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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NGO칼럼>백성들의 양심이 ‘하늘’이다

  • 기사입력 2021.07.31 16:39
  • 기자명 이용수

                             

▲ 이용수/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옛날부터 동네 어르신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누가 잘못을 하면 ‘하늘이 알고, 땅이 다 안다’고 했다. 그래서 누가 잘못하면 ‘천벌을 받는다’고도 했다. 아니면 ‘벼락을 맞는다’고도 했다. 마음속의 바른 생각을 자연현상의 하늘과 연결 지어 만든 말일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군왕들은 비가 안 오거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자신의 덕이 부족하여 그런가 하고 하늘에다 제사를 지내면서 빌기도 했다. 

 지금은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전하다가 보니 자신의 죄를 위에서 내려다볼 하늘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무조건 발뺌을 하고 본다. 상대방이 구체적 범죄행위를 지적이라도 하면 오히려 더 큰소리 치고 대들며 법적인 조항이나 자신의 죄를 입증하라고 요구한다. 법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더한 것 같다.

그런 몰염치한 기업인이나 법을 좀 안다는 공직자들, 자격 미달인 많은 정치인들이 그러면서도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것을 보면 괜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역겹기까지 하다. 수십 가지 죄목과 증거가 알려졌는데도 모두 부정하거나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뻔뻔스럽게 발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그 사람들이 양심을 팔아버렸기 때문에 생기는 양심불량 행위라고 본다. 양심을 팔아버리면 무서운 것이 없기 때문에 하늘도 무섭지 않게 되고, 천벌을 받을 일도 없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 조상들이 말한 그 ‘하늘’은 무엇이며, 과연 지금도 있는가? 없어졌는가?

나는 우리 겨레 문화에 오래 전부터 있어온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최근에 ‘단군께서 백성들의 의견(衆意) 듣는 것을 천부(天符)라고 했다’는 『환단고기』의 내용도 접했다. 천부경이 높은 철학적 원리나 깊은 수련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둘 다 ‘백성들의 바른 뜻, 양심 그 자체가 하늘’이라는 말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우리 조상들의 깊은 혜안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따라서 양심이 없는 사람은 ‘하늘’인 양심적인 바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짐승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하늘’을 따르는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영혼의 음악인 판소리라고 본다. 그래서 사회 공적 직책을 마치고 나와서 판소리 연구를 하게 된 것이다.

예로부터 판소리 다섯 바탕에는 윤리와 도덕이 다 들어있어 판소리를 ‘오륜가(五倫歌)’라고 했다. 춘향가의 부부유별(夫婦有別), 흥보가의 장유유서(長幼有序), 심청가의 부자유친(父子有親)의 효(孝), 적벽가의 붕우유신(朋友有信), 수궁가의 군신유의(君臣有義) 사상이 다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판소리를 배우고 많이 들으면 이러한 오륜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그것을 실천하게 됨으로써 양심이 살아 있는 하늘, 즉 참된 사람이 된다고 생각된다. 

‘하늘이 백성들의 양심’이라면, 정작 천벌을 내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벼락을 내리는 것은 백성들이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요즘은 대중의 시대로서 SNS 등 수평적 소통기구가 많이 발전되어 옳은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하늘의 소리를 살려내지 못하면 머지않아 오히려 무법 질서의 세상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천벌이다. 이렇게 하늘은 살아 있다.

정치판도 물갈이가 일어나고 있듯이 모든 사람들이 판소리를 가까이하는 등 함께 어우러진 민심을 천심으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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