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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미 하원 의장에 대한 ‘의전 홀대’와 ‘외교 참사’

"대통령실의 큰 실책이자 외교 참사"

  • 기사입력 2022.08.05 01:35
  • 기자명 김승동 대표기자
▲ 3일 밤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는 펠로시 미 하원의장[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의전 홀대' 논란과 ‘외교 참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포함한 미 하원의원 대표단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2일 대만을 방문한 뒤, 3일 밤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내한했다. 그런데 미 하원 대표단이 공항에 입국할 때 우리 정부나 정치권에서 아무도 나가지 않아, 펠로시 의장 측에서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전 홀대’ 논란과 책임 공방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회 측은 "펠로시 의장의 도착 시간이 늦어 미국 측과 실무협의를 거쳐 공항에는 나가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펠로시 측에서 밤늦게 도착한다는 이유로 영접을 사양했기 때문에 공항에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건 외교의 기본이 안되는 것은 물론 예의도 아니다. 펠로시 측에서 공항에 나오지 말라는 말을 과연 진정성을 갖고 말했는지 모르지만 설사 그렇게 말을 했더라도 우리 정부와 국회 양측이 어떻게 그렇게 처신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누구인가? 그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 국가의전 서열 3위 인사다. 1987년 하원의원 당선 이후 무려 18선 의원이다. 하원 의장만 4번째다. 미 하원 의장은 한반도 문제 등 미 외교 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미 하원의장의 방한은 20년 만으로 더욱 주목된다. 그런데 밤이 늦어 영접을 안했다고? 펠로시 일행이 오산에 도착한 것은 3일 밤 9시 26분이였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 쑹산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우리보다 한 시간이나 더 늦은 10시 45분 쯤이였다. 그런데도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외교부장관 격)이 쑹산 공항을 직접 찾아 영접했다. 너무 비교된다. 82세의 노회한 여성 정치 거물이 두 나라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의 ‘의전 홀대’를 생각하지 않을까? 불원천리(不遠千里)도 마다 하지 않는 게 우리의 손님 맞이 모습 아닌가? 특히 국익이 걸린 외교에서는 더 그렇게 해야 되지 않는가?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직접 만나는 대신 40여 분 전화 통화만 했다고 해 더욱 어이가 없다. 미국의 서열 3인자는 일부러 미국을 방문해서라도 만나야 할 터인데 어느 참모의 조언에 따랐는지 모르지만 국내에 들어온 VVIP를 홀대하는 것은 굴러온 복이나 기회를 발로 차는 격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통령실은 당초 윤 대통령의 휴가기간과 펠로시 의장의 방한 시기가 겹쳐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통화를 해 그럴 바에야 30분이라도 직접 만나지 왜 그렇게 안하는지에 대한 의아심과 빈축이 쏟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은 일정과 미국의 중요성, 펠로시 의장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에 대해 의전상 국회의장의 카운트파트너는 국회의장이라고 주장까지 하면서 논란을 피해 나가려고 하지만,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 지금까지 미국 상하의원들이 방한하면 거의 예외 없이 대통령이 만나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펠로시 의장의 방한 당시 그와 회동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각국 정상들을 모두 만났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물론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말레이시아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와도 회동을 가졌다.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5일 조찬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야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초 지방에 가려던 휴가를 취소하고 서울에 머물고 있었고 그것도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배우들과 저녁 식사도 한 것 등으로 볼 때 펠로시 의장과 만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한.중 관계 등 여러 가지 속사정이 있어 이를 애써 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오는 24일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있어 고민 끝에 전략적 선택으로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하원 의장을 안 만났다고 중국이 우리를 이쁘게 봐 줄지 의문이나 그 고뇌도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고뇌는 간곳없이 대통령 비서실이 산통을 다 깼다. 최영범 대통령 홍보수석이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게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은데 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것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다”라고 말해 결국 중국 눈치를 본 결과였다는 것을 대통령실이 스스로 뽀록을 냈다. 자국의 3인자인 펠로시 하원 의장에 대해 ‘의전 홀대’를 한데 이어 윤 대통령마저 중국의 눈치를 보고 환대하지 못한 것을 미국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통령실의 큰 실책이자 ‘외교 참사’라고 본다. 대통령 홍보수석이 그렇게 정무적 판단을 못하고 속내를 드러내야 되겠는가? 말 많은 대통령실의 역량에 의구심이 더욱 커진다. 정말 선수 교체가 필요한 것 같다. 등거리 외교를 하려다 미국이란 집토끼와 중국 산토끼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까도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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