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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호 세제개편안에 시민사회 '반발 목소리' 확산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근로소득세 감세로 기업 경쟁력 강화, 민간 활력 제고
경실련·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재벌·부자 감세 정책" 한 목소리로 지적

  • 기사입력 2022.07.22 16:27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1호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감세 기조가 핵심이다. 즉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근로소득세 등을 낮춰 기업 경쟁력 강화와 민간 활력 제고를 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벌(대기업)⋅부자 감세 세제개편안'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2일 "'재벌특혜·규제완화·부자감세'로 요약되는 새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이어 '재벌기업·다주택자·고소득자' 감세를 위한 세제개편안 제시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지향점이 명확해졌다"면서 "코로나 대유행, 러·우 전쟁,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등의 위기 속에서 내세운 새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국민들에게 경제성장의 기대와 희망은커녕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근로소득세, 종부세, 법인세 일제히 감세···13조 1000억원 세수 감소 전망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세제발전심의회를 열고 '2022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의 방향은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이다. 이를 위해 소득세는 최대 80만원 가량 부담이 완화되고, 종부세는 기본공제 금액이 상향(9억원)되며, 법인세는 2·3단계로 단순화된다. 즉 전체적으로 세수 감소가 추진된다. 

소득세부터 살펴보면 소득세 과세표준(이하 과표)이 상향조정된다. 구체적으로 1200만원 이하 구간(6% 세율 적용)은 1400만원 이하로 그리고 1200만원∼4600만원 이하 구간(15% 세율 적용)은 1400만원∼5000만원 이하로 각각 200만원, 400만원 상향된다. 

소득세 과표 상향조정은 근로자 계층의 감세를 의미한다.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 자영업자도 혜택을 본다. 정부는 소득세 개편에 따라 소득세 부담이 최대 83만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과표 기준으로 4600만∼8800만원 구간이 최다 혜택을 받는다. 단 실제 감세 효과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종부세는 기본공제 금액이 주택 가격 상승분을 반영,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승된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 특히 종부세에서 다주택자 대상 징벌적 중과세율 체계가 전면 폐기된다. 다주택자 대상 징벌적 중과세율 체계는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됐다. 지금까지 1주택자에게 0.6∼3.0%, 다주택자에게 1.2∼6.0%의 세율이 적용됐지만 정부는 0.5∼2.7%의 단일세율 체계로 전환한다. 

법인세는 4단계 구간이 2·3단계로 단순화된다. 현행 법인세는 과표 2억원 이하 10%, 2억원∼200억원 20%, 200억원∼3000억원 22%, 3000억원 초과 25%의 4단계로 구분된다. 이를 과표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의 2단계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과표 5억원 이하에 10% 특례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13조 1000억원 상당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수 감소 폭은 2008년 세법 개정 이후 최대다. 

경실련·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세제개편안 비판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한 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부자 감세 세제개편안'이라는 것. 

경실련은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결국 전체 기업 수에 비해 매우 적은 재벌기업 등 특정 대기업의 세금 감경 특혜일 뿐"이라며 "종부세 개편방안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조세감면이라 할 수 있는 바 최근 다소 안정화돼 가고 있던 주택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지방 저가주택을 중심으로 투기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또한 서민과 중산층의 조세부담 완화를 이유로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과 근로소득세액 공제기준금액을 조정하는 등 근로소득세 개편 내용도 보인다"면서 "과세표준 구간 조정에 따른 효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근로소득세 개편을 통한 근로자의 조세부담 경감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정부는 신(新)자유주의자들의 '규제철폐와 낙수효과'에만 집착, '법인세·종부세·상속증여세·양도소득세' 등 재벌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조세감면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재원을 담보할 수 있도록 조세부담능력이 충분한 계층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증세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보편적 재정정책과 조세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도 입장이 동일하다. 앞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이하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현재 한국사회는 저성장 속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악변화, 자산·소득의 양극화에 더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민생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따라서 충분한 세수 확충을 통해 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마땅한데 정부는 위기 와중에도 충분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과 고자산 계층에 이익을 안겨주는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감세 정책은 심각한 세수 결손을 야기할 것"이라며 "게다가 정부가 예고한 대로 국채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재정준칙까지 밀어붙인다면, 결과는 복지 축소와 민생 파탄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단기적으로 보아 민생 위기 대응책으로도, 장기적으로 보아 포용성장을 위한 정책으로도 볼 수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민생 위기 상황에서 조세와 재정 정책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미국, 유럽 등지에서 부유세를 거론하는 등 조세의 재분배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라며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 정책으로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할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사회가 당면한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확보, 복지지출 확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바람직한 조세정책은 조세 정의를 제고하는 누진 증세 방식의 개편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지난 21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의 전체 기조를 '감세'정책으로 볼 수 있고, 핵심은 대기업 감세와 부자 감세로 평가한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인하, 투자와 고용을 확대함으로써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가 타당한 것인지 매우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개혁연대는 세제개편안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꼬집었다. 우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는 경실련과 마찬가지로 혜택이 재벌⋅대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유사 정책이 추진됐지만, 낙수효과(trickle-down-effect)가 없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낙수효과란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총체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재벌⋅대기업 중심의 기업정책이 투자, 고용 확대 효과로 이어질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기업 감세를 추진하면 재정 기능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서민보다 부유층의 혜택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했다. 스톡옵션 비과세한도 상향(연간 5000만원 → 2억원),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2년 유예(2023년 1월→2025년 1월 시행),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적용 대주주 기준 완화(보유금액 10억원 이상→100억원 이상),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2023년 1월→2025년 1월 시행), 개인투자용 국채 이자소득 분리과세 신설 등 소득세법 개정안의 세부내용이 고소득층과 고액자산가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윤석열 정부의 세금인하정책 자체와 세부 내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세제개편안을 추진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기업⋅부자 감세 정책기조를 접고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만일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국회가 적극 나서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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