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제약사를 둘러싼 시사점 (1): 캐나다, 쿠바, 태국 사례를 중심으로

UAEM Korea | 기사입력 2021/08/04 [14:10]
> UAEM의 ‘약’간 불편한 이야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공제약사를 둘러싼 시사점 (1): 캐나다, 쿠바, 태국 사례를 중심으로
 
UAEM Korea   기사입력  2021/08/04 [14:10]

 

 

코로나 19 사태를 기점으로 건강권 실현에 대한 이슈가 재조명 되며 이전부터 논의 되어 왔던 ‘공공제약사’가 공공 의료 강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공공제약사란 민영제약사와 대치되는 개념으로, 의약품 생산 및 공급을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공공제약사가 도입된다면 우선적으로 의약품 생산의 자급력이 확보되기 때문에 필수의약품, 백신 등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의의를 가진다. 또한, 희귀 의약품의 경우 환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국가의 개입을 통해 이러한 한계점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제약사는 한국에서는 아직 논의 대상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통해 공공제약사의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캐나다: 공적 의약품 시스템 구축 

공공제약사의 필요성과 현황에 대한 해외 사례 중에서, 의약품 공급 이슈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한 OECD 주요 국가들로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캐나다는 2012년도부터 의약품 공급 부족에 관한 정보의 공유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의약품 공급에 관련한 정책 수단을 일찍이 마련하였다. 이러한 의약품의 공적 생산 및 공급, 연구 개발 등의 시스템 구축으로 인해 캐나다는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 19 백신을 가장 많이 확보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캐나다의 사례는 앞으로 여러 국가들이 의약품의 공적 공급을 지향해야 하는 필요성을 나타낸다.

  

▲ OECD 주요국가 필수의약품 공급 관련 정책수단  

                           *자료: 보건복지부출처: 필수의약품의 안전한 수급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 마련 연구(고려대 산학협력단, 2013)

 

쿠바: 국영제약사를 통한 백신 자체 개발

쿠바의 국영제약사 바이오쿠바파르마(BioCubaFarma)는 현재 65개의 기본 사업부와 80개의 생산 라인을 갖춘 32개의 회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21개의 과학 기술 부서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각 기관은 생명 공학 및 기술, 제약 산업에서 R&D 프로그램의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에서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제품 실현의 모든 단계를 통합하는 '폐쇄 루프'  기업의 원칙에 따라 구성된다. 35년 이상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ood Manufacturing Practices: GMP) 준수, 임상 시험 및 수출을 통해 쿠바의 생명 공학 및 제약 산업은 모든 회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바이오쿠바파르마는 48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해외 임상 개발 프로그램에는 35개국에서 23건의 임상 시험이 포함된다.

 

국가 예방접종에 필요한 백신의 80%를 자체 생산하는 쿠바는 코로나19 이후 외국 제약사들의 백신을 확보하기보다는 국영제약사 바이오쿠바파르마와 국영 핀라이 백신연구소에서 자체 개발에 집중했다. 5종의 백신 후보 중 '소베라나 02'와 '압달라'가 2021년 3월 임상 3상에 들어갔다. 3회 접종이 필요한 '소베라나 02'는 2회 접종만으로 62%의 효과를 나타냈다. '압달라'는 3회 접종 시 92%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인 예방효과 50%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태국: 생산과 연구의 컨트롤타워

아메리카 대륙에 쿠바가 있다면, 아시아 대륙에는 태국이 있다. 태국의 국영제약사 GPO (the 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 역시 유명한 사례 중 하나이다. GPO는 태국의 유일한 공공제약사로, 필수의약품을 저렴하게 생산한다. GPO는 1966년에 설립되어 200종의 약을 생산하고 있다. 정부와 민영제약사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약을 포함하면 300종을 넘어선다. GPO는 단순히 생산뿐만 아니라, 연구 시설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GPO 내의 연구 및 개발 부서 (RDI)는 의약품의 연구와 발전을 도모하고 약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1992년에 설립되었다. 연구비는 GPO 총 수익의 5퍼센트 내로 책정되고, 외부 조직과의 협력을 통해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연구한다. GPO는 의약외품이 환자의 집에 빠르게 도착하도록 태국 내 3개 지역에 거점을 두었다. 수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빠른 의료 효과를 누리도록 한 것이다. GPO 웹사이트 (https://www.gpo.or.th/home) 에서 정책 자료, 의약품 일람, 관계자 명단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GPO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태국의 공공 주도 공중보건은 코로나 19 판데믹에서 빛을 발했다. 2020년 2월 초, GPO 건물 1층에 위치한 공공약국에서 공적 마스크 및 손소독제를 민간 생산업체에서 납품 받아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마스크와 손소독제의 생산, 판매, 수출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한국 역시 유사한 정책을 실행했는데, 2020년 3월 9일부터 시작한 공적마스크 5부제가 그것이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서, GPO는 8월 첫 주 이전에 모더나 사와 4백만 회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해당 백신을 민간 병원에 회당 1,100바트 (약 39,000원)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해외의 공공제약사 운영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첫 번째로 공공제약사의 효율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국내 의약품 생산시설의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 또는 가동 가능시간 대비 실제 가동시간의 비율로 산출하는데, 평균적으로 70%에 미치지 못한다. 채산성  부족으로 공급이 부족한 필수의약품의 경우, 가동하지 않는 30%의 민간 공장에 위탁 생산하는 방안이 더욱 비용 효율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의 국내 제약기업의 생산시설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제품 생산에 대한 위•수탁 의뢰가 들어올 경우 26개사(68%)가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제형에 따라 생산 가능한 품목일 경우 긍정적 검토를 하겠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며, 위탁 물량에 대한 사전 정보를 공유하기를 희망하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민영제약사들은 위탁 의사 및 생산 능력이 있으므로, 민간 제약사에 위탁 생산하는 방안이  더욱 효용성 있다.

 

둘째로, 공공제약사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공공제약사가 설립된다면 국가필수의약품을 생산하게 되는데, 국가필수의약품에는 약사법에 따른 퇴장방지의약품 을 제외하고도 필수예방접종 백신 및 의료 현장에서 필수적인 의약품이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제약사의 역할이 퇴장방지의약품 등 시장성이 없는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백신이나 기타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까지 확장된다면 산업계와 의약계, 그리고 정부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한국은 2008년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의 공급 문제로 한 차례 공공제약사 논의가 불거졌었고, 정치•경제적 배경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다음 칼럼에서는 한국의 공공제약사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작성자 : 김가은 (연세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김승아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이광혁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카카오톡 카카오톡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네이버 네이버
기사입력: 2021/08/04 [14:10]   ⓒ 한국NGO신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