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사입력 2021.10.13 09:45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삶

 

                                                   이효애

 

나는 나를 날마다 속이며 삽니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죄책을 느끼거나

위선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참 뻔뻔하지만

뻔뻔하지 않는 게 참 자연스럽습니다

오늘도 뻔뻔한 하루를 용감하게 살기 위해

세상사 모두 거느리고 삽니다

사람은 내부 깊은 곳에 피해 의식이 잠재되어 있다. 자연에서 얻는 불안감, 이웃과의 불화감, 옆 사람과의 불협감 등 자신 외에 아무것도 믿지 못한다. 친족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믿음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불안하다. 본능이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 남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에 믿음이 선다 해도 일단 의심을 하게 된다. 속임은 이것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삶의 일부분이다. 사기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불신의 벽을 더 굳건하게 한 뒤 일으키는 범죄다. 피해자의 심리 속에 의심의 축이 없다면 발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의심을 강하게 하여 불신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1억 원짜리의 물건을 단돈 만원에 판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거래를 피하면 그뿐인데 대부분이 속게 된다. 이것은 피해자의 심리 속에 사기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집단으로 보는 피해가 비일비재한데도 반복되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이 세상에 사기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사기의 특성은 우선 자기부터 속이는 데 있다. 자신을 먼저 속여야 남을 속일 수 있는 것이다. 이효애 시인은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인정하면서 남보다 앞서 솔직하게 선언한다. 날마다 자신을 속이며 산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자신도 믿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다. 원시적인 삶에서는 자연이 두려워 자신을 감춰야 했고 현시대의 불안 속에서는 감추는 것을 벗어나 속여야 한다. 속이지 않으면 삶의 종착점에 먼저 닫는 거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누가 이렇게 폭탄선언을 할 수 있는가. 시인은 먼저 보고 먼저 느끼고 먼저 아는 선지적인 조건을 갖췄을 때 탄생한다. 그것을 갖춰야 남에게 말할 수 있다. 이효애 시인은 삶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먼저 풀어내어 사람의 심리상태 중 가장 기본적인 속임수를 들춰낸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