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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비전은 온데간데없고 가족비리만 춤추는 대선판

  • 기사입력 2021.12.24 10:44
  • 기자명 대표기자 김승동
▲ 대표기자 김승동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우려했던 진흙탕 싸움과 이판사판 현상이 마구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한 정략과 권모술수가 판을 치고 있고 아니면 말고식 흑색선전이 춤을 추고 있다.

국가 운명을 결정할 대선에 후보자 개인의 역량 검증은 뒷전이고, 가족사(史)를 캐는 데 혈안이다. 후보자의 아들, 배우자, 장모를 둘러싼 저급하고 덜 중요한 공방이 날마다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정작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정책과 비젼 제시는 온데 간데 없다. 이러니 우리 정치가 여전히 삼류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대로 가면 차선이 아니라 정말 차악을 뽑는 최악의 ‘혐오선거’가 될 것 같다.

과거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을 두고 김대업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을 내세워 병풍(兵風)을 세게 불어 선거 당락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바 있다. 제보자가 워낙 강하게 확신을 갖고(?) 주장하는 바람에 많은 국민들이 의심할 것 없는 사실로 여겼는데 그 의혹은 훗날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 덕분에 한 사람은 5년 동안 대통령을 했고 한 사람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정치무대에서 사라졌다. 한국 정치도 퇴보했다. 정말 너무 나쁜 선거였다. 20여년이 흘렀으나 한국 정치는 그 구태에서 한 발짝도 나 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더 퇴보하고 더 나빠진 느낌마저 주고 있다.

한국 대선은 승자독식 구조여서 패배하면 모든 걸 잃는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을 따지거나 주위나 사회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목숨 걸고 싸워야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이 같은 승자독식 구조를 깨야 한다. 이를 위해 해방 이후 줄곧 해온 대통령 중심제에서 벗어나 내각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장.단점을 떠나 다 헌법 개정 사항이라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론조사 결과 현재 가장 유력시 되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둘 다 정치판의 아웃사이더다. 이 후보는 성남이라는 옛날로 치면 변방의 작은 고을 원님 출신으로 중앙정치 무대에 발을 디뎌보지 못했다. 그런데 도지사 한번에 일약 여권의 대선 후보로 선발됐다. 야당의 윤 후보는 9년만에 사법시험에 붙은 늦깍이 검사로 인사철이면 변방을 돌아 출세길이 안보이자 한때는 검사를 그만두기도 했던 그저 그런 검사였고 선거는 한 번도 안 치뤄 본 그야말로 정치판은 생짜 '신출내기'다. 그런데도 당원들과 국민들이 후보로 뽑았다. 왜 그랬을까? 여의도 정치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5,6선은 물론 3,4선이 수두룩 하지만 그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두 후보 모두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양측 모두 난공불락의 고정 지지자를 갖고 있긴 하지만 어느 대선때 보다 부동표가 많고 국민들의 실망감이 큰 것 같다. 참 서글픈 이야기지만 어쩌면 가장 멀쩡하고 괜찮은 후보는 여론조사 하위권에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치 구조상 거대 양당 구조에서 한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면 국민들이 우러러 볼 대상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부끄러워 하지 않을 후보가 돼야 할 것이다.

왜 두 후보들을 둘러싼 잡스러운 문제가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이 돼야 하는가? 두 후보는 정치를 왜 하는지? 정치는 근본적으로 국민들 등을 따습게 하고 배부르게 하는 것. 그럴 능력과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선거판에서 내려와야 한다. 특히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세력을 한 몸에 안은 윤석열 후보는 더더욱 그렇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잘 모르지만 혹시 선거승리에 지장과 방해가 된다면 후보의 수족이라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짤라야 하고 도려내야 할 것이다.  

지구 건너편 칠레에서 35세 대통령이 탄생해 전 세계에 경각심을 던져주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난 칠레 유권자들의 선택 결과라고 본다. 한국도 유권자들이 깨어나면 칠레보다 더 케케묵고 쉰내 나는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어쨓든 정책과 비젼 제시가 실종된 이번 대선은 참 못마땅하나 후보의 가족문제는 곁가지 참고사항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선 안되고 현상이 본질을 흐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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