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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무침 -부안장날-

  • 기사입력 2021.10.04 17:19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 김승동

 조개무침

 -부안장날-

                           공현혜

부안장날 뒷골목 떡집 앞에는

온순하게 이승을 떠난 구담댁 자리가 있었다

조개무침 앞에 놓고 졸음을 훑던 상실의 자리

영감의 하루치 밥상을 차려놓고

주산 황토반죽 길을 빠른 걸음 놓던 사람

아따, 겁나게 기둘릿제

며느리 좋아하는 조개무침 미끼로

손주를 그리던 마음이 아직 남았다

배 과수원 하루치 일 접고

곰소 뻘밭을 종일 기어다니며 캔 조개들

자식 대신 젊은 엄마들에게 퍼주던 긍정의 손

서해안고속도로를 놓으면 좋겠다더니

개통식 전에 떠난 사람 자리엔 불청객만 이어지고

이젠 부안장날 골목을 헤매도

젓갈이 아닌 생조개무침 집어 먹을 곳 없다

젊은 사람들에게 전통시장 그것도 시골 읍면에 있는 시장을 아느냐 물으면 백이면 백 전부 모른다고 할 게 틀림없다. 그 지방의 물산이 모이고 필요한 모든 것이 진열되어 생필품을 공급해 주던 장터, 시오리 정도는 걸어야 도착하고 끝장이 되면 서로 어우러져 흥을 돋우던 장터는 물건을 사고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방의 모든 문화가 어우러진 마당이었다. 5일마다 열리는 곳이 많지만 더러는 상설시장의 역할을 하며 지방발전을 주도했다. 아무 때나 들려도 없는 것 없이 진열된 상품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그런 장마당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시절을 겪은 층이라면 장마당의 추억을 간직하고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며 아쉬움에 젖는다. 그런 장터가 이제는 거의 사라져 어쩌다 열리는 날이면 가까운 김포나 강화장에 나가 추억의 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우리의 장터문화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공현혜 시인은 아주 구체적으로 장터의 장면을 그려내어 그 시절의 풍광을 눈앞에 펼쳐주고 그때의 사람들을 환생 시켜 눈 감지 않아도 감흥을 일으킨다. 사람은 물산과 풍경에 익숙한 존재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에게 더 큰 정감을 갖는다. 더구나 어린 시절 자신에게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해준 인물이라면 평생 잊지 못한다. 어머니를 따라 장터에 갔을 때 머리 쓰다듬어주며 칭찬하고 가까이 있는 무엇이든 집어주며 이름을 묻던 정 많은 인물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장터에는 그곳을 대표하는 인물이 존재하고 그 사람이 없다면 장마당이 허전하다. 그런 역할을 하던 구담댁을 잊지 못하는 공현혜 시인이 우리의 가슴에 한 사람씩 존재하는 그리운 사람을 깨워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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