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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재도약의 원동력, 겨레 얼!

  • 기사입력 2021.09.22 15:08
  • 기자명 박정학
▲ 박정학 사) 한배달 이사장  

1. 우리의 민족 저력, ‘함께 DNA’

지난 세기에 세계의 많은 석학들이 ‘21세기에는 대한민국이 홍익인간 사상을 기반으로 인류사회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당사자인 우리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도 ‘우리에게 무엇이 있어 그렇게 될 수 있는가?’를 몰라 ‘글쎄?’하며 쉽게 수긍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세기 말에 성취한 한강의 기적과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 그리고 최근 UN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지정하는 상황을 보면서 현실적으로 석학들이 말한 민족 재도약의 호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것은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가지고 있는 ‘민족저력’의 발현일 뿐이다. 내가 ‘함께 DNA’라고 이름 붙인 겨레 얼, 즉 민족정체성의 실현인 것이다. 따라서 민족재도약을 위해서는 그 민족저력의 실체를 알고 이를 살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과서는 물론이고 어떤 학자도 우리 겨레의 민족저력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한강의 기적이 왜 일어났는지, BTS의 노래가 왜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그 민족저력인 겨레 얼을 민족정신과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는 에너지인 ‘풀’을 함께 일컫는다고 본다. 민족정신은 『삼국유사』 등의 단군사화에 나오는 ‘홍익인간’이고, ‘풀’은 어디에도 설명이 없지만 ‘그 친구 요즘 풀이 팍 죽었더라.’는 말에서처럼 사람의 몸과 마음이 함께 작용하도록 만드는 행동 에너지로서 우리의 생활 속에 살아 있다.

▲  사람의 구성에 대한 나의 주장[사)한배달 제공]

서구에서는 사람을 몸과 마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지만, 우리 겨레는 옛날부터 여기에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인 ‘풀’을 보태어 세 가지로 구성되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나는 2009년 「한민족의 형성과 얼에 대한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이 중 마음(민족정신)과 풀이 합친 것을 ‘겨레 얼’이라고 부르면서 그 작용의 실례인 전통문화와 연결시켜 설명을 했다. 그것이 ‘겨레 얼’에 대한 첫 연구 논문이었으므로 내가 ‘겨레 얼 1호 박사’라는 칭호를 받게 됐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민족저력인 겨레 얼에 대한 연구나 이해가 너무 빈약하다. 그러니 혹시 어렵게 만들어진 민족재도약의 호기를 놓치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돼 이 글을 쓴다. 

2. win-win을 넘어 all-win을 추구한 홍익인간 사상

인류는 500만 년쯤 전에 이 지구상에 나타났다. 그 후 여러 번의 빙하기를 이겨내며 살아남은 긴 생존의 경험이 후손들에게 전해져 지역별로 다른 기후나 토양에 맞는 민족별 고유문화와 사상이 싹트게 된다. 그것이 DNA 속에 쌓여 같은 생각과 문화를 가진 ‘우리’라는 민족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단합시키는 원리를 헤겔은 ‘민족정신’이라고 했다. ‘풀’은 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민족정신은 민족 창세 신화와 단군사화에 함축되어 있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고,  대부분의 사전과 교과서, 학자들의 『삼국유사』 해석판 등에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1910년대에 일본인이 일본 한자사전에 따라 잘못 해석한 의미를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한심한 모습이다.

▲ 한.일간 홍익인간 한자 자의 비교[사)한배달 제공]

홍익인간의 바른 의미는 2017년 사)한배달의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되었지만, 당시의 시대상황과 다른 자료에 나오는 우리의 민족정신 및 전통 문화와의 관계, 우리나라 한자 사전의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서구식 생존경쟁 원리에서는 내가 살아야 하므로 나의 이익(私益)을 위해 너를 제거해야 하며, 좀 더 넓게 너의 이익(公益)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win-win을 매우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민족정신인 홍익인간은 너와 나를 경쟁과 투쟁의 관계, 즉 생존경쟁 대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조화를 통해 크게 하나 된 우리가 함께 잘 살아야 하는 공영(共榮, all-win)의 관계’로 보기 때문에 win-win을 넘어 all-win을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나의 이익과 너의 이익을 모두 아우르면서 너와 나, 우리의 이익을 추구하므로 홍익(弘益) 추구 사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 민족 저력의 뿌리다. 이런 철학 사상이 서구에서는 없다. 그래서 세계 석학들이 홍익인간을 미래 인류사회의 지배이념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강단 철학계에서는 심지어 ‘우리 민족은 철학이 없다’는 말까지 하면서 우리 고유의 사상인 민족정신을 ‘철학적 이념’으로 취급하지도 않고 있다. 우리 겨레를 ‘얼 빠진’ 사람으로 만들어 영원한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려고 했던 식민사학을 그대로 신봉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한강의 기적과 BTS 등의 한류가 왜 뜨는지조차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민족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지난 세기 세계 석학들이 미래 인류사회에서 우리 겨레의 역할에 대해 기대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근 UN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포함시켰다. 최근 한류가 뜨고 코로나19의 사태에서도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조치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와 연결을 갖고자 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우리의 민족정신이 작용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런 우리 겨레의 민족저력을 잘 살리면 우리 민족 재도약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현실적으로 민족재도약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3. 재세이화(在世理化)하는 행동 에너지 ‘풀’

▲삼국유사의 단군사화 부분 [사)한배달 제공]

현재 민족정신이나 겨레 얼을 말하는 사람은 제법 많다. 그러나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적고, 특히 실천 에너지인 ‘풀’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박사학위 논문에서 간단하지만 ‘풀’에 대해 언급하면서 민족정신과 풀을 합쳐 ‘겨레 얼’이라고 주장했으므로 ‘겨레 얼 1호 박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나는 단군사화에 나오는 재세이화(在世理化)라는 말을 ‘통치했다’는 일반적 해석과 달리 실천, 즉 행동을 강조한 말이라고 해석한다. 우리 조상들은 ‘홍익인간’이라는 민족정신을 중시하면서도 그것을 머리로 이해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라고 보는 것이다. 조선왕조 때 중국에서 유학이 들어와서 형식을 중시하는 제도가 발전하기도 했으나 후기가 되면서 실학으로 발전시킨 것은 바로 이런 우리 겨레의 얼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겨레 얼 속에는 민족정신과 함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그것이 ‘풀’이다. ‘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지만, 우리는 생활 속에서 그 말을 사용하고 있다. 친구가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하면 ‘그 친구 요즘 풀이 팍 죽었더라.’고 하며, 운동선수들이 게임에 져서 고개 숙이고 나오면 ‘풀 죽은 모습’이라고 한다. 이처럼 ‘풀’은 행동에너지로서 겨레 얼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런 의미의 ‘풀’은 우리가 사용하면서도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그것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전기’라는 에너지다. 따라서 전기를 빼면 컴퓨터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는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장 제프리 존스는 2005년에 『나는 한국이 두렵다』는 책을 통해 ‘한국이 2025년에 세계 IT 산업 최강국이 되어 미국을 위협할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최강국이 아니라 IT로 연결되는 미래의 삭막한 사이버 세계에 인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세계화 시대에 각 민족을 하나로 엮어주는 에너지를 ‘인정’이라고 보고, 그것을 한민족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 겨레의 민족저력이라고 본 것이다. 

바로 이 ‘인정’처럼, 사람의 몸과 마음이 어우러져 움직이도록 작용하면서 너와 나를 ‘우리’로 엮어주는 행동 에너지가 ‘풀’이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정(情)’ ‘신바람’ ‘생기’ 등이 그 ‘풀’의 한 종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풀’은 영어에 단어가 없을 정도로 서구에서는 개념이 없는 단어다. 우리 겨레의 뛰어난 인식 능력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4. 민족저력이 녹아 있는 우리 전통문화

우리 조상들은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면 이런 행동 에너지인 ‘풀’의 힘이 크게 살아난다는 것을 알고 제천행사와 음주가무라고 하는 독특한 민족 고유문화를 만들어왔다. 지금도 지방별로 ‘잔치’라고 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많이 벌어지고 있으며, 가정마다 제사를 지낸다. 해외에 나가 있는 동포들도 함께 모이면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을 부른다. 개인 사이에 섭섭한 일이 있어도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푼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는 회포를 푼다고 한다. 김치와 된장 등 많은 우리 겨레의 전통음식은 재료들 간의 ‘섞여 어우러짐’을 만드는 숙성과정을 거친다. 세계 문화유산이 된 해인사의 장경판전과 석굴암은 현대 과학으로도 복원하기가 어려운 우리 겨레 건축술의 백미다.

▲겨레 얼이 녹아 있는 우리 전통 문화(좌-제천행사, 중-장경판전, 우-석굴암0 [사)한배달 제공]

이런 우리 고유문화들은 너와 내가 생존경쟁을 하는 적대 관계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자연과 자연이 ‘우리’로 하나가 되어 함께 잘 되어야 한다는 민족정신과 그렇게 만드는 에너지인 ‘풀’이 어우러진 겨레 얼, ‘함께 DNA’의 실천 결과들이다. 

‘생존경쟁’이라는 말에서 보시다시피 서양에서는 너와 나를 생존을 위한 경쟁 관계로 본다. 지금 세계가 1% : 99%라는 극단적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생존경쟁 원리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BTS 등 우리 한류스타들의 노래와 춤이 청중들을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게’ 만드는 것은 이런 ‘함께 DNA’가 이들에게 생존경쟁과 다른 ‘하나 됨’의 에너지를 전달해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앞에서 잠시 소개한 우리 겨레의 ‘풀을 이끌어내어 북돋우는 전통문화’가 자신이 알든 모르든 한류스타들의 DNA 속에 배어있기 때문에 그들의 몸에서 ‘하나됨’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그것을 느끼는 청중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게 되며, 바로 이것이 미래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우리 민족저력의 샘이라고 본다.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出典 [사)한배달 제공]

6. 마무리

이상으로 아주 제한적이었지만, 우리 겨레 얼의 구성과 역사적 전개, 현실적인 실재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우리 민족만이 가진 고유의, 인류를 위해 대단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겨레 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민족정신인 홍익인간과 행동에너지인 ‘풀’로서 민족재도약을 이루어 낼 우리 민족의 저력이다. 

최근 ‘한민족은 함께 하면 힘을 크게 내는 독특한 민족’이라는 해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반면, 우리 학자들과 국민들은 우리에게 그런 민족저력이 있다는 것 자체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민족재도약의 호기를 맞은 지금 우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 

지난 세기 초인 1910년대에 일본인이 잘못 해석해놓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잘못된 의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홍익인간은 너와 나를 생존경쟁의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함께 번영해야 하는 관계로 보는 사상이며, 너와 나를 ‘우리’로 묶어주는 에너지가 ‘풀’이라는 것과 그 작용체계도 정립하여 현대화·세계화시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양극화를 조장하는 서구식 경쟁논리로 제시하는 win-win을 넘어 너와 내가 함께 공동번영을 해야 한다는 all-win 사상을 자신 있게 미래 인류사회에 내어높고 인류사회를 주도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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