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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빛

  • 기사입력 2022.01.22 00:36
  • 기자명 시인 이오장

석양빛 

                                               권오상

 

가난했어도 금슬 좋았지

장미꽃처럼 좋았고

얼굴 붉히며 가슴 두근거리던

아름다운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고

이러쿵저러쿵

사느라 살아보고자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상처로 얼룩진 길만 지나왔어

푸르던 시절

고왔던 시절

황홀하게 바뀌어 가는 줄

이제 알았나 보다

끝날 길이 어딘지도 모른 채

저 아름다운 석양빛에

보기 좋게 어울리는 것을 보면

 

사람마다 한 생을 그어놓고 4 등분 한다면 어느 지점에 선을 그어야할까. 유아 시절을 빼놓고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이렇게 긋는다 해도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환경과 능력, 노력과 무기력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똑같을 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수 명은 정해져 있다는 거다. 젊다고 죽지 않는 것이 아니고 늙었다고 바로 죽는 것도 아니지만 정해진 만큼의 기간을 살면 누구나 가게 된다. 그렇다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만남이다. 어느 지점에 왔던지 함께하는 동행의 만남으로 삶의 가치는 구분된다. 그 동행하는 사람은 부모, 친구, 동료, 배우자 등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만남은 배우자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운명은 결정된다. 배우자는 청년기에 만나 노년기를 함께하고 마지막까지 곁을 지켜주는 또 다른 자신이다. 권오상 시인은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나 인생 황혼기에 화려한 빛을 내는 삶을 살았다. 가난했어도 금슬이 좋았고 얼굴 붉히며 가슴 두근거리며 아름답게 살아왔다고 호헌한다. 그러나 이러쿵저러쿵 갖은 고난을 겪으며 상처로 얼룩진 길도 걸었

▲ 시인 이오장

다. 그런데 이제 황혼이 되었다. 푸르던 시절, 고왔던 시절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어느새 황혼이다. 아직 길이 어디에서 끝나는 줄도 모르는데 황혼이라니, 기막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겪는 일이다. 사람의 삶은 어디에다 비교해도 비슷하여 이구동성 같은 공감대를 갖지만 권오상 시인은 다르다. 저만큼 보이는 끝이 끝인 줄 알았지만, 아니다. 석양빛이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 황혼기에 새로운 꿈이 생겼고 그것이 자신과 배우자에게 딱 맞게 어울린다. 행복은 끝에서 보고 느끼는 게 진정한 행복이다. 시인은 그렇게 느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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