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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박의장 중재안 수용…'검수완박' 대치 극적 해소(종합)

'부패·경제' 檢 직접 수사권 한시적 유지…28∼29일 국회 본회의 처리
검찰 지도부 총사퇴 이어 내부에 반발 성명 이어져

  • 기사입력 2022.04.22 19:07
  • 기자명 김진태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박 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연합뉴스]

여야는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찰개혁 입법 중재안을 전격 수용키로 합의했다. 그동안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 속에서 극한의 대치를 이어왔던 여야는 극적으로 절충점을 마련, 파국을 피하게 됐다. 그러나 검찰은 지도부가 총사퇴한 데 이어 내부에서 여야의 중재안을 반대하는 집단 성명서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박 의장이 소집한 회동에서 중재안을 수용하는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검찰개혁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28일 또는 29일 소집하기로 했다.

양당은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총 8개항으로 구성된 박 의장의 중재안을 논의, 추인했다. 박 의장 중재안은 민주당이 요구한 대로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되 검찰 수사권을 당장 떼어내지 않고 한시적 유예를 두는 식으로 조율한 타협안이다.

작년 1월부터 시행 중인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범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터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둘도 중대수사범죄청(중수청) 등 새 수사기관이 출범하면 폐지하도록 했다.

이러한 절충안은 박 의장이 양당 원내대표와의 수차례 비공개 협상을 토대로 마련됐다. 양당 모두 해당 중재안에 대해 자당의 입장을 상당 부분 관철한 것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검찰 수사권은 대폭 축소하면서 공언해온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할 수 있게 됐고 국민의힘으로서는 보완수사권은 지켜내면서 '중수청' 출범 전까지 시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 후 브리핑에서 중재안 수용 배경에 대해 '검찰 기소·수사권의 분리' 원칙, 4월 임시국회서 법안 처리, 한국형 FBI(미연방수사국) 설립을 언급하며 "이 세 가지가 의장 중재안에 기본적으로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도 의총 후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제출한 (기존) 법안은 직접 수사권뿐 아니라 보충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었는데 (중재안은) 보완수사권과 2차 수사권은 유지하고 '6대 범죄' 중에서 부정부패와 대형중대 범죄 2개 수사권은 검찰이 보유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검찰개혁 법안은 다음주 28∼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3일 열리는 문재인정부 국무회의에 상정해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야간 극적 타결를 두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양당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관철을 위한 민형배 의원의 탈당이 '꼼수 탈당' '위장 탈당' '기획 탈당'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역풍을 맞은 데다 당내에서도 강행 처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자칫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단일대오에 균열이 가속화할 경우 본회의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다만 중재안을 토대로 한 입법 과정에서 세부 내용을 놓고 여야간 충돌이 재연될 여지도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지휘부 총사퇴까지 불사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진통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 대검찰청[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의장이 마련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을 여야 합의로 내주 처리키로 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진 대검차장과 전국 고검장들도 김 총장의 뒤를 이어 일제히 사의를 밝혔다.

또한 검찰 내에서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집단 성명서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는 22일 입장문을 내고 "중재안은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본질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그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표회의는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변동시키는 개정임에도 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며 "중대범죄 직접 수사권이 박탈되고, 보완수사 범위도 한정돼 중대범죄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공직자·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박탈하려는 것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특히 선거범죄는 단기 공소시효가 6개월로 규정돼 직접 수사권이 폐지되면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보완수사의 한계를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으로 둔 기준의 근거도 부족해 일대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며 "오로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입법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전국 최대 규모 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이정수 지검장과 간부들이 호소문을 내 "검찰 수사기능 자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중재안은 실체 진실 발견과 인권 보호라는 검찰의 본질적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없애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중재안이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배제한 4대 범죄에 대해서도 "공직자 범죄는 부패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선거범죄는 6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하며 방위사업범죄와 대형 참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별건 수사 금지'를 명분으로 추가 범죄 수사를 배제한 것 역시 "신속한 실체 진실 규명에 역행하고, 국민의 불편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며 "국회가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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