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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분류인력 투입 ‘배송기사에 비용 전가’ 현실로

  • 기사입력 2020.11.07 07:53
  • 기자명 김진태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에 대해 CJ대한통운이 인력투입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투입 비용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 인력투입 비용을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며 규탄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 인력투입의 책임과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로사 대책위에 따르면, 경기도 A대리점주는 택배기사에게 인력투입비용 부담률을 ‘본사(50%)·대리점(30%)·택배기사(20%)’로 고지했다. B대리점주는 ‘본사(50%)·택배기사(50%)’로 기사에게 일방적 부담을 강요했다.

과로사 대책위는 “CJ대한통운이 지난주에 지역별 대리점 소장들과 논의하며 ‘본사는 인력투입 비용의 50% 수준만 부담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사실상 나머지 비용을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의 사망이 잇따르자 지난달 22일 택배 현장에 분류 지원인력 4천명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분류작업이 사실상 무임금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택배노동자 과로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 업무에 포함돼있던 분류작업을 분리하면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줄어들지 않느냐는 지적에 "건당 수수료에는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과로사 대책위는 "CJ대한통운측의 발표와는 달리 현실은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게 택배현장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특히 노동조합 조합원이 없는 지역이나 소규모 터미널의 경우, 택배기사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원인력 1명당 필요한 임금을 월 100만원으로 보고 1명당 5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제 비용보다 다소 낮게 책정된 것으로, CJ대한통운의 실질 부담률은 50%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루 5시간·주 6일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한 주급은 31만원에 가까워, 월급으로 환산하면 130만원 수준이다. 사측이 밝힌 대로 분류인력 고용비용의 50%를 부담하려면 1명당 월 65만원 수준의 금액이 필요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택배는 지난달 “분류지원인력 1천명을 투입하고 사측이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책위는 "CJ대한통운도 약속한 규모의 분류인력을 모두 투입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류 인력비 부담을 둘러싸고 이같이 갈등이 빚어지는 근본적인 근본적인 원인은 저렴한 택배 단가에 있다.

우리나라 택배 단가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택배 단가는 해마다 떨어지다가 지난해 소폭 올라 박스당 평균 2269원이다. 택배기사들은 배송 건수에 따라 수익을 받는다. 한 건당 약 700원으로 추정된다. 배송 건수가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장시간·저임금 근무환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택배기사들이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초과물량 공유제는 하루 정해진 물량을 초과하면 다른 직원과 물량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택배회사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택배회사, 유통업체, 대리점, 택배기사 등 여러 곳에서 택배 단가 2269원을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는 유통업계의 물량을 따내기 위해서 ‘택배비 백마진’(리베이트)을 지급하는 관례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국내 택배회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대에 불과하다.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곳도 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사업에서 누적 적자가 약 438억 원에 달한다.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우체국)은 2011년 439억 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누적 적자가 6072억 원에 달한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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