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직 갈 길 먼 국민의힘

  • 기사입력 2022.01.13 01:20
  • 기자명 대표기자 김승동
▲ 대표기자 김승동/정치학 박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준석 당 대표와의 극적 화해로 일단 당내 문제를 봉합하고 지지율 만회에 나섰다. 아침 출근길 인사도 90도로 하고 지옥철도 타본 후 수도권 교통 대책을 내놓았다. 마트에도 직접 들러 보고는 주먹구구식 코로나19 방역으로 장도 제대로 못 보게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질타하는 등 종전과는 다른 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간 일들을 좀 복기해 본다면, 국민의힘 선대위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와 사정이 있었겠지만 '윤핵관'뿐 아니라 '옥상옥' 구조와 속칭 '파리 떼들'이 득실득실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이해찬 고문이 "오합지왕"(烏合之王)이라고 한 말은 지금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 고문은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까 (배가)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잘 모르겠다"며 국민의힘 선대위 행태를 꼬집었다. 아프지만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그의 일갈에 크게 반면교사할 점이 있다. 대선은 후보 중심이 되어야지, 지원하는 사람들 중심이 되는 선거는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적장(敵將)의 말이지만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정말 승리를 원한다면 이 '뼈 아픈 가르침'을 금과옥조와 시금석으로 삼아 나가야 할 것이다.

흔히 정치는 그 나라 국민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보면 '소속 국회의원 수준이 당 수준'으로 생각된다. 윤 후보가 그동안 벌어진 당내 잡음과 관련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누차 말했다. 그러나 그건 수사적 발언이고, 106명이나 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동안 뭘 했는가. 국회의원을 3, 4선 이상 한 당내 중진이나 수십 년의 정치 경력을 내세우는 분은 어떤 역할을 했나. 다들 내로라하는 분들인데, 당이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뭘 했는지 국민들은 심히 궁금해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야말로 갈 길이 먼 것 같다. 대전 유성의 김소연 변호사가 지난 7일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내놓은 '탈당의 변'이 주목된다. "성상납당이라는 프레임과 오명을 쓰고 국민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당 대표가 성상납을 받았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데도 누구 하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거나 합당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가족 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관급공사를 수주한 의혹을 받자 탈당했던 박덕흠 의원이 지난 연말 슬그머니 복당됐다. 대선을 앞두고 둔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고 본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지난 5일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의원과 함께 박덕흠 의원에 대한 제명을 만장일치로 의결함으로써 국민의힘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곧 제명될 의원을 왜 복당시키나, 혹시 누가 돈을 받았나.

그저께부터는 권성동 의원이 3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구의 일부 당협위원장을 최고위와 협의 없이 임명하는 '월권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니까 윤핵관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급기야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가 풍전등화의 당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하지 못해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후보를 중심으로 모두가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당 대표는 물론 대통령 후보직, 국회의원직 모두를 던지겠다는 결연한 결기를 세우라"고 촉구했다. 이는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의원들에게 사퇴하라는 말을 차마 못한 것일 뿐, 의원들이 사직서를 던지고 배수진을 치면서 당을 구해내는 일에 앞장서라는 것이리라.

국민의힘이 100석 넘는 의석을 갖고 있으면 뭐 하나. 원하는 법률안을 하나라도 입법을 했나. 그렇다고 반대하는 법안을 하나라도 저지시켰나. 개헌을 저지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역할도 못 하면서 국민의 혈세인 세비만 축내고 있지 않는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역사적 과제 앞에 한 알의 썩어질 밀알이 되지 않고 선대위의 보직을 탐하는 등 자신의 영달만 누리겠다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모두 사직해야 한다. 아니 국민의당까지 전 야당 의원이 다 사퇴해도 하늘엔 조각구름이 떠 있고 한강엔 유람선이 잘 떠다닐 것이다.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고 선거는 누가 치르느냐고? 걱정하지 마라. 국민 전체가 선대위와 본부장을 맡으면 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