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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길

  • 기사입력 2021.12.04 15:07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어둠길

                                                            김병해

거뭇해진 하늘

황혼이 아름답다

 

어느 때 어디선가

행여 나도 누군가를

저리 곱게 물들인 적 있었던가

 

남을 위한 저녁을 들인 적이

여태 내게도 한 번쯤은 있기나 했을까

왔던 길 되짚는 한 생애

저물도록 지나온 몇몇,

멀리 어수룩한 빛을 향해

일찌감치 어둠길이 되며 눕는데

 

황혼은 마지막이다. 하루의 끝이며 인생의 마지막으로 그 앞에 서면 누구나 회환에 젖는다. 뉘우치고 한탄한다고 무엇인가 달라져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같이 아름다운 일이 없겠으나 황혼 앞에 서는 순간 아쉬움에 젖어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순간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아침노을도 황혼빛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앞에서는 회한에 젖지 않고 희망을 품게 되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사람이 시간을 알게 되어 생의 시간표를 그리게 된 후부터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현상에서 발생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외부에서부터 일어난 현상과 내면의 기억이 상충하여 극한의 감정표현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는 증거를 표출하는 것으로 젊을수록 폭이 작다. 김병해 시인도 어느 사람과 똑같다.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충동적인 감상에 빠져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 황홀한 광경 속에서 누구를 위하여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어 기쁘게 한 적이 있었는지를 떠올리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 있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왔던 길 되짚어 갈 수도 없고 회한에 젖어 그런 장면을 연출한다 해도 장엄한 색깔을 보여줄 수 없다. 이제는 황혼 앞에 서서 해의 기울기를 재어보고 남아 있는 시간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계산할 뿐이다. 인생은 그런 거다. 지나고 나면 후회가 되고 앞날은 짐작할 수도 없다. 누구나 겪는 회한의 시간 앞에 서서 한 편의 작품으로 "그래, 그렇지" 하는 감동의 공간을 만들어 낸 시인의 눈은 자연 속에서 가장 크고 삶의 아름다움에서는 가장 빛난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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