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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민제안 TOP 10' 투표 마감···시민사회단체, "깜깜이 투표에 시민 갈라치기"

대통령실 7월 21일부터 '국민제안 TOP 10' 투표 진행···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포함
참여연대, "선정 기준·내용·절차·방식 모두 불투명" 정책 추진 중단 촉구

  • 기사입력 2022.08.01 14:11
  • 기자명 김진태 기자
▲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들이 7월 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국민제안 TOP10 투표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의 '국민제안 TOP 10' 온라인 투표가 마감됐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선정 기준, 내용, 절차, 방식이 모두 불투명하고 시민 갈라치기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정책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제안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폐지하고 신설했다. 대통령실은 10건의 우수 국민제안을 선정·발표한 뒤 지난 7월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온라인 투표를 통해 3건을 선정, 국정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제안 TOP 10' 투표 대상 정책은 ▲반려견 물림사고 견주 처벌 강화와 안락사 ▲외국인 가사도우미 취업 비자 허용 ▲소액 건강보험료 체납 압류 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9900원 K-교통패스(가칭) 도입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 표준화 ▲전세계약 시 임차인 세금 완납증명서 첨부 의무화 ▲콘택트렌즈 온라인 구매 허용 ▲최저임금 차등 적용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 등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 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제안 TOP 10' 투표 중단을 주장했다. '국민제안 TOP 10'이 정부 정책을 국민 선택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어 '국민제안 TOP 10' 투표가 마감되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이하 참여연대)는 1일 논평을 통해 "과제 선정 기준과 절차도 알 수 없고, 구체적인 내용 설명도 생략한 채 진행된 '국민제안 TOP 10'은 경품을 내걸고 진행하는 인기투표에 가깝다"면서 "정책 수립과 이행 과정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이견과 반발을 조정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제안 TOP 10'에서는 그러한 과정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는 우리 사회의 합의와 논의 구조를 배제하고, 정치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없다"며 " 윤석열 정부가 이번 투표 결과를 일방적인 정책 추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은 투표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현재 제도화까지 많은 공론의 과정을 거친 만큼, 정책을 거꾸로 돌리려면 그만큼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결과에 따라 노동자와 중소상인의 생존권 등 기본권의 침해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을 허용하는 문제 등과는 결을 달리한다"면서 "이러한 대목에서 윤석열 정부가 경중이 다른 사안을 모두 묶어 인기투표하는 방식을 통해 일방적 정책 추진의 빌미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인기투표방식의 정책 결정 접근 방식의 경우 필연적으로 정치의 역할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행정부가 정치의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며 "개인은 마땅히 자신의 편리함과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할 수 있지만, 정치는 특정 개인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방향과 정책을 제시하고 토론해야 하는 주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따라서 정치가 배제된 채 개인의 편의에 기댄 의사결정은 결코 사회 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과 직접 연결될 수 없다"면서 "만약 모든 것이 개인의 편의에 따라 인기투표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면 정치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고 따져 물었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와 디지털화 등으로 인해 노동환경은 물론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시기와 마주하고 있다. 그 와중에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차별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공공성이 강조되고, 국가와 정치의 책임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문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또 그 안에서 최선의 합리적 선택을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시민을 갈라치고 약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정책을 정부가 투표 결과라며 민심으로 포장,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자신의 역할과 정치를 부정하는 악수를 두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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