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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5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박용운의 ‘깔세' 선정

1월말까지 모두 1,000여 편 응모...시상식은 오는 12일 예정

  • 기사입력 2021.03.09 01:02
  • 기자명 손경숙 기자
▲ 2021년 한국NGO신문 시 부문 신춘문예 당선자 박용운 씨  

2021년 한국NGO신문 시 부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박용운의 ‘깔세'가 선정됐다.

한국NGO신문(대표 김승동)은 지난 1월 말까지 전국에서 응모한 작품 1,000여 편을 놓고 신춘문예 운영위원(안재찬, 이오장, 김해빈, 김기덕, 김정현, 임경순, 김정범)인 시인들이 모여 공정한 심사 규정에 따라 예심을 실시해 그 중 참신하고 창의적인 작품 17편을 선정하고, 이어 본심에서 조명제 시인과 유성호 평론가가 최종 당선작으로 박용운의 『깔세』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일 진행될 예정이다.

본심 심사위원인 조명제(시인, 문학평론가), 유성호(문학평론가, 글) 위원은 이번 당선작을 "상상적 경험과 창조적 흔적"의 결과라고 평하고 다음과 같은 심사평을 했다. 

이번 2021년 제5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에는 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모두 202명이 다섯 편씩 출품하여 모두 천여 편이 모아졌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통과해온 열여섯 분의 작품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면서 많은 작품들이 매우 공들인 시간을 축적해왔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 작품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경험들을 자산으로 삼으면서 오랜 습작 시간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도 예민하게 주목했다.

뛰어난 사례로 언급된 것들은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성에 정성을 들이고 있어 매우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그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시어의 개성과 시인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시편들에 호의를 가졌는데 그 결과 박용운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특히 박용운 씨의 당선작 「깔세」는 골목 안 쪽방의 철새를 서정적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처해 있는 내면의 고통과 그로 인한 실존적 반응의 연쇄를 진정성 있게 소환하고 있다. 생명성에 대한 예민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인간 실존의 난경(難境)들을 은유해가는 시인의 필치가 예사롭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에 얹힌 철새의 날갯짓과 울음의 형식이 우리에게 비상한 감동을 주고 있다. 다른 작품들도 균질성과 지속성을 예감시키는 수준작이라고 심사위원들은 판단하였다. 그 점에서 박용운의 시가 가지는 공감의 능력은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좋은 신인을 얻어 마음 깊이 반긴다. 더불어 첫 걸음을 이렇게 뗀 박용운의 시가 더욱 공감의 상상력을 점증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부기하고자 한다.

당선작에 들지는 못했지만, 개성적 사유와 언어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많은 응모자들이 있었다는 점을 덧붙인다.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성취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당부 드린다.

      <당선작>  깔세

햇살도 비껴가는 골목 안, 쪽방

철새가 부리를 다듬고 있다

높이 날 수 없는 천성

매일 한 번씩 바라보는 새벽 별이 유일한 벗이다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납부할 청구서는 없고

계절을 품기엔 둥지가 허술하다

번식은 사치이고 미래는 무정란 같아

사랑 따윈 주고받지 않는다

높고 멀리 날아 용을 잡아먹는 가루다*가 되는 꿈을 매일 꾸는데

허약한 날개의 일상은 한 번도 끝에 다다라 본 적이 없어, 중천을 향한 힘겨운

날갯짓, 겨우 파닥임만 있을 뿐이다

매정하게 등짝을 할퀴는 그믐의 날카로운 손톱

깔세를 독촉하는 문자가 날아와 허술한 창문을 두드리는 시린 바람

철새 이마에 음산하게 서린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예보도 흐려 있다

먼저 살다간 새들은 어느 전망 좋은 우듬지에 둥지를 틀었을까

얼어붙은 생각까지 녹일 아랫목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허약한 부리로 허공 속 질문만 매일 쪼아댄다

양지쪽 햇볕은 얼마나 따뜻할까

물 한 컵만으로도 한 달 넘게 살아가는 창틀 위의 선인장

끝까지 버티면서 가시 사이로 꽃봉오리를 올리는 끈기

기어이 불꽃같이 붉은 꽃을 펼쳐낸다

입안이 헐도록 생을 오독하던 철새

눈 속의 가시, 울어야 뽑힌다는 것을 알았다

*가루다:인도 신화에 나오는 인간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진 새. 

           비슈누의 화신인 나라야나를 태우고 용을 잡아먹으며 산다.

  

<당선자 약력> 박용운(1949~)

                    경남 남해 출생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당선 소감>

목마른 선인장에 꽃이 피었습니다.

사막에 엎드린 낙타의 무릎처럼 기도가 하늘에 닿도록 걸어온 길,

이제, 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려집니다. 

모래바람이 험할지라도 쉬지 않고 오아시스를 향해 걷겠습니다.   

큰 영광을 안겨주신 NGO 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시를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손을 잡아주신 선생님들께 큰절 올립니다.

함께 공부했던 문우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어두운 곳에 빛을 전하는 NGO의 깊은 뜻에 따라 더 노력해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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