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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 모란꽃에 빗대 찬양한 시 아니라고?

김병총의 소설 고사성어 (104)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9)

  • 기사입력 2012.03.10 06:58
  • 기자명 김병총
이백의 어처구니없는 공격에 고역사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지만, 그는 역시 교활한 모사꾼이었다. 교활한 모사답게 그는 금새 얼굴색을 바꾸면서도 속으로는 이를 갈고 있었다.

그러문요. 벗겨 드리지요.”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 얼마 있지 않아 고역사는 가만히 양귀비를 찾아갔다.

“귀비께옵선 전날 이백이 귀비를 위해 지어올린 ‘청평조사’ 제2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양귀비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싯귀가 어때서요? 나의 미모를 모란꽃에 빗대어 최고로 찬양한 시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잘못 해석하신 겁니다.”

“잘못 해석했다고?”
“극찬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귀비를 극도로 비방하는 내용입니다.”

“무어라고?”
"가련한 조비연이 잔뜩 화장하고 나타나면 간신히 양귀비에 비길까’하는 대목이 있잖습니까.”

“그랬었지요.”
“조비연이 어떤 여인입니까.”

“한나라 성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황후가 아닙니까.”
“그렇지만 그녀의 출신은 비천했습니다. 다만 출중한 미모 덕으로 황후의 자리에 올랐던 것만은분명합니다.”

“그런데?”
“조황후의 최후는 어땠습니까?”

“그야 자신의 교활함이 원인이 되어 평민으로 내쳐진 뒤 비참한 최후를 맞는 여인이지.”
“바로 그 점입니다.”

“뭐요?”
“귀비의 출신을 은근히 문제삼고 있는 대목이 바로 그 귀절입니다.”

“가만 있자. 생각해 보니 그럴 것도 같소!”
“뿐만 아닙니다. 귀비께서도 결국은 조비연처럼 비참한 최후를 당할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습니다.”

“아, 그것도 모르고 난 이백의 천재성만 극구 칭찬했는데!”
“부하들을 시켜 이백을 미행토록 했더니 글쎄, 백주 대낮에 장안 번화가 주청에서 술에 취해 귀비를 욕한다고 하지 않았겠습니까.”

“나를 욕해?”
“술손님 아무나 붙들고, ‘양귀비는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고 있다’고 떠벌리더랍니다.”

단순한 양귀비는 고역사의 고자질에 속절없이 넘어갔다. ‘이 오만방자한 놈,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천재면 뭘 해. 네놈의 인생도 끝장인 줄 알아라!’ 현종황제와 합방하는 날이었다. 양귀비로서는 이백을 내쫓기 위해서 베갯밑 송사가 제일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행히도 그날 밤 현종은 양귀비와 방사를 즐기기 전에 느닷없는 질문을 했다.

“귀비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겠는데, 여성이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지를 남성은 어떻게 알 수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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