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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 기사입력 2022.01.16 22:53
  • 기자명 이오장

뿌리

 

                                                 정지홍

 

바람 요동쳐

마른 가지 울어대는데

낙엽에 덮인 뿌리는

겨울잠 깊네

벗어 덮어주고

눈물 매운 나무라서

뿌리는 한 뼘 봄으로 가네

 

털 갈고 허물 벗고

세상은 새 옷을 입는데

껴입기만 하다가 쓰러진 세월

하늘 보니 혼자라 땅 보니 혼자라

마른 가지 지팡이 짚고

이불 한 자락 가져왔어요

아 아버지...

 

 근본을 모르는 놈, 뿌리도 모르는 놈, 흔하게 듣던 욕이다. 언제부턴가 은근슬쩍 듣기 힘든 말, 과거 유교를 숭배하던 때는 양반과 상놈을 엄격히 구분하여 상놈은 무조건 뿌리가 없는 사람이 되어 멸시를 받았는데 근대까지 그 말은 일상에 통용되며 못된 사람을 가리키는 욕으로 통했다. 지금은 그런 말을 귀담아듣거나 신경 쓰지 않고 말의 뜻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사람에게 가장 심한 욕이다. 뿌리를 모른다는 것은 자신의 집안을 모르고 조상을 무시하는 말인데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말로 어른들 사이에서는 가끔 농담처럼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 뿌리는 모든 생물의 근원이다. 나무는 싹둑 잘라내도 뿌리만 있다면 금방 새싹이 돋아 살아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삶을 이어간다. 만약 조상을 거부한다거나 무시한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사회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만큼 뿌리는 중요하다. 한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뿌리를 잊고 산다. 문명의 발달은 편리하고 풍요한 시대를 만들었지만 자기중심의 이기적인 사회를 형성하여 다툼이 심해지고 안과 밖의 철벽이 생겨났다. 정지홍 시인은 현 시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뿌리를 잊고 오만하게 사는 것이 안타깝다. 큰 성공을 거뒀다 해도 조상에게 물려받은 몸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아버

▲ 시인 이오장 

지는 옷 한 벌 따뜻하게 입지 못하고 자식을 키웠다.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온갖 고생을 하며 성공의 길로 인도했다. 그런데 털 갈고 허물 벗고 세상은 변하여 새 옷을 입는데 껴입기만 하다가 쓰러진 아버지는 땅속에 누웠다. 문득 아버지를 생각하니 하늘과 땅에 혼자뿐이다. 원통하고 슬프다. 그런데도 마른가지 지팡이밖에 없어 이불 한자락 가져와 덮을 뿐이다. 아버지는 나의 뿌리다, 어떤 시대가 와도 그것만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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