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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우(태양)의 후예(1)...연재를 시작하며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하다"

  • 기사입력 2021.08.01 21:52
  • 기자명 이철원
▲2013년 발생한 필리핀 태풍 하이옌 피해복구 합동지원 단장 및 파병부대장 전 이철원 대령 

 최근의 어처구니 없는 청해부대의 집단감염으로 인한 복귀사태는 2013년 필리핀이 초강력 태풍‘하이엔’으로 인한 피해시 해군 상륙지원함(LST) 두 척에 중장비 74대와 병력을 이끌고 파병돼 1년 동안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태풍피해복구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이러한 때에 한국NGO신문에 당시의 필리핀 태풍피해복구 파병기를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감사드린다. 연재의 주요 내용은 2017년 이미 발간한 ‘아라우(태양)의 후예’를 중심으로 하고자 한다. 

▲ 태풍 하이옌이 강타하고 지나간 지역의 모습

2013년 11월, 필리핀은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사망 6,201명, 실종 6,000여 명, 부상 28,000여 명이라는 엄청난 사상자와 가옥 100만여 채가 파손되는 등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었다. 과거 6·25전쟁 시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전투병력을 파병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피 흘린 혈맹이었기에, 우리정부는 국회 동의를 얻어 재해복구를 위한 파병을 결정했다. 이를 위해 창설된 필리핀 합동지원단, 아라우부대는 군 파병역사상 최초의 합동 파병부대로 육·해·공군, 해병대 520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창설된 지 3주 만에 필리핀으로 향했다.

 부대장인 나는 현지에 도착했을 때 폐허의 잔해더미와 무너진 가옥, 시체와 임시 무덤, 난민촌 등 그 처참한 피해 앞에 무엇을 해야될지 막막했다. 특히 국방부에서 해외 재난지역에 병력을 보내놓고 예산을 한 달 동안 지원하지 않아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주민 감동 전략'을 수립해 필리핀 정부와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 외국군에 대한 반감과 우려, 복잡한 필리핀 정치상황, 부족한 예산, 폭염과 폭우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직 주민만을 위해 1년 동안 쉼 없이 복구활동에 매진했다. 

▲ 해일에 무너진 한 초등학교   

그리고 1년 후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레이테 주 동부지역 3개 도시(팔로, 타나완, 톨로사)에 잔해물 제거, 공공시설 67개 복구, 42,000명 의료지원 중장비 직업학교 운영, 농업지도자 양성학교 건립, 한글학교 운영 등 놀라운 성과를 내고 주민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특히 필리핀의 한국전 참전용사 지원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이들의 위상을 높였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은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는 나라' 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필리핀 대통령은 아라우 부대가 복구중인 초등학교에 방문하여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고마움을 표현했고, 아라우부대를 방문하는 필리핀 국방부장관, 교육부장관 등 주요 인사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또한 아라우 부대활동은 UN 주관 태풍피해복구 사후검토회의에서 '재해복구의 모델' 이라고 인정받았으며 반기문 사무총장으로부터 감사와 격려편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아라우 부대의 모습은 MBC '진짜사나이' 등 매스컴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고, 이제 '대한민국이 과거 도움을 주었던 나라에 보답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하였다'는 국민들의 자존감을 세워주었다.

▲ 태풍피해를 입은 고등학교에 설치된 이재민 텐트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한다 (We are here to repay your sacrifices of blood with our own sweat drops)”라는 부대구호는 우리가 이곳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과거 6·25전쟁 시 대한민국을 위해 소중한 피를 흘린 필리핀의 '희생'에 보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부대원들이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게 해 주었다. 또한 이 구호는 좌절감과 슬픔에 젖어있던 현지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단지 도와준다고 해서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다. 도움을 받으면서도 도와주는 사람의 진정성이 느껴지고 본인이 존중받는다고 생각될 때 감동하게 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을 표시하게 된다. 우리는 재난현장에서 도와주면서도 욕먹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따라서“도와주는 사람이 '을'이고 도움을 받는 사람이 '갑'이다”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아라우 부대는 이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였기에 단순히 도움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주민을 감동시킬 수 있었으며 '진정으로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라는 인식을 주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재난지역에서 많은 UN 및 NGO 단체와 협력하고 때론 국익을 놓고 경쟁하면서 1년 동안 재해복구활동을 전개했다. 아무쪼록 이 연재가 앞으로 해외봉사활동을 하려는 NGO 단체 및 인원 분들에게 외국의 현지 주민 또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행동하여야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가?”하는 고민에 대하여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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