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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를 위로하고 죽은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노래', 이오장 시집 『상여소리』 출간

"시인은 ‘상엿소리’를 빌어 세상의 모순을 지적하고 한탄한다"" 날카로운 서정의 촉(觸)과 뜨거운 시대의 감(感)이 융융한 상상력으로 버무려져 선명한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 기사입력 2021.01.11 23:19
  • 기자명 김다원 기자

                 

                    

죽음은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지만 누구도 피하지 못하는 인생의 고리다. 이어지는 끈을 붙잡고 살다가 주어진 만큼의 길이에 도달하면 누구나 죽음에 이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리는 것이 삶이다. 그 죽음을 어느 누가 초월하여 바꾸거나 되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죽음을 사람사회의 가장 큰 축제로 만들어 두려움을 잊고자 했고, 죽음 저쪽의 세계를 상상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장례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삶과 죽음의 다리를 이어주고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며 남은 자를 위로하였다. 여기에 동원된 도구가 상여다. 관을 얹어 장지까지 운구하는 도구를 화려하게 치장하여 노래를 불러 죽음의 두려움을 아름답게 치장한 것이다. 이때 상여를 메고 장지를 향해 갈 때 불렀던 노래가 ‘상엿소리’다.

여기에는 망자의 한을 달래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며 세상을 향한 이야기를 풀어내게 되는데 권선징악의 가르침과 위선자를 나무라며 정치를 비판하는 등 그 시대의 희로애락 사연이 총망라된다. 4언 구절의 선소리와 그것에 맞는 후렴으로 걸음걸이를 맞춰 장지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읊어간다. 이오장(68)시인은 우리 전례의 상엿소리에 현시대상황을 질타하며 정치와 경제,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아 시집 『상여소리』(스타북스)로 엮어냈다. 

상여의 유례와 전통에 따른 소리, 사람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양심과 도덕적 사고방식 등 철학적인 언어로 엮어 우리가 잊고 지내는 상여의 전통을 살려낸 것이다. 전라도 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져가던 장례풍습을 언어로 찾아내어 전통을 이어주는 상엿소리를 불렀다. "어-노 어-노 어나리 넘자 어 -노" 후렴에 맞춰 선소리를 불러가는 요령꾼의 모습을 세세하게 재현하여 장장 1,900행이 넘는 장편 서사시를 엮은 것이다. 

여기에는 전례 되어온 전통의 선소리와 사람들에게 던지는 우리생활에 깊숙이 젖어 든 철학적이며 명언과 같은 언어로 창작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먹는 입에서 욕도 나온다" "꽃잎 세던 손이 낙엽도 센다" "높은 곳에서 날면 낮은 곳에 떨어진다" "올려다본 산이 더 높다" "가지 없는 나무 바람을 모른다" 등등 얼핏 들어보면 알 것 같지만 익숙하지 않은 말을 편편이 동원하여 무의식적인 교훈을 주는 것과 현 정치상황의 혼란을 나무라며 직접적인 언어로 정치인을 나무라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달아달아 밝은달아 장관들이 놀던 달아 방아찧어 만든떡을 장관들만 주지말고 쳐다보는 국민입에 떡고물을 뿌려다오"라며 일부 정치인에 몰려있는 부귀영화를 비판하고 정치인이 가져야 할 도덕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등 현실참여도 한다. 

한 동안 정치인을 비평하는 "꽃구름 탔더니 먹구름. 나룻배 탔더니 조각배"와 독립지사의 입을 빌어 현 시국을 질타한 "이게 나라냐"의 시집을 상재하여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시인은 이번엔 전례 되어오는 ‘상엿소리’를 통해 사람답게 살 것과 국민을 위한 정치에 온 힘을 다하라는 충고를 거듭하고 있다. 꾸준하게 시대적인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거기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는 시인의 말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하여 사람사회의 정의가 실현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가 시대를 가르칠 수는 없어도 그 시대의 오점을 지적하여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 시인 이오장  

 <이오장 약력>

-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문화발전위원  

-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부천문인회 명예회장

-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수상

- 시집: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등 16권

- 동시집: 『서쪽에서 해뜬 날』 『하얀 꽃바람』

<시집 단평> 

이오장의 시는 날카로운 서정의 촉(觸)과 뜨거운 시대의 감(感)이 융융한 상상력으로 버무려져 선명한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내면과 현상이 밀착된 체험에서 용솟음치는 시적 리얼리티는 흑백의 한 순간을 ‘오늘 여기’의 컬러로 재구해 낸다. 무엇보다 혼이 살아 숨 쉰다. 『상여소리』 는 특출한 농경시집 『고라실의 안과 밖』, 꼴값정치를 꼬집은 촌철살인의 정치인물시집에 이은 또 하나의 근본을 찾는 걸작 시집이다. 저 슬픔의 밑바닥에서 솟구쳐 오르는 화염 같은 소리! 망자가 산 자를 위해 부르는 위로의 울림이 환청이 되어 오래 가슴을 칠 것이다. -권갑하(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시인은 ‘상엿소리’를 빌어 세상의 모순을 지적하고 한탄한다. 사라져가는 조상들의 장례문화를 되새겨보며 이 시대의 비극적인 모순에 대한 한탄을 곡소리로 대신한다. 민초들은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다가 지쳐 넘어지고 쓰러져도 상처를 어루만질 새도 없이 또 다른 생채기를 쟁여내며 살아가고 있다. 이 세태에 일침을 가한다. 이오장 시인의 『상여소리』는 아픔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이 아닐는지… 극히 서정에 머물러 있던 시인은 정치·사회 비판 연작시를 써오고 있는데 이 시집에서도 현 시대의 한을 풀어 마지막 축제 ‘장송곡’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 필치가 날카롭다.     -김해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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