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국가정치지도자의 선택은 국민의 수준

  • 기사입력 2021.10.16 17:24
  • 기자명 이석복
▲ 歡喜 이 석 복(수필가,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내가 군(軍)에서 전역을 얼마 앞두었을 때 경기도 고양시에서 꽤 유지(有志)였던 외사촌형과 친구분들이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찾아온 용건은 나에게 고양시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권유하기 위해서 였다. 친구분들은 내가 결심만 하면 당시 여당의 공천과 선거운동은 자신들이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내가 고양시 일산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 방학만 되면 외가인 지축리에서 지냈기 때문에 내 또래들은 나를 잘 알고 있었고 더구나 이 지역출신으로 찾기 어려운 군장성출신이여서 당선은 따놓은 당상(堂上)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곁에 있던 집사람은 내가 유혹에 넘어갈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었다.

당시 나는 정치에 뜻을 둔적은 없었지만 형님일행이 간절하게 그리고 자신있게 권하는 터라 일단 심사숙고해 보겠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내가 국회의원감으로 진지하게 거론되었다는 것이 왠지 싫지도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형님 일행이 기대감을 품고 떠나신 후 집사람은 내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것에 대하여 강력히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첫째, 내가 정치권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정치활동을 하면 큰 상처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성공하는 정치가가 되기도 어렵다는 것었다. 둘째, 성공적인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는 부인의 내조가 필요한데 자기는 내조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견해는 간결했지만 정곡(正鵠)을 찌르는 말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결심은 단호했으며, 왠만한 회유(懷柔)에 넘어갈 자세가 아니었다. 물론 나의 정치적 의지도 약했거니와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집사람이 반대하고 뒷바라지를 못하겠다는 데에는 턱없는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아내는 내가 정치가의 자질(資質)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드러운 말로 표현한 것으로 나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렇게해서 내가 정치에 뛰어드는 경우는 없어졌고, 전역 후 잠깐의 공직생활을 마친 뒤 본래의 영역인 애국활동과 관련된 한미우호(韓美友好), 호국불교(護國佛敎), 국가안보(國家安保) 등을 위한 시민사회 단체활동에 나서게 되었다.

나라가 어려운 안보환경에 처해있고, 우리가 선택한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은 국가경영에 많은 취약점을 노출시키는 상황으로 나만 편히 개인생활을 즐길 수는 없는 것이었다. 평생 국가의 은혜를 입고 국가와 국민과 군만을 위해 살아온 직업군인으로서 ‘국가가 잘 되어야 국민도 잘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선택한 정치지도자들은 우리 국민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었다. 애국시민 사회단체활동도 정치인들과 무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은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들과의 직간접적 접촉경험을 통해 우리 국민의 정치적 수준도 가늠할 수 있었다.

내가 잘 아는 『대통령학(大統領學)』 전문가가 연구한 바람직한 국가적 정치지도자의 자질로써 ① 비전과 전략을 가진 용기와 결단력이 있고, ②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가지고 역사를 계승 · 발전시킬 수 있으며, ③ 적극적인 외교안보리더십의 발휘와 ④ 국정문제의 해결역량이 있어야 하고, ⑤ 품성면에서도 모범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바람직한 국가 정치지도자의 자질 측면을 평가해보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가장 애국적이며 탁월한 대통령 이었으며, 이것은 나라와 국민들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본다. 이 두 분은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분들로서 우리 국민이 선택을 했다기보다 당신들 스스로의 의지로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되신 분들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전두환 대통령도 이후 우리가 직접 선택했던 대통령들보다 상대적으로 훌륭한 능력을 갖춘 분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시대와 같은 정치 능력을 발휘한 유능한 대통령을 다시 선택할 수 있을까?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당시 30가지 대국민 약속을 하였는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29가지 약속을 모두 지키지 못했다는 어떤 정치평론가의 평가도 있다. 이 분은 앞서 5가지 국가 정치지도자의 바람직한 자질 중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한 분 같다. 또 한 사람의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지금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 야당의 대통령 후보경선에 온통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천문학적인 규모의 성남시 ‘대장동 건축비리 의혹’으로 온나라가 들끓고 있는데도 비리와 깊은 관련이 의심되는 여당의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후보가 결정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야당에서도 품성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후보가 4강에도 들지 못하고 탈락하는 안타까운 결과가 빚어졌다. 이러한 선택에는 국민과 당원이 참여한 경선투표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것이 현실의 수준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냉정하게 평가된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들 정치수준인 것이다. 

과연 우리국민들이 ‘좋은 후보’와 ‘나쁜 후보’의 선택기준이 없다는 말인가? 선택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도덕성과 품성 및 자유민주적 신념이 부족한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 국민 스스로 부끄러운 선택에서 고통스러울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든 면에서 선진국 수준의 국민들인데 오직 정치적 수준에서는 질곡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사탄(satan)과 마귀(魔鬼)에게 붙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다가오는 2022년은 우리 국민들이 정치적 수준에서도 깨어나 선진국 수준에 오르는 선거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도 국민의 정치적 수준고양에 우선을 두고 봉사하여야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