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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지지도 더 떨어뜨리는 ‘5세 입학’ 졸속 정책

  • 기사입력 2022.08.03 01:01
  • 기자명 김승동 대표기자
▲ 김승동 대표기자/정치학 박사

정부가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는 학제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정책 폐기를 시사했다.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발이 생각 이상으로 거셌기 때문이다.   

정책이 발표되자 해당 학부모들 마다 뿔이 나 불만을 표시했고 급기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40개 단체가 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입학 연령 하향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박 부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박 부총리도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는 듯 했다. 하지만 박 부총리가 인터뷰에서 '입학연령을 1개월씩 12년에 걸쳐 줄이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해명한 발언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면서 반발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교육감들도 2일 교육부 학제개편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개편안에 이어 또다시 중요한 국가 교육정책 발표에서 교육청을 허수아비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학제개편안을 일선에서 집행할 교육감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기대 난무였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이해관계 상충으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사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교육부의 학제 개편안을 보고받고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학부모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였다.

결국, 박순애 교육부 장관도 2일 “국민들이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제개편안의 졸속 추진을 자인하고 사실상 정책을 철회한 것이다. 이거야 말로 졸속행정의 표본이다. 정부 정책이 이 정도까지 시민의 불신을 받은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대선 공약에도 없던 학제 개편안을 교육부가 난데없이 들고나와 한바탕 혼란과 분란을 일으킨 것이다. 한 마디로 박 부총리가 똥볼을 찬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이번 소동이 기본적으로 박 부총리의 전문성 부족 탓이겠지만 입각때 부터 궁지에 처한 박 부총리가 국면 전환을 위해 한 건 하려다가 사태를 악화 시킨 것으로도 이야기 되고 있다.

▲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1990년대부터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꾸준히 거론돼 온 문제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도 뚜렷한 진전을 내지 못할 정도로 복합적이고 예민한 사안인 교육연령 하향 조정 추진안을 학부모와 교원 등 관련 단체 등을 상대로 사전 의견수렴 없이 덜컥 발표하니 이를 둘러싼 반발이 분출한 것은 당연한 것이였다.

박 부총리는 졸속 개편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안 그래도 생활고 등으로 시름이 많은 국민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염려를 더한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이번 문제는 가뜩이나 바닥을 기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을 더 부추길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그렇다면 입각 당시부터 자질 문제로 시비가 들끓었던 박 부총리는 평지풍파(平地風波)의 책임을 질 결단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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