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야권 분열 노리는 문 대통령의 사면 정치

  • 기사입력 2021.12.25 02:48
  • 기자명 대표기자 김승동
▲ 대표기자 김승동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올해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에 풀려난다. 국정농단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수감된 박 전 대통령은 딱 4년 9개월 만에 석방된다. 감옥에서 산 세월이 대통령 재임기간 보다도 1년이나 더 길다. 5.18과 책임이 있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형 기간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오랜 기간이다. 박 전대통령의  건강이 최근 많이 나빠졌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면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듯이 전직 대통령 사면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면에는 반가움보다도 씁쓸함과 의구심이 더 큰 것은 한 두 사람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사면의 타이밍이다.얼마 전 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던 문재인 정부가 대선을 기껏 70여 일 앞두고 사면한 배경이 너무 의심스럽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면이 여당과 상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참모들 사이에서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서실장도 몰랐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단지, 문 대통령 고유의 결정이며문 대통령 고민의 역작품으로 외견상 포장해 유통시키려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최근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이 그렇게 부각된 것도 아닌데, 왜 지금 단행하는가?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주요 인사들과 은밀히 이번 사면의 방법과 시기를 조율했고 대선의 선거 전략과 깊은 복선이 깔려 있다는게 정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아시다시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다가 몰매를 맞고 그것 때문에 결국 대통령 후보에서 탈락하는 등의 큰 역풍이 분 후 여권내 어느 누구도 사면 이야길 꺼내지 않았다. 또한 야당에서도 그 같은 분위기를 알기에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원론적으로는 주장하긴 했으나 단식을 하든지 목숨 걸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성탄절의 산타크로스라도 된 것인가? 청와대 기류가 갑자기 바뀐 것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여론 지지도가 최근 계속 하락하면서 ‘데드 크로스 (dead cross)’ 지점에 와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찰나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졸지에 사면함으로 그를 직접 수사.구속함으로 오늘의 지경을 만든 윤 후보의 처지를 곤혹하게 만들고 야권을 분열시키고자 함이 아닌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벌써부터 박 대통령이 입원한 삼성 서울병원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밤을 세워 진을 치는 등 세 결집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번 사면을 통해 친박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 대체적으로 탄핵 찬성과 친이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측과의 마찰음이 커지면서 보수층의 분열을 꾀할 수 있다는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심이다. 

특히 이번 사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외한 것도 친이세력의 불만을 자아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을 이유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해 놓고 한 명만 사면한 것은 통합이라는 사면 명분에도 맞지 않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를 반증하듯 친이에 가까운 홍준표 의원이 이번 사면에 대해 " 야권 분열술책이자 '갈라치기' 사면"이라고 규정했다. 또 친이 계열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 두 분(이명박·박근혜) 다 전직 대통령이고 고령에 병환 중인데, 한 분(박근혜)만 사면한 건 야권 분열을 노린 정치적 술수"라며 이번 사면의 정치적 배경을 꼬집으면서 자신의 불편한 심사도 드러냈다.

또 이번 사면에 주목할 것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이다. ‘친노의 대모’로 알려진 한 전 총리는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받고 억울하다며 대법원까지 재판을 받았으나 유죄가 확정돼 2년을 복역하고 만기 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6년 전 건설업자 한만호(2018년 사망)씨로부터 미국 달러를 포함한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형과 추징금 8억8300만원가량을 확정 선고받았고, 2027년까지 피선거권도 제한됐다. 당시 대법관 13명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단지 추징 금액에 대해서만 재판부 가운데 다수인 8명은 “9억원 전액 유죄”, 5명은 “3억원만 유죄”라고 의견이 엇갈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여권은 2021년 4월 총선 압승 직후부터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한명숙 일병 구하기'에 일제히 나섰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고,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희생됐다는 명분을 찾으려 한 것이였다. 결국 지난해 5월 검찰 수사팀이 한 전 총리 유죄 판결을 얻어낼 목적으로 한만호씨 동료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부추겼다는 모해위증교사 의혹이 불거졌으나 올해 7월 14일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 결과 무혐의로 최종 정리됐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꼭 복권까지 시켜야 하나? 한 전 총리는 추징금 중 아직 7억원을 미납하고 있는데 이번 사면으로 미납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큰 은덕을 입게 됐다. 그래서 이번 사면을 ‘끼워팔기’ 사면이라고 한다.

애국시민들을 더 부애가 나게 하는 것은 내란선동 혐의로 복역 중이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가석방 한 것이다. 역시 ‘끼워팔기’상품 조합이다. 그런데 심하다. 1+1도 아니고 1+2다. 인심이 많이 후해 보이고 손해인 것 같으나 장사꾼이 왜 끼워팔기를 하겠는가? 그래도 이득이 되니까 한다. 아마 이번 사면이 문 대통령에게 그럴 것 같다. 이 전 의원은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통신·유류·철도·가스 등 국가 기간시설의 타격을 모의한 반체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확정받은 인물이다. 이런 이 전 의원의 가석방은 모범수의 사회 적응을 돕는다는 가석방 제도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고 야권이 거부할수 없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동시에 추진한 것은 누가 봐도 끼워넣기 아니겠는가?

이뿐 아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사드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주장 등으로 우리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공권력의 무력화에 앞장섰던 범법자들에게도 형선고 실효와 복권조치가 단행됐다. 정작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배제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에는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사면 분야에서도 역시 ‘내로남불’ 정권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솔직하자. 우리 편이니까 어절수 없이 해 줬다고. 솔직하지 못하더라도 국민통합 운운 등의 거짓말은 더 이상 하지 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을 뭘로 아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