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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길

  • 기사입력 2021.07.23 09:35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시간의 길

           김현근

아침 점심 저녁이

구르면 하루가 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한 바퀴씩 구르면

일 년이 간다

시간은 자전거 바퀴

구르지 않으면 넘어진다

넘어지면 멈추고

멈추면 시간이 아니다

돌아보면 역사는 굽은 시간 뿐

시간은 곡선일 때 앞으로 간다

시속 1,669km로 지구는 자전한다. 그 속도로 돌면서 태양을 주위를 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불변의 속도, 그게 시간이다. 그런데 사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삶을 위한 수단으로 단위를 만들어 해와 달을 중심으로 한 도표를 그리고 그것에 맞춰 기계를 조작하여 구분한 것이 시간이다. 한마디로 시간은 자연의 원래모습이 아닌 사람이 인위적으로 구분한 단위다. 시간을 구분하지 못했던 원시시대에도 일정한 증표를 그려 하루를 셈하고 자신을 거기에 맞춰 자연과 동존했다. 시간이 삶이고 삶이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에 비춰보면 인간은 정말 미미한 존재다. 흘러가게 그냥 뒀다면 자연 상태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했을 테지만 사람은 시간을 알아버린 순간 속도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불행해졌다. 허무를 알게 된 것이다. 김현근 시인도 마찬가지다. 너무 빠르다. 엊그제에 어린 시절이 어느새 중년이 되고 노년으로 치닫는다. 그 빠름은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으로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하는 게 우리 인생이다. 하나 김현근 시인의 시간은 약간 다르다. 시간은 자전거바퀴처럼 인위적으로 멈추게도 할 수 있다. 넘어지면 시간이 아니니까. 바로 세워 붙들면 된다. 얼마나 많은 위정자가 자신들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멈춰 세웠던가. 시인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역사를 펼치고 정의는 시간을 정지시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은 곡선이었을 때 앞으로 간다. 지구와 태양은 둥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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