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교육시민단체 반발에 박순애 부총리, "만 5세 입학 사회적 합의 도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조정 방안 제시
교육시민단체 중심으로 반발 확산···"확정된 것 없다" 진화

  • 기사입력 2022.08.01 16:07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교육시민단체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년간 5개 학년 출생아 입학' 시나리오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육시민단체는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조정 방안 자체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어 진통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 간담회와 대규모 국민 설문 실시···의견 수렴

박 부총리는 1일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학연령 하향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한 것은 아이들이 모두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국가 책임교육에 있어 아이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부총리는 지난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한국 나이 8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박 부총리는 업무보고 직전 사전브리핑에서 ‘4년간 5개 학년 출생아 입학’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5개년(2018년∼2022년) 출생아를 분산 입학시키는 방안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조정 방안이 공개되자 교육시민단체에서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박 부총리가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부총리는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마련될 텐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너무 많은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고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총리는 전문가 간담회와 대규모 국민 설문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국민 설문은 2만명 이상을 대상을 진행된다. 

아울러 박 부총리는 '4년간 5개 학년 출생아 입학' 시나리오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박 부총리는 "그게(과도기) 더 늘어날 수도 있다. '4년'이 확정되고, 그것을 꼭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대안들을 열어놓고 토론하고, 합의 과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설명했다.

박 부총리는 아동 간 발달격차나 돌봄 공백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부총리는 "(학제개편을 할 경우) 교과과정도 바뀌고 학교 공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은 염두에 뒀다"면서 "어머님들이 우려하는 돌봄에 대해서도 1학년과 2학년에 대해서는 전일제 돌봄 저녁 8시까지 돌봄을 하겠다는 제안들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폭넓게 의견수렴이 선행되지 못하다 보니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다"며 "정책은 말씀드릴 때(발표할 때)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부터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학부모, 전문가, 정책 연구 등을 통해 시작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0여 개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교육시민단체, 취학연령 하향조정 방안 중단 촉구

박 부총리가 진화에 나섰지만 교육시민단체는 취학연령 하향조정 방안 자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0여 개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30여 개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는 "만 5세 초등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학제개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30여 개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는 "현재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대입 경쟁의 시작점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따라서 만 5세가 초등학교에 1년 일찍 취학하게 된다는 것의 실질적 의미는 1년 일찍 유아들을 잔인한 경쟁교육으로 내몰아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서열화한다는 것이 된다"고 비판했다.

30여 개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는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현장의 '유아중심-놀이중심 교육과정' 또한 취원율 경쟁으로 인해 파행적인 교육과정으로 변질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 아이들의 성취는 성적으로 평가, 부모의 경제력이 좌우하는 사교육에 더욱 크게 의존할 것이며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교육불평등이 가속화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유아들의 삶과 성장을 단지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경제 논리에 종속시키는 반교육적 정책을 당장 폐기할 것 ▲정부는 학부모의 혼란을 야기하고 유아교육·보육계를 고사시키는 '만 5세 초등취학 학제개편'을 철회할 것 ▲정부는 이후 교육정책 수립과 결정 과정에서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 교원, 학생 등 교육 주체의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주문했다. 

앞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지난 7월 29일 성명을 통해 "유아의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대통령 국정과제인 유보통합의 뜻을 달리 해석,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학제개편 방향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반드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취학연령 하향조정은) 유아의 전인적 발달과 교육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마련을 위한 경제논리로 간단히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유아에게 최적의 발달을 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올바른 성장을 이끌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유아 대상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은 놀이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돼 있다"며 "현재 초등학교의 교육환경과 교육과정을 떠올려보면, 놀이중심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만 5세 유아를 학교에 편입한다면 부적합한 교육환경, 교육과정, 교육활동 등으로 인해 발달에 적합한 교육 혜택을 받을 권리가 훼손되고 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조기에 시작하는 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 학습과 학교생활 부적응 등 여러 부정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여러 연구와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는 유아기보다 초등학령기 이후 더 많이 지출되고, 사교육 시간도 학령기가 유아기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며 "만 5세 유아의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낮춘다면 결국 조기 사교육과 학습 경쟁에 유아들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되기 때문에 많은 수의 부모들 역시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아를 위한 정책도 아니고 부모가 원하는 정책도 아닌 학제개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왜 반복적으로 논의되고 추진되는 것인가"라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폐기되기를 반복하고 있는 정책에 더 이상 유아들을 거론하지 말고,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발표한 0~5세 유보통합을 중점적으로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청소년단체도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조정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이하 청소년정책연대)는 지난 7월 31일 성명을 통해 "교육부가 밝힌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낮추는 방안을 일선 현장의 교육 행정기관인 교육청과는 물론 교육·아동청소년기관의 의견 조회, 국민과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정책연대는 "지금도 초등학교 1학년은 40분간의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가 없을 정도인데 6개월만 차이가 나도 큰 격차가 존재하는 만 5세 어린이가 교실 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한다"며 "교육부와 대통령이 아이들의 발달 상황과 보육 현실을 전혀 모르는 듯 해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청소년정책연대는 "지금도 학부모가 원하면 만 5세 입학이 가능하지만 거의 그런 사례가 없음에도 이를 강제로 규정지어 학교에 아이들을 수용하고자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지시와 통제적 행위가 일상화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독선을 넘어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의 행복 추구를 저해하는 반교육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황당하고 졸속적인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시도를 분명히 반대하며 사회적 합의도 없이 독선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하려 하는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