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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핀 꽃은 봄에 핀 꽃을 시기하지 않는다

치망설존(齒亡舌存) 리더십 단상(49회)

  • 기사입력 2021.09.18 00:13
  • 기자명 김승동
▲ 발행인, 김승동 정치학 박사

꽃들 중에 ‘신(神)이 제일 나중에 만든 것이 국화(菊花)’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꽃잎이 다른 꽃에 비해 비교적 많은 등 국화가 꽃 중에 가장 분화(分化)되고 진화(進化)된 모습을 띠고 있다. 

국화는 어느 상황에서든 품격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하고 있다. 때로는 도도한 여인처럼 차가운 모습이지만 특히 그 꽃내음은 온 몸을 감싸고 마음속까지 젖어들게 만든다. 

필자도 꽃 중에 국화에 마음이 남다른 것은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적십자(Red Cross Youth, RCY) 단장을 하면서 매년 가을이면 노랗고 하얀 국화 화분 수백여 개를 전 학년 교실 복도마다 몇 개씩 갖다 놓는 것은 물론 현관 등 학교 주요 곳 여기저기에 국화 화분을 배치해 학교 환경미화를 위한 봉사활동을 한 힘겨운(?) 추억 때문이다. 

왜냐하면 학교 환경미화에 필요한 국화 화분을 꽃집이나 농장에서 사오는 것이 아니라 그 많은 화분을 100여명의 RCY 단원들이 5~6월부터 직접 손수 키워서 가을에 교실마다 분양하는 것이라서 매년 여름방학 때면 국화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도 단원들이 돌아가며 당번을 정해 학교에 나왔던 아스라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 가을이면 어디를 가나 묵묵히 피어있는 탐스러운 국화에 눈길이 돌아가고 그 향기에 온몸이 취해진다.

국화를 이야기 하자면 여행작가 겸 국제구호 활동가인 한비야 씨가 지은 『중국견문록』의 명 구절들이 떠오른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역시 봄에 피는 복숭아꽃이나 벚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한여름 붉은 장마가 꽃을 필적에 나는 왜 이렇게 다른 꽃보다 늦게 피나 한탄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준비하며 내공을 쌓고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매미소리 그치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드디어 자기 차례가 돌아온 지금 국화는 오랫동안 그 은은한 향기와 자태를 마음껏 뽐내는 것이다.” 

가을에 피는 꽃이 봄부터 개나리 진달래를 시샘하여 나는 왜 이리 꽃이 피지 않느냐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생명체의 행복은 없으리라. 

한 여름에 피었다가 간 장미는 장미대로 아름답고 가을에 핀 국화는 국화대로 아름다운 것이다

자연도 이렇듯이 따지고 보면 사람마다 자신의 때가 있고 역할이 있는 것이다. 

흔히 늦게 시작한 사람들에게 ‘늦깎이’라는 말을 하나 아무도 늦깎이는 없다. 

어느 누구도 가을에 핀 국화를 보고 ‘늦깎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졌다고 생각되면 아직도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자신만의 고유함을 갖고 있다.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함을 찾아 기르고 나눌 때에 자신의 가치가 나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리라. 

유명한 식물학자에 의하면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雜草)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잡초가 되는 것이다.

이름 없는 들풀도 때와 장소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산삼도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도 똑 같다. 자기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하고 자기 자리가 아닌데도 다리를 뻗고 자리를 뭉개고 있으면 잡초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자리를 가리지 못해 뭇사람들의 지탄이나 받고 뽑혀 버리는 삶이 얼마나 많은지? 잡초로 취급되지 않기 위해선 각자 삶에서 처신을 잘 해야 하리라.

제철에 피는 꽃을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개나리는 봄에 피고 매화는 겨울에 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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