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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에서 다시 써야 할 족보(族譜)

  • 기사입력 2022.01.11 14:49
  • 기자명 이진경 객원 논설위원
▲이진경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사람은 다양한 성장과정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삶의 가치관도 다르다. 공통적인 면으로 강조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상처로 남은 것은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나쁜 습관 등으로부터 긍정적 변화를 위해 애쓰며 성장하려는 모습이 그렇다.

어떤 이들은 “아버지는 왜 그러셨을까?”라고 성인이 되어도 잊지 못하는 미움을 가지고 있어 억울해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가족 외의 남에게 주머니에 있는 몇 푼의 돈까지 다 퍼주고 세상에 둘도 없는 호인의 면모를 다 갖춘 듯이 사셨는데 처·자식들에겐 버럭 버럭 성질만 부리며 사랑도, 관계도 뭐 그리 인색하셨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소외감, 외로움, 분노, 억울함, 미움 등 감정이 요동칠 때, 타인이 공감해주고 인정해줌으로써 부정적 감정들은 희석될 수 있으니 그렇게 가슴 속 응어리는 쏟아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족보얘기가 나오면 또 다른 차원의 아버지가 존재하며 자신과 견고하게 엮는다. 갑자기 근엄한 가문이 되고 아버지를 비롯한 조상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 긍정적으로 평가가 달라진다. 아버지로부터 나를 찾아가는 뿌리 찾기에서 순혈주의에 대한 맹신의 자부심은 풍선처럼 부풀어 떠오르는 듯하다. 

족보를 정리하지 못한 이들은 단일민족으로써 훌륭한 자손임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워 아버지를 다시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족보정리를 못하신 아버지를 원망할 것도 없는 것은 성씨의 관계성을 찾다보면 마음 한구석 순수혈통을 전할 근거마련이 복잡한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성씨는 중화계열로 전래되는 토착중국성씨, 일본계열, 몽골계열, 여진계, 위구르계열, 베트남계, 네덜란드계, 미국계, 미국아프리카계, 독일계, 태국계, 러시아계, 벨기에계 성씨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얘기들은 쏙 빼고 내 조상을 내세울 때면 순혈주의, 단일민족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의 귀화자는 2019년 11월 기준 20만명(누적 기준)을 돌파했고 2021년 5월 혼인귀화자(누계)는 144,215명을 차지하였다. 한겨레신문에서는 2040년 외국인과 귀화자, 이민자 2세 등 이주배경 인구가 늘어나 전체 인구의 6.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한국사회의 성씨는 깡·곰·굳·귤·길·떵·란·레·벌·에 ·짱·쩐·팜·흰 씨 등 등록 되었고 자신의 외국 성을 우리말로 두타·무크라니·뮬러·서촌·스룬·알렉산더클라이브대한·잉드린카·즈엉·코이·타블로·파피오나·프라이인드로스테쭈젠덴·하질린씨 등 낯설지만 우리 이웃 성씨들로 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슴 뭉클한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품고 살면서도 어머니들에 대한 기록은 족보에 거의 없으니 반쪽으로 내가 있고 반쪽만 조상이라는 이치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이데올르기다. 내가 지금 여기 살아있기 위해 오랜 세월 어머니들은 자손 돌봄, 어르신 돌봄, 무급가사노동, 농사나 가내수공업 노동 등 고단하기만 했을 생을 이겨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지만 어머니는 족보에 대부분 없다. 다행히 다인종, 다문화사회로 화두가 옮겨지면 “하긴 족보는 무슨”그렇게 인정하며 사회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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