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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 기사입력 2021.01.09 08:21
  • 기자명 이오장 시인
▲ 이오장 시인  

                 사랑한다는 것은

                                          최종규 (1938년~)

사랑한다는 것은

호수에 어리는 나무 그림자

힘껏 움켜쥐는 일이다

하늘 땅의 뜨락

꽃나무 이파리에 맺힌

이슬 한 떨기 손에 쥐는 일이다

싹을 틔우고

잎새 펼치며

꽃 피워 열매 익히는 섭리

서로 다른 불협화음

화음으로 아우르고픈

간절한 열망

사랑한다는 것은

좌우를 오가는 두 영혼

가운데에 멈추지 못하는 시계추이다

지구상에 인구가 75억 명쯤이다. 이 많은 사람이 사랑과 이별, 희생과 헌신 등에 고뇌하며 얼마나 많은 사랑을 외쳤을까. 인류 역사에서 계속 반복되는 노래는 사랑이다. 서구의 팝, 깐소네, 샹송 등과 우리의 트로트에서 70% 이상이 사랑노래이고 그 밖의 노래도 사랑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각 지방의 민속노래와 고유의 전설노래도 사랑타령과 이별의 노래로 점철된 것을 보면 결국 인간이 추구하고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랑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노래를 부르고 사랑에 빠져들면서도 인간은 사랑의 정의를 정립하지 못했다. 최종규 시인은 그런 사랑을 일목요연하게 정립하였다. 수많은 사랑의 정의를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사랑은 호수에 어리는 나무 그림자, 실체가 보이지만 붙잡히지 않는 허상 같은 실체이며 사랑은 꽃이파리에 맺힌 이슬, 작은 햇빛에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신기루다. 싹을 틔워 잎새를 펼치고 꽃 피워 열매를 익히는 섭리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의 시간을 보내는가. 여기에서 벗어나는 사랑은 없다. 최종규 시인은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어 얼핏 깨우친 것이 아니라 많은 날의 여정에서 절실하게 체험한 실제의 사랑을 철학적으로 풀어내었다. 서로 다른 불협화음을 아우르고 그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시계추가 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의 길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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