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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진화에도 ‘취학연령 하향’ 논란 일파만파···반발 여론 전방위 ‘확산’

박순애 부총리,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조정방안 제시
교육시민단체 반발에 박 부총리 진화 나섰지만 사태 '점입감경'
윤 대통령, ‘취학연령 하향 공론화’ 교육부에 지시

  • 기사입력 2022.08.02 15:40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0여 개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교육부発 학제개편계획 후폭풍이 거세다.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조정(만 6세 → 만 5세)방안이 공개되자 교육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사태는 점입가경 형국이다. 특히 교육시민단체는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조정방안 자체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에 '취학연령 하향 공론화'를 지시, 사태 해결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취학연령 하향조정방안 공개에 교육시민단체 반발

박순애 부총리는 지난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이날 업무계획의 주요 내용은 교육부 개편, '(가칭)미래교육 비전 2040' 미래교육 방향 제시, 에듀테크 산업 진흥, 한국 교육모델의 세계 진출, 국가 책임 강화,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 등이다. 

특히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학제개편계획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낮추는 방안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만 6세' 해의 다음해 3월, 한국 나이로 8세가 초등학교 입학년도다. 그러나 교육부는 의무교육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겨 교육과 돌봄의 격차를 줄이고,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학제개편방안이 알려지자 교육시민단체에서 즉각 반발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지난 7월 29일 성명을 통해 "만 5세 유아를 학교에 편입시킨다면 부적합한 교육환경, 교육과정, 교육활동 등으로 발달에 적합한 교육 혜택을 받을 권리가 훼손되고 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또한 경쟁이 조기에 시작됨에 따라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 학습과 학교생활 부적응 등 여러 부정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유아를 위한 정책도 아니고 부모가 원하는 정책도 아닌 학제개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왜 반복적으로 논의되고, 추진되는 것인가"라며 "지속적으로 제기와 폐기를 반복하는 정책에 더 이상 유아들을 거론하지 말고,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발표한 0~5세 유보통합을 중점적으로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이하 청소년정책연대)도 지난 7월 31일 성명을 통해 "지금도 초등학교 1학년은 40분간의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가 없을 정도인데 6개월만 차이가 나도 격차가 크게 존재하는 만 5세 어린이가 교실 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한다"면서 "교육부와 대통령이 아이들의 발달 상황과 보육 현실을 전혀 모르는 듯 해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학부모가 원하면 만 5세 입학이 가능하지만 그런 사례가 거의 없음에도 이를 강제로 규정지어 학교에 아이들을 수용하고자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지시와 통제적 행위가 일상화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독선을 넘어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의 행복 추구를 저해하는 반교육적 행위"라고 직격했다.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 부총리, "사회적 합의 도출" 진화 나섰지만 사태 '점입가경'

그러자 박순애 부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박 부총리는 지난 1일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학연령 하향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한 것은 아이들이 모두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국가 책임교육에 있어 아이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부총리는 '사회적 합의 도출'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 간담회와 대규모 국민 설문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마련될 텐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너무 많은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고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총리의 해명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반발 여론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취학연령 하향조정방안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0여 개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이하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만 5세 초등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범국민연대는 ▲유아의 삶과 성장을 '산업인력 양성' 경제 논리에 종속시키는 반교육 정책을 당장 폐기할 것 ▲학부모의 혼란을 야기하고 유아교육·보육계를 고사시키는 '만 5세 초등취학 학제개편'을 철회할 것 ▲교육정책 수립과 결정 과정에서 교육 당사자(학부모, 교원, 학생 등)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범국민연대는 기자회견에 이어 2일부터 5일까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릴레이 집회'를 개최한다. 앞서 지난 7월 말부터 인터넷 맘카페 등을 통해 범국민연대의 '만 5세 취학 철회 촉구 서명운동'이 공유되며 2일 기준으로 14만 8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교원(교사)의 95%도 만 5세 초등 입학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정성국·이하 교총)가 지난 1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1만 662명 참여)한 결과 응답 교원의 94.7%가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절대 다수(82.2%)가 '아동의 정서 등 발달단계와 교육과정 난이도 등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고 꼽았다. 적정 초등학교 취학연령은 현행처럼 '만 6세 적합' 응답이 85.2%로 가장 많았다. '만 5세' 응답 비율은 4.6%에 그쳤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부장관이 국민 설문조사 등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긴급 설문조사 결과는) 교육현장의 정서를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조기 사교육만 초래하고 유아의 행복권을 박탈하는 만 5세 초등 입학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문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취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 철회 요구 대열에 동참했다. 조 교육감은 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여러 정부에서 취학연령 하향을 통한 학제 개편 논의가 있었다"면서 "실행까지 이르지 못한 것은 극심한 혼란과 추계조차 쉽지 않은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지만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지금 교육부 방안은 그간 논의조차 정리하지 못한 수준"이라며 "교육부가 지금과 같은 합리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을 원한다면 이번 방안은 철회하고 다시 원점에서 사회적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 교육부에 공론화 지시···사태 해결 물꼬트나?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조정방안이 반발 여론에 휩싸이자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에 공론화를 지시했다. 이에 취학연령 하향조정방안 사태 해결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 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안 수석은 "다양한 우려에 대해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는 것도 교육부의 몫"이라며 "정해진 답은 없다. 옳은 개혁 방안이 있을 때 공론화할 책임, 국민과 소통할 책임은 정부에 우선적으로 있고 국회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교육개혁에 관심을 갖고 대승적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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