게시판 관리자 회사, 포털 사이트 회사에서 삭제의 타당성이 부족하다 생각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땐, 논란이 되는 데이터를 정보통신망법 등을 통해 대응하여 삭제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습니다.


Q.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A.
비용은 최소 30만 원에서 한 달에 200만 원~500만 원입니다. 24시간 모니터링을 원하는 분들은 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매일 모니터링을 해서 찾은 뒤에 삭제하는 형태로 3~6개월 동안 계약하는 겁니다. 보통 올리는 사람만 올리기에 그 사람에게 삭제 요청을 하면 그 사람은 자기가 범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같은 데이터를 다시 올릴 수 없게 되는 겁니다.
3~6개월 계약 이후에는 모니터링 계약을 합니다. 모니터링 계약이란 지속적인 데이터를 모니터링해서 의뢰인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이때는 찾아준 데이터에 대해 삭제 비용을 개당 받고 있습니다.

▲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 © 장현은, 한준석 대학생 기자

Q. 의뢰인은 일반인이 많은가요? 아니면 연예인이나 기업이 많은가요?
A.
가장 많은 의뢰인은 청소년입니다. 어릴 적 쓴 악성 댓글, 연예인 팬픽 등의 데이터부터 메신저로 누구를 매도한 경우, 왕따를 당한 기록, 몸캠을 당한 사진들 등 여러 의뢰를 문의합니다. 특히 남자친구와 성적인 호기심에 주고받았던 사진이 다음날 학교에 공개되는 등의 사건의 피해자들이 호소하며 찾아옵니다.
위의 사건들을 당한 청소년들 중 부모님과 같이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를 부모에게 차마 알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이 직접 연락했을 때에는 저희가 무료로 해줄 테니, 사회봉사로 비용을 대신하라고 전합니다. 예를 들면 학교 봉사 활동 20시간을 저희 회사가 지정한 날로부터 한 뒤에 봉사확인증을 주면 삭제할 데이터를 삭제하는 식입니다. 돈이 없는 청소년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저희 회사를 찾아서 호소하는 데 그냥 넘길 수 없죠. 심지어 어떤 청소년들은 대학에 가서 성인이 되면 알바를 해서 갚겠다고 하는 청소년들까지 있습니다.


Q. 리벤지 포르노도 요즘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데, 그와 관련된 의뢰도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A.
우선 리벤지 포르노라 부르는 것보다 ‘디지털 성폭력’이라 말하는 게 정확한 명칭입니다.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 당사자 여성이 주변의 얘기를 듣고 삭제를 의뢰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몰카에 찍혀서 유포되는 경우나, PC나 모바일 해킹으로 유포가 되거나 AS센터에서 직원이 백업 다운로드를 하다가 유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유포되는 경로는 생각 외로 다양한 방법으로 유포될 수가 있는 겁니다.


Q.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업체에 의뢰 후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데 사실인지?
A.
저희에게 의뢰가 들어온다는 건 피해자가 누군가에게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때부터 피해자의 생활은 유포되기 전과 후의 생활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고 혼자 고립되는 겁니다. 그런 와중에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희에게 의뢰가 들어오고, 저희가 정보를 찾은 뒤 이틀 정도 뒤에 연락하면 연락을 받지 않는 사람이 100명 중 5명 정도 생깁니다. 연락처를 바꿔 저희한테까지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고, 자살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 가족이 전화를 받아서 ‘우리 아이는 죽었으니 이제 연락하지 말라’고 한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럴 땐 저희가 자녀분한테 의뢰받은 내용을 얘기할 수도 없고 참 애매하죠.


Q. 최근 문재인 정부의 몰카 정책에 관해서 업체가 연관이 되어있는데?
A.
저희는 계속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와 협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몰카 대응 정책에 크게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정부의 정책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몰카 문제가 우리나라 사회에서 심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그동안 몰카 피해자 사례를 언론에게 계속 알렸었고, 그러한 것들이 모이고 이슈화된 것이 정책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몰카의 피해자들이 돈 없는 어린 연령층이 많기 때문에 나라에서 몰카 피해자 지원정책을 한다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께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당신이 보고 있는 영상 중 100명 중 5명 정도는 자살을 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마음으로만 하고 해당 영상을 찍거나 보관하지 않도록 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그게 유포가 됐을 경우에 유포 당사자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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