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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망설존(齒亡舌存) 리더십(32회) 2인자 처세술(處世術)

"2인자의 처세는 '충성심'이 절대 우선"

  • 기사입력 2020.12.12 21:25
  • 기자명 김승동

일반적으로 어느 조직이든 2인자는 설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등 처신을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따라서 때로는 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하고 때로는 1인자의 그림자처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있는 등 없는 등’ 하는 게 2인자가 오래 사는 법이다.

2인자는 대체로 조직 내에서 소리없이 일을 하다가 보니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마치 척추(Spine,脊椎)가 몸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데도 드러나지 않아 잘 알아채지 못하듯이 말이다.

여러모로 2인자의 자리는 정말 어려운 자리다. 1인자의 인정을 받아 그 자리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신(神)의 처세술이 필요할 정도로 자리보전은 더 어렵다. 

권력이 커질수록 의심도 많아지는 권력 속성상 역린(逆鱗)이라도 건드리게 되면 자리보전은커녕 목숨 보전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2인자는 나름대로 조직이 인정하는 일정한 업무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자기 리더와의 신뢰 관계를 넘어 리더와 같은 마음을 품어야 오래 살아남는다. 또한 능력과 함께 충성심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그 자리는 화(禍)를 당하게 된다. 그런 연유(緣由) 등으로 대체로 2인자의 수명은 길지가 않다.

특히 오너(owner)가 아닌 1인자는 능력 있는 2인자를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자신을 훨씬 능가하는 능력을 갖고 있거나 자신의 능력을 감추기 보다는 과시하는 부하는 당연히 거부감을 갖고 견제하기 마련이다. 언제 어디서 자신을 밀어낼지 모르는 능력 있는 2인자야말로 1인자의 가장 위험한 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인자는 일부러 자신의 능력을 감추어서도 안 된다. 2인자가 너무 작게 보이면 일회용품처럼 한번 쓰고 버림을 당하게 되는 아픔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1인자의 입에 혀같이 움직이되 조직의 현안 과제를 100% 이상으로 해결해 낸다면 1인자는 자신의 뒷받침을 위해 2인자를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능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1인자를 존경하면서 충성하는 2인자에게 마음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고 그들이 성공하는 게 세상이치다.

또한 상사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2인자도 자칫 무시당하기 쉽다. 그러나 1인자라 하더라도 부하들의 대대적인 지지와 존경을 받는 2인자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2인자가 많은 부하들이 따르는 중심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과 함께 무엇보다 인간적 매력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넓혀야 한다. 부하들과 업무를 떠나 평소에도 자주 밥도 먹고 차도 사주고 때로는 먼저 그들이 겪는 고충에도 관심을 갖고 물어보고 그 심정을 이해하는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 

특히 1인자의 비서진 등 1인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맥을 자신의 인맥으로 만들고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1인자 측근들의 말 한마디가 2인자에겐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1인자가 사적인 모임에 함께 갈 것을 지나가는 말투로라도 말하면 두말없이 따라나서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 1인자의 체면을 세워주는 모습도 2인자가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요소 중에도 2인자의 처세에는 충성심(忠誠心)이 절대적으로 우선시 된다.

팔로워인 동시에 리더인 2인자들은 자기가 부리는 아랫사람을 잘 다스리기도 해야 되지만 근본적으로 자기의 상관을 잘 보필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임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의 대표적 2인자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한때 경쟁자이던 김영삼 씨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대통령을 홍곡(鴻鵠, 기러기와 고니)으로 치켜 세우고 자신은 연작(燕雀, 제비와 참새)으로 낮춰 부르면서 ‘1인자와 같이 걸을 때는 그림자도 밟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나 걸어라’고 하면서 2인자의 처신과 고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또 5공화국의 신군부 등장 후 서교동 보안사 분실에서 한달반 넘게 고초를 당한 후 노태우 당시 보안사령관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초대 한 식사 자리에서 ‘1인자에게 밉보이지 마라. 1인자를 섭섭하게 하거나 불만을 가지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고 한다.

결국 노태우 씨가 전두환 대통령을 이어 대통령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조언을 따라 행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 속담에 ‘반군여반호(伴君如伴虎)’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임금을 수행하기란 호랑이와 동행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권력자를 보좌하는 2인자의 고충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만큼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다.

2인자의 말로(末路)가 대부분 비운으로 끝나는 역사를 되돌아보면 모든 조직마다 2인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꼭 귀담아 들어야 할 귀한 가르침으로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인자에게 권력 의지는 금기(禁忌)이고 1인자보다 뛰어난 2인자를 가지는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 2인자가 너무 크게 보이면 죽음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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