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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 기사입력 2020.12.05 18:42
  • 기자명 시인 이오장

   

▲ 시인 이오장  

석기시대
             신진 (1950년~ )

 
수목이 사람 모양을 하고
물과 바람과 볕으로 사는 내력
사람이 수목이 되어
바람 일구고 물 나누고 별 갈라 쓰며 사는 내력
시나브로 새들이 물어 와서
바위마다 빗금으로 새겨 놓은 글

 
사람이 자연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뉴턴의 주장이 아니라도 사람이 자연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공기와 물로 구성된 사람이 자연이 없다면 살 수 없고 자연이 아니라면 존재가 무의미하여 원래부터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연을 알면서도 자연을 무시한다. 1분 1초도 벗어날 수 없는 자연을 모른 채 하고 잊으려 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 자연의 존재를 잊으려 하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이제는 자연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는 오기를 부려 우주를 정복한답시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만용을 부린다. 자연으로 본다면 우습고 기가 찰 일이다. 신진 시인은 안타깝다. 도시의 찌든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농경생활을 누리며 살아도 사람들의 만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연주의가 아니지만 삶의 전부를 줘도 모자랄 자연에 사람이 부리는 억지는 용서할 수 없다. 이제는 바꿔보자. 수목이 사람 모양을 하고 물과 바람이 볕으로 살며, 사람이 수목이 되어 바람 일구고 물 나누며 별 갈라 쓰고 이렇게 해보자 그렇다면 자연의 중요함을 알게 되어 사람도 자연으로 스스럼없이 들어가 새들이 물어 와서 바위마다 빗금으로 새겨 놓은 글을 읽을 수 있지 않겠는가. 사람의 삶은 중요하다. 지구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다. 그렇지만 자연을 벗어난다면 그 중요함을 잊는다는 것을 깨우친 자연주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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