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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땅을 치고 통곡할 오늘날의 중국인들

한민족 복장 '피발좌임'을 극도로 싫어했던 공자인데

  • 기사입력 2022.02.21 12:57
  • 기자명 장경순 대기자
▲ 중국 명나라 때 그려진 공자초상화. [위키피디어 퍼블릭도메인]

4대 성인의 하나인 공자가 150여년 앞선 인물 관중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한 것이 당연하다. 관중은 수시로 왕도보다 패도를 앞세워 춘추5패의 첫 번째인 제환공의 패업을 이끌었기 때문에 그의 행적은 곳곳에서 공자의 한탄을 불러올 것들이 가득하다. 관중은 지나친 사치를 즐겼는데 이를 ‘관포지교’로 유명한 벗 포숙이 비판하자 “임금의 허물을 내가 대신 나눠 지려는 것”이란 궤변으로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공자도 관중에 대해 단 하나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 있다. “관중 덕택에 오늘날 우리가 피발좌임을 면했다”는 것이다.

피발좌임이란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민다는 뜻이다. 이는 당시 중국인들의 관점에서 동쪽 오랑캐, 즉 동이의 복식이다.

동이족인 산융이 연나라를 침략하자, 관중은 제나라가 제후들의 패자로서 앞장서 이를 물리쳐야 한다고 제환공을 설파했고, 환공은 제후들의 연합군을 이끌고 가 산융을 정벌하는데 성공했다.

만약 이 전쟁에서 제환공이 실패했다면 공자가 살고 있는 노나라 등 산동지방의 제후국들은 동이족의 서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임을 공자가 강조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피발좌임이 만주족의 복식이라고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이것이 바로 우리 한민족의 조상이라고 그의 저서 조선상고사에서 밝혔다.

만주족이든 한민족의 조상이든, 피발좌임이 당시 우리 한민족의 복장과 같기 때문에 이런 주장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공자가 패도에 집착한 소인 관중에 대해서도 격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공자는 우리 한민족의 조상들과 같은 옷차림을 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공자는 또 기린을 매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겼다. 노나라 임금이 기린을 사냥했다는 말을 듣고 공자는 세상의 도리가 무너졌다는 징조로 여기고 크게 상심했다.

만약 공자가 오늘날 살아서 중국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봤다면 그와 비슷한 낙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생전에 공자가 그토록 싫어했던 동이족의 복장, 한복을 입은 인물이 중국의 국기를 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라면 들고 있는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의 격한 행동을 하겠지만 공자는 성인이기 때문에 이 또한 저서를 하나 써서 실망감을 해소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1990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면서부터 간간이 등장하는 표현이 만방의 조하를 재현한다는 것이다. 옛날 중국 황제가 높은 자리에 앉아서 세계 각국 사신들의 예방을 받는 모습을 자신들의 스포츠행사에 담으려한다는 비판이다.

그런데 냉정히 중국사를 살펴보면 중국 황제들이 그렇게 편하게 앉아서 여러 나라 사신의 방문을 받은 적이 그리 많지 않다. 어쩌다 국력이 강성해 몇몇 나라 사신이 한데 모인 것을 그리 표현할 수는 있는데 이렇게 위세를 떨치는 순간이 결과적으로는 중국 왕조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했다.

공자가 강조했듯, 수 천 년 동안 중국이 천자국 행세를 했던 배경은 남에게 위세를 떨치고 그 땅을 빼앗아서가 아니었다. 자기들 말대로 주변 만방의 모든 나라들이 각자의 특색을 지켜가면서 사는 것을 존중하고 이들과 우호를 통해 왕도의 천하를 함께 지켜나가는 노력을 하면서 그 기나긴 역사를 이어온 것이다. 만약 중국황제도 로마 시저처럼 수시로 남의 영역과 재물을 빼앗아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자 했다면 오늘날 중국이 있다하더라도 기원전 10세기 주나라 관계는 조상과 후손이 아니라 로마와 이탈리아 같은 그저 사는 곳만 같은 관계가 됐을 것이다.

한국의 혈맹인 미국과 주요 서방국가들이 이번 올림픽에 정치적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서도 한국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개회식에 파견했다. 그만큼 전통적 동맹관계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베이징올림픽에 도움을 준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개회식에서 한복 입은 인물을 등장시켜 분란을 초래했다.

만약 미국의 올림픽 개회식에 한인을 비롯한 미국 내 다양한 인종의 문화가 소개된다면 그것이 이번 베이징 올림픽과 같은 논란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자국 내 다문화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타국문명에 대한 침탈을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2000년 무렵부터 소위 동북공정으로 남의 나라 역사도 자기 역사 일부로 편입시킴으로써 자신들이 아시아 각국의 상국 노릇을 하려든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에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 방문외교가 크게 줄기 전, 중국에서 무슨 포럼을 할 때마다 중국 총리가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를 만나면서 이를 3국 정상회담이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외교적으로 결례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자리는 앞으로 방문외교가 정상화되더라도 지양하는 것이 옳다.

상대국 국민들의 감정이야 어찌됐든 자기들이 굳이 상석을 차지하려고 기를 쓰는 것은 사실 외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아무 실익도 없다. 오히려 다른 나라 내부에 반중파들만 잔뜩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치가 이렇게 분명한데도 국제행사에서 자국중심주의를 내세우는 중국을 보면 정치전문가들은 오히려 중국내부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이런 억지스런 장면을 굳이 자기국민들에게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대국이 되는 것은 위력 과시가 아니다. 문명과 덕의 힘으로 얻는 것이다. 그게 바로 공자가 이 세상에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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