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휴대폰에는 몇 개의 전화번호가 있나요?

김재철 객원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1/03 [17:54]
> 김재철의 행복한 은퇴, 노확행(老確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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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휴대폰에는 몇 개의 전화번호가 있나요?
 
김재철 객원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2/01/03 [17:54]

▲김재철 행복금융연구원 원장. 객원 논설위원

여러분의 휴대폰에는 지금 전화번호가 몇 개나 등록되어 있나요? 최근 1년 동안 직접 통화 또는 SNS를 한 번호는 몇 개나 되나요? 노후설계 강의를 할 때마다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하며, 은퇴 이후에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관계가 필요할까?

 

마당발에도 한계가 있고, 인맥에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발이 넓은 사람이라도 진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은 15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던바(Dunbar)의 법칙이다.1970년대 아프리카에서 여러 해 동안 야생 원숭이들의 집단생활을 관찰해 온 옥스퍼드대학 교수이면서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뇌 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맺는 대상이 150명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던바 교수팀은 이후 연말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는 숫자와 군대의 중대 병력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평범한 한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최대치는 150명이라고 주장했다.

 

송호근 교수는 그들은 절대 소리 내 울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인간관계를 다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가족 관계망(family network)은 혈연을 바탕으로 경제적,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생산하는 가족들로 구성된 관계망이다. 둘째는 친밀 관계망(intimacy network)으로 가장 친한 동료들을 포함해서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상의하고 어울릴 수 있는 친근 집단으로 학창시절 동기, 직장에서 가장 친한 동료 및 친한 선후배 등이다셋째는 친근 관계망(familiarity network)으로 비슷한 성격과 유형의 집단이지만, 친밀관계망의 집단에 비해 심리적 거리가 약간 먼 그룹으로 사생활에 관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는 없지만, 술자리와 여행,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마지막으로 공적 관계망(public network)은 직장생활을 할 때 맺었던 공적 관계에 속한 사람들로서 사생활 얘기를 하기가 어렵고,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관계의 재개와 단절이 가능하다.

 

송호근 교수는 자신의 전화번호부를 분석한 결과, 공적 관계망 74%, 친근 관계망 15%, 친밀 관계망 7%, 가족 관계망 4%로 퇴직 후 6개월이 지나면 공적 관계망은 소멸한다고 했다. 친근 관계망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서히 의미를 상실하고, 친밀 관계망으로 후퇴한다. 즉 공적 관계망친근 관계망친밀 관계망가족 관계망 순서로 관계가 단절된다고 하였다. 결국 은퇴자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친밀 관계망과 가족 관계망인 셈이다.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인 1965년생도 은퇴의 길로 들어서는 임인년 새해가 시작됐다. 현직에서 은퇴를 하면 권력(명함), 전문성, 현금흐름(월급), 인간관계 등이 사라진다고 했다. 현직에 있을 때 받아 둔 수많은 명함과 휴대폰에 등록된 전화번호는 은퇴 후 얼마나 필요할까? 은퇴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당신은 도대체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였기에 하루 종일 전화 한 통화 없느냐?”는 이야기를 아내로부터 들었다는 어느 선배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은퇴 후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선배님 중 한 분은 은퇴를 하자마자 바로 휴대폰 등록번호 중 150개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삭제를 하셨고, 또 다른 선배님 한 분은 최근 3년 동안 전화 또는 문자 한번 없었던 전화번호를 1년에 한 번씩 휴대폰에서 지운다고 하셨다. 송호근 교수의 인간관계망을 미리 사전에 실천하신 것이 아닐까.

  

하루 종일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보고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았나?”라고 스스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은퇴 후 누구나 겪게 되는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다. 특히 은퇴 후 인간관계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아직도 먼저 전화를 하는 사람이 계산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사회문화도 한 몫을 차지하리라.

  

행복한 은퇴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3가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건강을 위한 뱃살 다이어트, 경제적 자립을 위한 부채 다이어트 및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한 관계 다이어트이다. 키에르케고르는 행복의 90%는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고 했다.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맺어 왔던 기존 인간관계를 어떻게 재조정하는 것이 좋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점점 멀어지는 인간관계를 의도적으로 단절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거주지 및 생활 중심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하면 어떨까? 은퇴 후에는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난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담 없는 인간관계가 죽을 때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인간관계가 아닐까.

  

은퇴한 중년 남성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남편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록 전업주부일지라도 학교, 종교 및 취미 관련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폭넓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성()을 구축하고, 성주(城主)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은퇴를 하면서 아내가 평생 구축한 안에서 주인 노릇을 할려고 하니 부부관계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남편들이여! 아내가 평생 구축한 아내만의 사회생활과 네트워크를 인정하라! 그러면 행복한 인생 후반전이 그대 앞에 펼쳐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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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1/03 [17:54]   ⓒ 한국NGO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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