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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도무지 가만있질 못한다

  • 기사입력 2021.10.24 20:17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파도는 도무지 가만있질 못한다

 

김두자

 

 

나는 파도다

좀체 가만있질 못한다

찬바람 부는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푸른 하늘 흰구름

바람 자는 날에도

나는 출렁인다

달빛 아래서도 별빛 아래서도

넘실넘실 물춤을 춘다

때와 곳

무슨 대수

나는 살아 있다

아직도 살아 있다 파도처럼

파도는 도무지 가만있질 못한다

 

 

사물의 움직임은 자동(自動)과 타동(他動)이 있다. 움직임에 따라 동물과 식물로 나뉘지만 동물인 사람의 움직임은 자신을 알리는 신호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면 사람이 아닌 식물이며 뿌리와 잎이 없어 금방 죽는다. 결국 사람은 움직여야 생명이 유지되며 모든 움직임은 사전에 계획된다. 먹이를 찾아다니든지 아니면 무엇을 얻기 위하여 정확하게 계산하고 답이 나왔을 때 움직인다. 그러나 얻기 위한 움직임에 끝나지 않는다. 생각의 실현과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하여도 움직인다. 또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대하고 그 존재를 자신과 함께 엮어 새로운 물질을 창조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행이다. 여행은 사람의 상상과 행동을 하나로 엮는 창조행위라 할 수 있다. 석가모니와 예수, 마호멧과 공자도 자신의 사상을 알리고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죽을 때까지 움직였고 그 움직임으로 우리는 배움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런 움직임의 존재가 한 가지 더 있는데 타동에 의하여 자동화된 물체다. 대표적인 것이 바람이다. 보이지 않으나 기류의 흐름으로 생긴 기압에 의해서 공기는 이동하고 그것이 바람이다. 그 바람의 움직임으로 물이 움직이고 우리는 파도라 부른다. 때로는 사람도 그렇게 변화하는 데 파도를 보고 자신이 파도가 되어 자아를 찾는 일이다. 김두자 시인은 파도를 대하고 자신의 생명력이 어디에서 발현되는지를 깨달았다. 좀처럼 가만있질 못하는 파도와 한 몸이 되어 자신의 움직임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생겨났고 어떤 것을 얻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무겁지 않은 유쾌한 움직임이다. 얼마나 행복한 움직임인가. 살아있다는 모습을 끝없이 보여주는 시인은 계획이 없고 구속이 없는 행복한 파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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