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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모두의 위협, 면역은 누구의 권리?

  • 기사입력 2021.04.08 10:39
  • 기자명 UAEM Kore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백신의 개발과 생산만큼 중요한 것은 접종이다. 작년 12월 8일 영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국가들이 백신 확보 및 접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서는 백신을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분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생산된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데, 접종은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및 요양병원 입소자, 고령층, 의료기관 및 재가노인복지시설 종사자, 고성질환자, 성인, 그리고 미접종자 순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정한 순서가 절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접종 순서는 의료방역체계 유지, 중증 진행 위험, 코로나19 전파 특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었다. 그러나, 접종의 순서에 대한 논의 뿐만 아니라  의료 사각지대에서 접종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은 이들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한국의 주민등록시스템은 상당히 효율적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출생 이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므로 신분 증명과 행정 처리가 쉽다. 특히, 주민등록번호 및 외국인등록번호는 등록된 자국민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편리한 행정 서비스를 전자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한국의 복지는 주민등록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거주민들에게 가혹하다. 난민, 무주민등록자, 그리고 불법 이주민이 대표적 집단이다.

난민법 1장 2조에 의하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으로 정의된다.  불법 이주민은 대체로 노동 등의 목적을 위해 신고하지 않고 입국한 또는 기존의 신고된 기간을 초과해 한국에 체류하는 이들을 말한다. 무주민등록자는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주민등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들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한국에서는 2020년 4월 20일 이전까지 46만명의 이주민과 난민이 공적 마스크 배급 혜택을 받지 못하였다. 공적 마스크를 배급받으려면 건강보험에 등록되어 있어야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방법을 모르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된 거리노숙인들은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렇듯, 한국의 방역망에는 보이지 않는 구멍이 있다. 본격적으로 백신을 공급하기 전에 이 사각지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까지 한국 정부는 백신 공급 대상에서 난민의 수용 여부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취할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백신 접종 대상에서 난민을 제외하였다. 이는 콜롬비아 국민을 최우선으로 두기 위한 조치이며, 백신을 맞기 위해 국경을 넘는 난민을 막고자 하는 고려가 반영된 것이다. 반면, 요르단과 이스라엘 등에서는 난민 및 수감자들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경우, 확산 방지 및 인도적 접근의 차원에서 종교적 갈등이 깊은 팔레스타인 출신 난민에게도 백신을 접종했다고 한다. 콜롬비아와 요르단, 이 두 국가의 대립적인 입장은, 우리나라가 의료체계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해야할 범위에 대한 시사점을 남긴다.

그렇다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백신을 공급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백신의 목적인 ‘집단 면역’을 확보하는데 있다. WHO에 의하면 백신은 인류와 경제적인 차원에서의 가치를 추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백신에 1달러를 투자할 때 마다 미래 의료비, 소득 손실, 생산성 손실이 16달러가 절감되며, 기타 간접 비용을 고려할 경우, 투자 대비 효과는 44달러에 이른다.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집단면역 임계값은 67%인데, 이는 후천적 면역을 획득한 개인의 비율이 사회 전체의 0.67을 초과하면 감염 발생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 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질적인 차원’에서의 집단 면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2016년 기준 대한민국의 불법 체류자는 21만 명에 달한다. 비록, 이들은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상을 공유하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백신 제공 대상자로서의 권리를 가진다. 또한, 경제적, 환경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난민 및 불법 체류자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 질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것은 “ Leave no one behind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 )”라는 UN의 윤리 이념을 실천함은 물론,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보호함으로써 경제적 차원을 초월한 인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백신 접종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백신 접종 시스템에 모두를 차별없이 포함시켜야한다. 현재 백신 접종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국가 중 57%만이 난민을 백신 접종 계획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단일 국가만의 노력으로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이룰수는 없다. NGO, 시민단체 및 국제기구는 포괄적인 백신 접종 시스템을 요구하며 실질적인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등 협력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신분, 국적 (또는 국적의 유무)에 상관없이 건강권이 보장되어 모두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팬데믹을 종결시키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글쓴이: 김가은(연세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노승진(경희대학교 한의학과), 이유진(연세대학교 지속개발협력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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